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순 베스핀글로벌 전략기획실장

[아이티데일리] 

임정순 베스핀글로벌 전략기획실장
임정순 베스핀글로벌 전략기획실장

가정(Home)의 신박한 정리

최근 모방송사에서 방영중인 집안 살림살이를 정리하여 거주하는 공간에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가정에서 공감할 만한 비슷한 상황들을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림살이는 점점 더 쌓여가고 수납할 공간은 마땅치 않고, 어느 순간 옷장도, 주방도, 수납장도 뒤죽박죽 되어 버리는 살림들, 즉 ‘집안의 자산 및 재고관리’가 어떤지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가정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신박한 정리’를 보는 이유가 참신한 정리 방식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따라함으로써 우리 집 역시 신박한 변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집안 살림살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이사를 몇 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이다. 가정마다 다르긴 하지만 세를 옮기거나 집을 매매할 목적으로 빠르면 2년 또는 길어도 10년에 한 번 정도는 이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때 이삿짐센터의 전문가들이 이삿짐을 싸고 옮기는 과정에서 못쓰거나 불필요한 살림살이를 버리거나 또는 반대로 잊고 살았던 소중한 물건들을 찾기도 하는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사 후에는 살림살이들이 한동안 제자리를 신박하게 지키기도 한다. 문제는 몇 년이 흐르면 뒤죽박죽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점이다.


기업(Enterprise)들의 IT도 신박한 정리가 필요한 시대

그렇다면 기업들의 살림살이는 어떨까? 특히, 벤처기업들이나 스타트업처럼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은 회사들이 아닌 수십 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대형 기업들의 살림살이 정리는 어떨까라는 관심이 생길만 하다. 언뜻 생각해봐도 큰 규모의 회사들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이나 회사의 자산이나 재고를 관리하는 각종 시스템들이 매우 잘 갖춰져 있으므로 가정의 살림살이와 달리 매우 신박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리라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과거에 재직했던 대기업에서의 경험만 비추어 봐도 정기적으로 자산뿐만 아니라 사무용 비품까지도 세세히 실사해 시스템에 등록하고 자산 및 비품 표를 붙이기도 하니 가정에 비하면 얼마나 잘 정리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쉽게 유추해 볼만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적게는 수십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쏟아 부어 운영하고 있는 IT시스템 역시 신박한 정리가 되고 있을까? 필자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라는 쪽을 자신있게 선택할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IT업계에서는 기업들의 기존 IT 업무 시스템들을 ‘레거시(Legacy)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서부터 오랫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구축되고 축적, 운영돼온 시스템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의 수많은 업무시스템들은 레거시 방식으로 수십 년 동안 구축되고 제대로 된 이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IT시스템들의 살림살이는 서버, 스토리지, PC 등 HW 및 SW 라이선스와 같은 자산 중심의 관리만 되어 있을 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클라우드(새로운 집)로 IT 시스템들(살림살이)을 이사할 사전 준비가 제대로 된 기업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베스핀글로벌은 기업들의 레거시 IT시스템들을 클라우드로 이전(이사)을 시키고 클라우드 위에서 운영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베스핀글로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전환(Cloud Migration)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사하기에는 너무나 뒤죽박죽인 기업의 살림살이들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집으로 성공적으로 신박하게 옮기는 전문적인 이삿짐센터 역할을 제공하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규모 기업들의 IT시스템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한다는 것은 짐작하는 것보다 그리고 6R(Retain-Retire-Rehost-Replatform-Refactor-Rearchitect) 전략과 같은 정형화된 방법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훨씬 높은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 한다. 레거시의 업무시스템의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집으로 어떻게 신박한 아키텍처로 입주를 시켜야 자산 및 비용최적화를 달성함과 동시에 확장성(Scaleabiity)과 민첩성(Agility)과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본연의 효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성공적 이사를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할 것들

본 글을 통해 실제 클라우드로 전환을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베스핀글로벌이 경험한 기업의 살림살이를 이전할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성공적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사전에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필수 요소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들이 클라우드,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층부터 현업 실무자에 이르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IT에 대한 ‘철학’과 ‘프로세스’를 선행적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퍼스트(Public Cloud First)’ 또는 ‘퍼블릭 클라우드 온리(Public Cloud Only)’ 정책을 선언하고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클라우드 도입 의사결정 이후에도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판단도 IT 관점으로만 한정지어 클라우드의 비용 효익에 대한 의구심과 저항으로 클라우드 전환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부가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핵심이 된 현 시대에서 개별 시스템, 업무에 대한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 및 이의 TCO 판단도 더 이상 CIO나 CDO 관점만으로 한정 지을 일이 아니다.

