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확인 서비스, 문서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접목

[아이티데일리] 최근 가상자산 광풍으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말, 가상자산 이슈가 불거진 이후 민간·공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으로 전자문서 진본 검증, DID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의 실용성을 입증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살펴본다.


2018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가상자산 이슈가 불거지면서부터다. 당시 비트코인의 시세가 2,700만 원에 육박하는 등 글로벌 이슈가 됐다. 가상자산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으며, 이에 따라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먼저 2018년부터 공공 주도로 블록체인의 우수 활용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공공선도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시범 사업으로 ▲투명한 전자투표 시스템(선관위)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발급 인증 시스템(외교부)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농식품부) ▲종이 없는 스마트계약 기반 부동산거래 플랫폼(국토부) ▲빠르고 효율적인 스마트 개인통관 서비스(관세청) ▲청년활동지원 온라인 플랫폼(서울시) 등이 진행됐다.

2019년에는 시범사업을 더욱 확대해 공공선도 시범사업 및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로 15개 사업이 선정, 추진됐다. 15개 사업은 ▲탈중앙화 기부 플랫폼 ▲블록체인ID 인증 서비스 ▲블록체인 중고차 플랫폼 ▲블록체인 국가기록관리 플랫폼 ▲블록체인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 서비스 ▲방위사업 지원 블록체인 플랫폼 ▲인증서 없는 병무청 민원서비스 블록체인 플랫폼 ▲재난재해 예방 및 대응 서비스 ▲시간제 노동자 권익보호 ▲블록체인 스마트 관광 플랫폼 ▲식품안전관리인증 서비스 플랫폼 ▲블록체인 우편 사서함 ▲블록체인 탄소배출권 이력관리 ▲블록체인 스마트 병원 서비스 ▲블록체인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 등이다.

2018년 시범사업 6개 과제에는 40억 원, 2019년 12개 공공선도 시범사업에는 85억 원이 지원됐다. 다만 이 사업들이 모두 평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국토부가 추진했던 ‘스마트 계약 기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 사업의 경우, 사업 지원 중단을 명목으로 1년간 사업이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스템 도입 시점은 2024년으로 초기 계획에 비해 2년 미뤄졌으며, 지원 기관도 달라졌다.

2019년에 진행된 시범사업의 경우,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병무청과 라온시큐어가 함께 추진한 ‘인증서 없는 병무청 민원서비스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은 지난해부터 간편인증을 통한 민원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와 LG CNS가 참여한 ‘블록체인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 사업은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 발표, 올해 531억 원 투자

특히 정부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확산 전략’을 통해 온라인투표, 기부, 사회복지, 신재생에너지, 금융, 부동산거래, 우정사업 등 7대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비대면경제의 인프라로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를 본격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효과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기업 생태계를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블록체인 사업에 531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블록체인 사업에 531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과기정통부)

이 확산 전략에 따라 올해 블록체인 사업에 총 531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먼저 블록체인 확산 사업이 추진된다. 그간 시범 사업들의 우수한 성과를 기반으로 국민체감도와 파급력이 높은 사회복지, 투표, 신재생에너지, 우정고객관리, 기부 등 5개 분야에 대한 확산 사업을 추진한다.

더불어 시범사업은 선도시범사업 10개, DID 집중사업 5개, 특구연계사업 4개 등 19개가 진행될 계획이다. 선도시범사업은 공공·민간의 블록체인 도입 효과가 높은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향후 확산사업으로 확대 가능한 신규 서비스 분야를 지원한다. DID 집중사업은 사물, 데이터, 계약 등 DID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해, 서비스 중심의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구연계 사업은 부산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사업을 통해 구축된 블록체인 서비스를 연계·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 발굴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부산미래혁신위원회는 ▲공공디지털 자산관리소 설립과 지역 화폐 블록체인 코인 발행 ▲블록체인 기반 개인정보 및 자산관리 시스템 시범사업 ▲부산 블록체인 특구 기업 추가 유치와 규제 완화 검토 등 4개 과제를 확정했다.


