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판가를 ‘오픈소스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티데일리] 최신 IT 기술을 얘기하면서 오픈소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 어느 것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과 기여를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지원하고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① 오픈소스의 변화…공공사업도 달라져야 한다
② 오픈소스다운 방법론이 성공을 이끈다

커뮤니티와 코드 기여 문화 확산도 중요

한편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오픈소스를 활성화시키고자 시행한 정책들이 한 쪽으로 치우쳐있었다고 지적한다. 오픈소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픈소스의 사용자와 기여자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는 리눅스, 안드로이드, 마이SQL 같은 패키지 형태의 오픈소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상효 오픈플랫폼개발자커뮤니티(OPDC) 이사장은 “이제와서 상용SW 대신 오픈소스를 사용하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오픈소스가 상용SW의 대체품이었지만, 지금은 빅데이터‧AI‧IoT 등이 중요해지면서 오픈소스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에는 아직 기업이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후원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개인 개발자들 역시 대부분 스스로 코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낮다. 경험해본 적도, 필요하다고 느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깃허브와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정부가 오픈소스 커뮤니티 기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는 매년 오픈소스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NIPA의 ‘오픈소스 컨트리뷰톤’ 사업은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는 멘토와 오픈소스에 관심이 있는 멘티들을 매칭해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한다. 지난해에만 26개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해 300명 이상의 멘티들을 양성했다.
 

큐브리드, 재단 설립으로 사용자 기반 확대

강동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지금 국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오픈소스 기반의 성공 사례다. 이걸 한 건이라도 발굴해서 오픈소스를 하는 사람들이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는 등대 같은 사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사례는 그 과정 자체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픈소스SW재단 등을 비롯해 오픈소스 관련 재단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거나 거점을 글로벌 재단으로 옮겼다. 대부분의 국내 오픈소스 재단들은 개업 휴업 상태다. 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커뮤니티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데, 핵심적인 메인급 프로젝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작돼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타조(TAJO)’나 ‘제플린(ZEPPLIN)’ 같은 오픈소스들도 대개 아파치 재단 같은 글로벌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오픈소스 기여를 통해 발전하려는 개발자들 역시 글로벌 오픈소스쪽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아, 국내 오픈소스의 자발적 코딩 참여와 기여 생태계는 잘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월, 국내 DBMS 전문기업 큐브리드가 미국에 큐브리드 재단(CUBRID Foundation)을 설립하면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큐브리드는 2008년 자사 DBMS ‘큐브리드(CUBRID)’를 오픈소스로 전환했으며, 국내에서는 공공과 국방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1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오픈소스 사례로 꼽힌다.

큐브리드 재단은 오픈소스 ‘큐브리드’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재단 운영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는 없고, ‘큐브리드’는 130만 줄이 넘는 복잡한 소스코드로 이뤄져 있어 개인 개발자들이 흥미 본위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브리드는 장기적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오픈소스 본연의 방법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재단 설립을 결정했다. 현재 큐브리드 재단에서는 루마니아의 아니아소프트웨어(Arnia software)가 기업 레벨의 컨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큐브리드의 미국 재단 설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호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아파치와 같은 글로벌 재단에 비하면 아직 재단 규모도 핵심 프로젝트도 미약하지만, 국내 기업이 글로벌 오픈소스로의 성장을 목표로 재단 설립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큐브리드’ 프로젝트를 기업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큐브리드 재단이 전면에서 운영하면서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개발자들의 관심과 참여의 허들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드 공개보다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다운 방법론”
송상효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및 OPDC 이사장

SW진흥법을 보면 정부 주도로 개발한 R&D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고 돼있다. 실제로 많은 정부 과제들이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오픈소스 진흥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소스코드가 공개돼있다는 뜻이다. 가령 정부 R&D 과제를 수행한 다음 결과물을 깃허브에 공개하기만 하면 오픈소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픈소스인 척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과제 결과물들은 개인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관심을 가진 개발자가 있다고 해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응 채널이 없어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개발자들의 참여가 닫혀있는(close)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라고 할 수는 없다.

오픈소스는 단순히 코드를 공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픈소스다운 개발방법론을 지켜야 한다. 프로젝트 외부에 있는 개발자들이 소스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와 유인책을 마련하는 한편, 누구나 소스코드를 다운받아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잘 운영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개발자들의 참여율이 높다면, 정부 과제가 종료된 후 다른 재단(Foundation)으로 옮겨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 과제를 진짜 오픈소스처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어렵지만 해야하는 일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것이 아닐까. 정부 주도의 R&D 과제를 통해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늘어난다면 산업계 전반적으로 오픈소스에 대한 참여 문화가 확산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커뮤니티 지원, 국내 오픈소스의 성공요인

앞서 설명한 큐브리드는 민간기업에서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에 고무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기업이 수행할 수 없는 정부 주도의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과 개발자들이 앞다투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업계 전반의 오픈소스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최종적으로 산업계에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모델까지 제시해 우수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된 가장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뽑는다면 단연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를 꼽을 수 있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現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자바 스프링(Sprin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개발한 웹 기반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는 특히 개발 과정에서 오픈소스다운 개발방법론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초창기 개발과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함으로써,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NIA는 다년간 진행된 커뮤니티 지원사업으로 개발자들에게 무상 세미나를 제공하거나 핵심 커미터들의 활동을 지원해 기술적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PaaS-TA)가 오픈소스 생태계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파스-타는 클라우드 시장 확산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NIA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국내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70여 종의 오픈소스를 결합한 한국형 클라우드 PaaS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파스-타는 오히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와는 다른 행보를 걸으며 오픈소스 진영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전체 소스코드와 가이드가 깃허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정작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못해 오픈소스다운 방법론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따른다. 오늘날 오픈소스 생태계는 기업들의 전략적인 선택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는 오픈소스 기여에 대한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성립되기는 어렵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의 성공 역시 정부의 커뮤니티 지원 전략에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같은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파스-타가 더 많은 개발자들에게 공유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커뮤니티 지원 전략이 다시금 요구된다.

현재 NIA는 파스-타의 확산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스-타 관련 전문 기술지원이 가능한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파스-타 레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파스-타와 관련된 SW나 서비스에 대한 호환성 확인이나 플랫폼SW 비즈니스를 위한 확장성 확인 또한 추진했다. 이외에도 매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파스-타에 대한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를 개소하는 등, 기존의 파스-타 유지관리 사업의 한계 내에서 생태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은주 NIA 공공클라우드지원단장은 “플랫폼 오픈소스를 만들고 공개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생태계를 지원하고 확대해나가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일”이라면서, “민관이 협력해 함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를 해외로 확산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고심하고 있으며, 올해 내에 관련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오픈소스 정책 제시 필요

과기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개발자 연봉을 올리고 있는데, 필요로 하는 개발자 조건에 오픈소스 활용 경력이나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에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며, 현재 공공‧민간‧학계로부터 의견을 들으며 구체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오픈소스는 개발자들과 기업이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는 최초의 취지를 넘어서, 기업들의 역량과 비즈니스 성과를 놓고 겨루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시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오픈소스 전략을 분석하고 자사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등으로 정부의 IT 전략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이때,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의 성장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현명하고 단호한 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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