[아이티데일리]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올 한해 전 세계 PC 시장이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격근무, 원격수업 등이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는 올해 초 PC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3분기 보고서에서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2.7%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최근 4분기 보고서에서는 2020년 전체 PC 출하량이 4억 5,800만 대를 기록, 17.1%의 연간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치 못한 급성장이다.

이 같은 성장은 업무용 및 교육용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대한 수요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 시대에는 원격근무, 디지털 학습 등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내년도 전망 역시 나쁘지 않다.

그래서일까. 램값이 최근 또 급등했다. 가격비교사이트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11월 말 2만 6천 원대까지 떨어졌던 DDR4-2666 8GB 램 가격은 12월 29일 기준 4만 원을 넘나들고 있다. 되짚어보면 마이크론의 D램 공장이 1시간 동안 정전됐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D램 생산 도중에 정전사고가 일어나면 생산 중이던 물량을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 용산에서는 이 소식에 따라 일제히 가격을 올리며 반응했고, 상승세는 월말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자연히 국내 소비자들은 용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D램 가격 상승의 원인이 오로지 용산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699달러에 출시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시리즈가 용산을 ‘패스’하고 99만 원에 쿠팡을 통해 판매됐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유통구조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가 컸었다. 지금은 어떨까.

결론은 엔비디아의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해 12월 말 현재 RTX 3080 그래픽카드는 120만 원, 130만 원, 심지어 제품에 따라 18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심지어 높은 가격에 올라온 물건들도 제품을 구할 수 없어 못 파는 지경이라고 한다. 이러한 물량 부족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GDDR6 메모리 공급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의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물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높아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년까지 PC시장 호황이 전망되는 가운데 D램 공급 부족으로 인한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까지 겹쳐 있는 것이 현재 국내외 PC 시장 상황이다. 항상 기회를 노리고 있는 PC 업그레이드 대기수요자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한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같은 제조 기업들에게는 내년이 2년 만에 찾아오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주고 있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속속 개발 소식이 들려오는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D램 반도체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성장률, 그리고 민생경제까지 되살아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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