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극심한 IT 투자 감소가 IT 산업 전반의 전례 없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IT 운영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여라"를 화두로 삼고 IT 비용절감에 고심해온 기업들이 불황 한파까지 겹쳐 앞으로 그 투자를 더욱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컴퓨터월드>가 최근 은행, 금융, 보험, 건설, 석유화학, 제약, 병원, 대학, 물류 등 9개 산업별로 2009년 IT 투자 수요를 조사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종별로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발등에 떨어진 IFRS의 구축이나 투자가 불가피한 보안 등에 역점을 둘 뿐 신규 사업의 추진은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것'이 조사결과이다.

그동안 국내 IT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금융권 역시 올해 IT 투자를 대폭 감축한다. 은행의 5곳 중 1곳만이 IT 예산을 늘렸으며, 증권사로서 IT 예산을 늘린 곳은 한 곳도 없다. 금융과 더불어 최대 IT 수요처인 제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건설사는 25%만이 IT 투자 예산을 늘렸으며,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IT 예산을 증액한 곳은 전무하다. 모든 대학이 IT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였으며, 그동안 꾸준한 수요를 보여준 병원도 축소하겠다는 곳이 더욱 많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경제 위기의 여파가 올해 국내 IT 산업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IT 관련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10여년전 겪은 외환위기 시기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IT 업체들은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는 초긴축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줄줄이 구조조정 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불황의 극복 방안으로 'IT 솔루션이 해법'이며, '위기일수록 IT 전략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대기업에서 추진했던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의 예를 들어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하고 이에 맞춰 IT 인프라의 최적화와 기존 IT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IT와 비즈니스를 연계해 신축적인 IT 운영 환경을 갖추자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기업의 정보화 담당부서들이 이러한 IT 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잘 알다시피 정보화 부서는 수익(Profit) 부서가 아닌 지출(Cost)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CEO나 CFO 등 최고경영진은 IT의 효과 보다는 비용절감만을 독려하고 있다. 오죽하면 기업들이 그동안 써온 제품의 무료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 버리는 현상은 IT 운영비용의 절감에 얼마나 급급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IT와 비즈니스의 접목'은 요즘 IT 책임자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IT가 경영전략과 연계해 경영혁신을 이끄는 툴로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업무 속도의 향상, 신속하고 정확한 경영정보의 획득, 비용 절감 등을 실현할 수 있으며,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불황 국면에서 비용절감 대상 1호로 지목돼온 IT가 이제부터는 경영전략과 접목해 지속적인 경영혁신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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