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 1년 현황 점검(하)

[아이티데일리]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는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각국의 봉쇄조치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으며, 경제 및 사회적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불러온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7월 우리 정부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은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확산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ICT) 산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 전 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는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강화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의 목표가 담겨 있다.

이제 2021년 7월, 정책 발표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 많은 내용이 발표됐다. 정부의 빠른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분야도 있으며, 아직 세부 정책을 설정하는 단계에 머문 분야도 있었다. 1주년을 맞이한 디지털 뉴딜 정책을 점검해본다. 

‘코로나 특수’로 비대면 시장 폭발적 성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비대면(Untact)이 모든 경제적‧사회적 활동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의 핵심 감염경로가 호흡기를 통한 전파로 알려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 활동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나 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식당에 가는 대신 배달 앱을 통해서 음식을 주문하며,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러한 비대면 트렌드의 중심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ICT 기술의 수요는 크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대면 업무 솔루션 도입에 나서, 관련 산업이 일명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대면 전자계약 서비스를 공급하는 포시에스는 자사 ‘이폼사인(eformsign)’ 제품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회원가입 수는 2배 이상, 서비스 문의는 5배 이상, 유료 고객 수는 약 20배 이상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매출 역시 1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 비대면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를 짐작케 했다. 토스랩의 협업툴 ‘잔디(JANDI)’는 지난해 1월 기준 약 22만 개의 사용 팀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사용 팀이 30만 개를 돌파했다.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공급기업 알서포트는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초기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조정하면서 원격 화상회의 솔루션 ‘리모트미팅(RemoteMeeting)’ 사용자 수가 전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에는 ‘리모트미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90% 성장했으며, 원격제어 솔루션 ‘리모트뷰(RemoteView)’가 재택근무를 위한 제품으로 각광받으면서 구축형 제품이 180% 이상, 서비스형 제품도 약 80% 가량 성장했다.
 

비대면 바우처, 수요기업 몰려 3일 만에 마감

이처럼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한 비대면 트렌드의 급격한 확산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K-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을 제시했다. 해당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총 16만 개 중소기업의 원격‧재택근무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련 정보와 자본이 부족해 비대면 업무 제품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의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K-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이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 종류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위해 중기부는 먼저 서비스 공급기업 모집에 나서, 2020년 총 361개사의 407개 서비스를 비대면 바우처 공급대상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화상회의, 재택근무, 네트워크, 보안 등 비대면 근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들이 모두 포함됐다. 공급 대상으로 선정된 제품은 ‘K-비대면 바우처 플랫폼’에 등록되며, 수요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최대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이후 10월부터 본격적인 수요기업 모집과 운영을 시작, 일 평균 1,500개 이상의 수요기업이 몰리며 한 달 동안 약 4만 개에 달하는 신청이 접수되는 기염을 토했다. 2020 한 해 지원 대상을 8만 개사로 설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중기부는 올해에도 사업을 이어가면서 281개사의 287개 서비스를 추가로 선정했다. 이에 2021년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서는 총 642개사 694개 서비스가 공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국내 기업들의 비대면 서비스 도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예상한 것인지 수요기업 목표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6만 개, 지원 예산 역시 2,160억 원으로 다소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더 많은 신청이 몰려들어, 지난 2월 시작된 수요기업 모집은 단 사흘 만에 신청 마감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대비해야

이처럼 높은 수요에 힘입어 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 전환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채워준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전자계약, 화상회의, 협업툴 등 비대면 환경에 필수적인 업무 솔루션들의 도입을 지원해 수요기업들의 만족도가 높고, 코로나19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으니 지원 기간 이후 유료 고객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다. 실제로 토스랩이 서비스하는 협업툴 ‘잔디’는 지원기간 이후 유료 고객 전환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업무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그동안 문제시되던 중소기업의 디지털 소외, 혹은 대기업과의 디지털 격차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유의미한 성과로 남을 것이다. 비대면 업무 시스템 도입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의해 시작됐지만, 반대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서 금새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근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토스랩)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근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토스랩)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 산업계의 비대면 업무 시스템 도입을 가속화시킨 것은 사실이나, 한 번 비대면 업무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한 기업이 다시 완전히 이전의 근무 환경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약 2년 간에 걸쳐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를 통해 비즈니스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오히려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보다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정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사무실 유지 비용이나 교통비‧출장비 등을 절감해 비용 효율화를 달성하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비해 비대면 업무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중이 줄어들기는 하겠으나, 과거의 대면 업무 환경과 비대면 시스템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 강제되는 것이 아닌, 그것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 비대면 업무 시스템을 병행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규제 개선, 혁신 스타트업 발굴 등 비대면 육성 박차

한편 정부는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대면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유망분야를 선정, 집중 지원에 나섰다. 이는 K-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비대면 기술 수준이 낮고, 국내 비대면 서비스 기업들이 글로벌 제품 대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비대면 경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기반 조성 핵심 목표
비대면 경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기반 조성 핵심 목표

이에 정부는 먼저 비대면 서비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인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에서 소정의 성과를 달성한 프로젝트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령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 기술의 경우, 기존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도로교통법상 ‘차’로 간주돼 보도 이용이 제한되지만, 법령 개정 이후에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 한해 이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그동안 활용이 제한되던 드론을 도시가스 배관이나 도로 노면 등 공공 시설물 점검에 활용하는 무인점검 서비스를 확대 추진할 예정이며, 비대면 진찰 등이 제한되던 의료 분야에서는 현지 의료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재외국민을 위해 한정적으로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비대면 서비스 기업들이 글로벌 제품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관련 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는다. 비대면 스타트업 1,000개를 발굴해 기술력 확보와 비즈니스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9조 원 내의 맞춤형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한다. 또한 해당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중기부, 과기정통부 등 총 12개 부처가 공동으로 ▲의료 ▲교육 ▲생활·소비 ▲콘텐츠 ▲기반기술 등 5개 비대면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올해 총 400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최대 6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성과주의적 정책 대신 기존 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편 산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대면 기술 스타트업 육성이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에 공급기업으로 참가한 기업만 해도 수백여 개가 있는데, 구태여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찾겠다는 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수요기업들이 글로벌 기업 제품들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기업들이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예산 증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외국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바우처 지원사업 등을 통해 국내 기업 제품들이 도입이 크게 확대됐고 이 중 많은 기업들이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글로벌 기업 제품의 사용 비중이 훨씬 높게 집계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혁신적인 비대면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가 다분히 성과주의적이라고 지적하며, 산업 현장에서 가장 피부로 와닿고 있는 중소기업 대상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더욱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사용 편의성이나 보안, 유지보수 등에서 국내 제품이 앞서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밀려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목표로 해야할 것은 새로운 비대면 스타트업을 찾아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존에 마련돼 있는 우수한 서비스 기업들과 수요기업을 연결해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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