IT 측면의 타당성뿐만이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에 기여하는 직간접적인 가치도 클라우드 도입의 타당성 검토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변화와 새로운 TCO 측정을 위한 공식(Formula)도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및 IT 시스템의 상황에 맞게 고민돼야 한다.

둘째, 퍼블릭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집으로 기업이 이사를 마치게 되면 거주하는 방식, 즉 거버넌스(Governance)가 완전히 바뀌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퍼블릭 클라우드 마을에 입주한 기업은 담장 없는 집에서 사는 것과 같은 비유를 할 수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에서는 인스턴스를 언제든 즉시 생성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스턴스 생성을 내부 절차에 따라 승인하는 과정이 일주일 이상 소요돼 클라우드 사용의 민첩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고객들의 볼멘소리도 많이 듣고 있다.

지연의 원인은 새로운 클라우드 자원 생성에 대해서도 레거시 IT 환경에 맞게 제정된 내부 보안규정에 따라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보안의 방식도 새로운 환경에 맞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큐리티에 대한 거버넌스 정책이 선행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보안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클라우드는 일종의 종량제 형태의 자산을 구입하는 방식으로써 기업의 예산 편성 프로세스 및 비용 지출 방식까지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레거시 방식의 거버넌스 체계의 광범위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이제 레거시의 살림살이를 가지고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결정 했다면 집 주인은 이사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상상해보자. 퍼블릭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모든 살림들을 무조건 다 포장하여 새 집으로 이사를 가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사 갈 집에 평수를 고려하고 내 살림살이들을 어떻게 배치할 지,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구조를 설계(Cloud Architecture)하고, 클라우드에 맞지 않는 살림살이를 버릴지, 리모델링 또는 재구조화할지, 새로운 살림을 구입할 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클라우드로 이사를 결정했다면 ‘As-Is’와 ‘To-be’를 명확히 하는 것은 클라우드의 성공적 전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러한 ‘As-is 분석’과 ‘To-be 도출’은 클라우드 전환을 수행하는 전문업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주체로서 클라우드 환경에서 거주하기 위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할지 전문 업체와 함께 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두에 기업의 IT 업무 시스템의 살림살이들이 이사 갈 준비가 안 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단적인 예로 베스핀글로벌이 기업들의 대규모 클라우드 전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문제점은 기업의 IT 자산관리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CMDB(Configuration Management Database) 정보의 부정확성이다.

CMDB를 통해 우리는 애플리케이션(업무시스템)-워크로드-자원(서버, 스토리지 등)의 현황 및 해당 시스템 및 자원의 OS, 메모리(Memory), DB, 네트워크(Network) 정보 등의 목록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폐기(Retire)하거나, 그대로 가져가거나(Rehost, Lift & Shift), 재구조화(Refactor, Replatform) 아니면, 신규로 구입할 목록(Rearchitect, Cloud Native Application)에 대한 기초적 판단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 살림(As-is)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판단은 클라우드로 이사를 위한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기업들의 살림살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주지하고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IT자원들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100% 이전할 수도 없고 결국 온프레미스 환경과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IT 시스템을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즉, 기업 입장에서 IT의 자산 및 비용 관리 방식 또한 레거시와 클라우드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에 클라우드를 도입 후 비용 폭탄을 경험했다는 고객들의 경험을 간혹 접하긴 한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필요한 자원을 언제든 생성해 사용할 수 있긴 하나, 반대로 생성 후에 사용하지 않는 자산에 대해서도 여전히 과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CFO 입장에서는 비용에 대한 통제와 예측이 매우 어렵게 됨으로써 불편하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제 기업들은 레거시 IT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퍼블릭 클라우드의 특성을 감안한 ‘실시간 자산 및 비용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관리 툴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툴은 IT 조직뿐만 아니라 비용 및 예산관리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CFO 조직에도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맺으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한 기업과 아닌 기업들의 성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기업의 핵심 시스템마저도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과감한 시도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이전을 통한 클라우드의 효익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전환의 여정을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클라우드 전환 준비의 사전진단 및 계획수립(Migration Readiness Assessment & Planning, MRA & MRP)’과 같은 선행 과정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재직하는 베스핀글로벌은 지난 5년간 약 800여개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 다양한 고객들의 클라우드 도입(Migration)을 돕고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DevOps)을 통해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또한 이를 자동화하여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CMP, Cloud Management Platform)인 옵스나우(OpsNow)를 완성해 기업의 IT 자산 및 비용을 최적화 관리하고, 거버넌스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클라우드로 이사해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던 IT 살림살이들을 신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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