전자문서 진본확인, 저작귄 인증 등에 활용

전세계에서 블록체인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보안 분야다. 특히 문서보안 기업들은 문서의 위변조를 검증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수의 블록체인 기반 진본 증명 플랫폼 ‘파수블록(FasooBlock)’, 마크애니의 ‘애니박스(AnyBox)’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파수와 마크애니는 블록체인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파수는 온라인 콘텐츠 경쟁 플랫폼 ‘뜨자’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뜨자’는 온라인 콘텐츠를 쉽게 비교하고, 이용자들이 직접 그 내용을 평가해 투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파수는 투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평가와 투표에 대한 투명한 관리와 보안이 중요한 콘텐츠 경쟁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 및 순위 조작을 차단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마크애니는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애니는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애니블록(AnyBlock)’을 제공하고 있다. ‘애니블록’은 ▲전자문서 인증 및 진본검증 솔루션 ‘애니박스’ ▲교육이력 증명, 관리 및 증명서 발급 솔루션 ‘에듀박스(EduBox)’ ▲대용량 데이터 유통을 위한 블록체인 솔루션 ‘데이터박스(DataBox)’ ▲원산지 증명서, 전자영수증 등 기존 문서의 위변조 여부 및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솔루션 ‘트러스트박스(TrustBox)’ ▲IoT 디바이스 보안 검증 솔루션 ‘IoT박스’ 등으로 구성된다. ‘애니블록’은 블록체인 구축부터 운영,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성 기능과 블록체인에 공유되는 정보를 조회하는 모니터링 기능, 시스템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마크애니는 지난 3월 ‘애니블록’으로 GS인증 1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마크애니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애니블록’ 구성도(출처: 마크애니)
마크애니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애니블록’ 구성도(출처: 마크애니)

통합보안전문기업 SGA솔루션즈의 자회사 SGA비엘씨는 음원 유통 플랫폼 ‘뮤즈블라썸(MuseBlossom)’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공급했다. ‘뮤즈블라썸’에 적용된 블록체인 솔루션 ‘루트체인’은 음원 저작권 인증뿐만 아니라, 음원 판매 및 정산 이력 검증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DID, 신원확인에 블록체인 접목

국내에서 블록체인 활용 방안 중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방법은 분산 신원 확인(DID, Decentralized Identity)다. DID는 블록체인을 통해 분산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신원정보를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이 통제함으로써, 서비스 제공 기업에 사용자 신원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및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DID 기술 발전과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합체는 SK텔레콤의 ‘이니셜(Initial) DID 연합’, 라온시큐어의 ‘DID 얼라이언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MyID) 얼라이언스’, 코인플러그의 ‘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등이 있다.

또한 라온시큐어가 주도하고 있는 ‘ADI 어소시에이션’은 DID 플랫폼 간 연동할 수 있는 신뢰 기반 상호호환성 검증을 위한 인증 프레임워크 ‘GADI(Global Architecture for Digital Identity)’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이니셜 DID 연합, DID 얼라이언스,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등이 모여 기술 연동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합의했다. DID 시장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라온시큐어 ‘옴니원(OMNIONE)’, 아이콘루프 ‘마이아이디(MyID)’, 드림시큐리티 ‘매직DID(Magic DID)’, SK텔레콤의 ‘이니셜’ 등의 DID 솔루션이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들을 기반으로 기업들은 DID 시범 사업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병무청의 ‘인증서 없는 민원 서비스 제공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사업, 경상남도 스마트 도민증 사업 등이 추진됐다. SK텔레콤은 ‘이니셜’을 활용해 종이 증명서 제출 없이도 휴대폰 보험 보상 신청 및 처리가 가능한 ‘이니셜 휴대폰 보험 보상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아이콘루프는 강원도, 서울시, 제주도 등과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제주도와는 블록체인 기반 제주형 관광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 최근 설치 사업장 4만여 곳, 이용자 34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강원도의 디지털 통합 서비스 플랫폼 ‘나야나’ 구축 사업에 참여, DID 기술을 공급했으며, 블록체인 기반 강원도형 만성질환 통합 관리 플랫폼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의 DID 방문 관리 시스템 개발, 블록체인 기반 서울시민기자증 발급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신분증에 DID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올 초 라온시큐어, LG CNS, 시스원 등이 참여한 모바일 공무원증 시범 서비스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모바일 공무원증은 1월부터 정부세종청사와 서울청사 1만 5천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도입됐으며, 4월 대전·과천 중앙 행정부처의 7만여 명, 6월까지 중앙부처 소속기관 13만여 명 등 총 20만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공무원증 발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공무원증 예시(출처: 라온시큐어)
모바일 공무원증 예시(출처: 라온시큐어)


실생활로 스며드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 방안에 주목해야

가상 자산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가산자산 규제와 관련해 꼭 “가상자산을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말이 뒤따라 붙는다. 시범사업과 관련해 “가상자산을 배제할 수 있는 분야만 고르다보니, 블록체인 시장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가상자산 이슈와 블록체인 기술 관련 이슈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가상자산 이슈와 구분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인 논란이 뜨거운 만큼, 기술과 서비스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탈피하고자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배제한 블록체인 기술만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특히 보안 기업들은 제한된 사용자만이 접근해 블록체인 분산원장의 장점만을 활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환경에서도 시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초점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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