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 성능 월등한 차세대 저장매체"…"고비용 · 표준화 문제가 걸림돌"

최근 HDD를 대신할 차세대 저장매체로 부상하고 있는 SSD(Solid-State Drive)에 대한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벤더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대다수 스토리지 벤더들은 SSD 스토리지가 지닌 이점에 동의한다. 또한 SSD를 탑재한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표준화 문제와 약간의 기술적 우려점 등으로 향후 SSD 시장의 전망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EMC는 업계 최초로 자사의 하이엔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EMC 시메트릭스 DMX-4 시리즈'에 SSD를 통합한 제품을 출시했다. 이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히다치데이터시스템즈(HDS) 등도 올 하반기 중으로 SSD를 탑재 스토리지를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친환경, 저전력, 고성능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저장매체로, 플래시 메모리와 이를 저장장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ASIC(주문형반도체)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일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달리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 검색하기 때문에 빠른 응답시간과 전력 절감이란 이점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파이버채널 디스크와 SATA 드라이브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구동하는 자기 미디어(spinning magnetic media)를 사용하는 반면, 플래시 드라이브는 파이버채널과 같은 전통적인 스토리지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상 하드 디스크처럼 작동하는 반도체 기반의 블록 스토리지 장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 HDD보다 20~30배 비싼 SSD의 높은 가격과 표준화 미정립 등의 문제가 SSD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HDS= "스토리지에 SSD탑재, 주요기술 아니다"
HDS도 올 연말께 SSD를 탑재한 스토리지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만, SSD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HDS 휴 요시다 CTO는 "스토리지에 SSD를 탑재하는 것이 주요 기술은 아니다"라며 "SSD를 하드디스크 대신 일반 디스크처럼 사용하는 것일 뿐으로, 이는 콘트롤러와도 상관없고 캐시, SAN 등과도 크게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SSD의 단점으로 ▲비싼 가격 ▲공급 면에서 벤더가 적은 점 ▲SSD의 표준화 미정립 ▲백엔드에 위치해 성능 문제 발생 등의 4가지 이유를 꼽았다.

그는 "기존 HDD보다 20~30배 비싼 SSD의 가격문제와 함께 공급 면에서도 현재 시장이 크지 않아 벤더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표준화 미정립 문제와 관련 그는 "일반 회전식 디스크는 공급벤더 중 누가 만들더라도 'SMART'라는 표준이 있어 교체시기를 진단해 미리 스페어를 준비 할 수 있다"며, "SSD에는 쓰고 포맷하는 횟수에 한계가 있는데, 이런 표준이 없어서 언제 그러한 한계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SSD가 백엔드에 위치하기 때문에 성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SSD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며 "실제 HDS는 최신 USP V/VM의 컨트롤 유닛의 프로세서에 플래시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프로세서의 성능향상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플래시 메모리가 기존 HDD보다 성능을 크게 향상 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단지 회전식 디스크의 대체품으로만 사용한다면 얼마나 실제적인 성능향상이 있을지는 예측 불가능하다"며, "만약 PC에 플래시디스크를 설치하면, 일반 C디스크에 비해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백엔드라는 위치가 플래시를 사용하기에 그리 좋은 위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EMC= "SSD, 스토리지 벤더들이 방관해선 안 될 시장"
SSD를 바라보는 EMC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앞서 EMC는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자사의 하이엔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EMC 시메트릭스 DMX-4 시리즈'에 'SSD'를 통합한 바 있다.

EMC에 따르면 SSD는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기 때문에 현재 가장 빠른 속도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보다도 훨씬 빠른 응답시간을 지원하며, 전력 소모도 현저히 적다.

EMC 허주 마케팅부 부장은 "1개의 SSD는 15,000 RPM 파이버채널 디스크 드라이브 30개와 맞먹는 성능을 제공하며, 1TB의 데이터 저장 시 전통적인 기계식 드라이브보다 38%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파이버채널 디스크 드라이브와 초당 전송 규모를 비교 시 무려 98% 가량 전력 소모를 절감할 수 있으며, 기계적인 컴포넌트가 없기 때문에 장애 발생 가능성이 낮고, 전원 공급이 차단되더라도 데이터가 메모리에 보존돼 데이터의 가용성 또한 높다"고 말했다.

SSD의 고용량 집적도 문제와 관련 그는 "현재 EMC는 73, 146기가바이트의 제품을 상용화해 보급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는 400, 500기가바이트의 제품이 출시된 상황으로 따라서 용량 면에서 SSD는 충분히 집적도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SSD의 표준화 문제에 대해 그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SSD의 표준화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못박으며, "기술이 발전되면 자연적으로 표준화는 이뤄질 것으로 보며, 향후 3~4년 정도 지나야 표준화가 정립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보완돼야 할 점에 대해 허주 부장은 "SSD는 기술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가격측면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SSD 시장은 현재 정착되는 과도기 단계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SSD를 테스트를 해보고, 사용하길 원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등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가격문제는 해결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EMC는 현재 국내 제조기업 2곳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SSD를 기반으로 한 'EMC 시메트릭스 DMX-4 시리즈'를 앞세워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허주 부장은 "SSD 스토리지 시장은 벤더들이 방관해선 안 될 시장"이라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벤더들이 얼마나 빨리 테스트하고 내부적으로 준비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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