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은 물론 얼굴, 홍채부터 DNA까지…국내 시장 2천억 원 규모

[아이티데일리] 2001년, 생체인식 시스템이 새로운 보안 도구로 급부상했다. 지문, 홍채는 물론 정맥, 망막, DNA 등 신체의 특정 부위가 보안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이전에는 주로 지문이나 홍채가 보안시스템에 적용됐다. 하지만 점차 정맥, 망막, DNA 등으로 생체 인증 수단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한 보안 강화를 위해 2가지 생체 요소를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2001년 당시 혁신 기술로 떠오르던 생체인식 기술과 시장을 뒤돌아봤다.


국내 시장 2배 성장한 2천억 원 규모 예상

조사 기관들은 2000년 1천억 원 규모였던 국내 생체 인식 시장이 2001년에 2천억 원으로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당시 생체인식 시장의 성장에 대해 ‘총에서 날아간 총알’에 비유할 정도였다. 시장조사기관들은 특히 그동안의 지문 일변도였던 생체인식 시장이 얼굴, 음성, 홍채, 정맥 등으로 적용 대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생체인식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보안성과 편리성 때문이었다. 자신의 신체 일부분으로 자신임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보안성 면에서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신분증,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분실할 위험도 없다. 비밀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으며 위조도 불가능하다. 생체인식이 차세대 보안 시스템으로 주목받은 이유였다.

생체인식은 인터넷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사이버 상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동시에 보안 수단으로 생체인식이 사용된 것이다. PC 보안용으로 마우스에 지문인식 모듈을 탑재한 경우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2001년에도 많은 사람들은 생체인식이라면 지문인식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동안 지문인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1년 전 세계 생체인식 시장 규모 (출처: 2001년 바이오메트릭 산업 보고서)
2001년 전 세계 생체인식 시장 규모 (출처: 2001년 바이오메트릭 산업 보고서)

실제 지문 인식이 생체인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에 50.3%였다. 생체인식 분야에서 지문인식이 널리 사용됐던 이유는 가격대비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CPU의 기술적인 발전으로 지문인식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으며 인식에 필요한 비용 또한 낮출 수 있었다. 지문은 또한 오랫동안 연구대상이 돼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접근이 쉬웠다.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며 사람마다 다를뿐 아니라 나이를 먹어도 변화하지 않고 채집이 쉽다는 지문의 고유 특성도 사용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체인식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DNA에도 주목하기 시작했으나 실제 적용에는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 DNA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면서도 같은 DNA를 가진 사람이 없어 가장 정확한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DNA는 또 나이와 환경에 관계없이 변화하지 않으며, 정보를 조작하는 일도 쉽지 않다. 보안에 적용할 수만 있으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DNA는 그동안 친자확인 등 적용분야가 극히 한정돼있었다. 이를 보안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DNA는 채집하기가 어렵고, 사용자 측에서 DNA 분석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DNA 외에 홍채, 망막 인식도 주목받았다. 홍채 망막 인식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효율성이 높다. 다만 사용자의 거부감은 물론 채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인식기기 역시 비싸다는 점 때문에 보편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생체 측정학 비교표 (출처: 컴퓨터월드)
생체 측정학 비교표 (출처: 컴퓨터월드)


지문인식, 기술 축적으로 활용분야 확대

많은 사람들은 생체인식 하면 지문인식을 떠올린다. 그만큼 일반화됐고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이다. 지문은 고대사회부터 이용돼왔는데, 현대적인 지문비교 기술은 1684년부터 연구됐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술도 축적됐다.

 생체인식과 지문인식 성장률 (출처: 컴퓨터월드)
생체인식과 지문인식 성장률 (출처: 컴퓨터월드)

지문인식이 보편화 된 데는 기술 축적과 CPU의 성능향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PU의 성능향상으로 지문인식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1996년 지문 1개를 인식하는 데 20초가 걸려 제품 상용화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2001년에는 0.5초에서 1초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가격 역시 1996년 일본의 소니사에서 개발한 지문인식 모듈이 2,000달러에 달했으나, 2001년에는 200달러로 1/10정도 줄었다. 2001년 당시 지문인식의 에러율은 0.5%이내였고, 데이터의 크기는 250~1,000바이트였다.

2001년 당시 지문인식 기술은 렌즈를 통한 광방식과 반도체 방식 2가지로 구분됐다. 광방식은 내구성이 강하며, 제조 원가가 반도체 방식보다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니트젠’이라는 국내 기업이 이 기술을 채용했다.

‘휴노테크놀로지’는 반도체 방식을 이용했다. 반도체 방식은 모듈 크기가 작아 휴대폰, 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했다. 2001년 국내 지문인식 기업은 50여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50개 기업 가운데 지문인식 원천 기술을 지니고 있는 업체는 10여개사에 불과했다. 대부분 업체는 알고리즘, 모듈을 공급받아 2차 가공을 통해 제품을 제조해 판매했다.

2000년 지문인식 시스템은 주로 연구소 및 보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극소수 기업 사무실에만 구축됐다. 하지만 지문인식 시스템의 가격대가 낮아지며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마우스에 지문인식 모듈을 내장한 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가정용 도어락 등에도 적용되며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한 사이버 상에서 인증과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이버상에서 지문인식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기존 데이터 보안에 사용되는 PKI와 함께 지문인증으로 신원확인을 한 번 더 거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1년 지문인식 시장에서는 업체 간 전략제휴도 활발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니트젠’은 지문인식 모듈이 내장된 광마우스로 개인 서랍을 열고 잠글 수 있는 보안 가구를 선보였다. ‘보고테크’는 지문 인식 데이터가 내장된 IC카드를 개발하고 있었다. ‘휴노테크놀로지’도 네트워크 기반의 홈시큐리티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다중 생체인식기 등장

두 가지 이상의 생체 인식을 통합해 보안시스템의 기능을 강화 또는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보안 시스템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지문 인식의 경우 사람들중 약 5%는 지문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문이 없는 5% 때문에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문인식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당시의 지문인식 기술로는 100%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미미했지만 오인식률(FAR), 오거부율(FRR)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생체인식 기업들은 다중 생체 인식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고급 빌라에 지문 인식과 얼굴 인식 모듈이 함께 사용됐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생체인식 업체들은 2001년 공동으로 스마트카드에 다중 생체인식을 접속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체인식 업체들은 타 생체 인식 시스템과 통합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실제 생체인식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들 장점을 결합해 보다 나은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음성, 서명인식은 누구나가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각 개인마다 차별화할 수 있는 특이성도 낮았다. 또한, 음성과 서명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할 가능성도 높았고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위의 소음으로 인해 음성이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명과 음성은 채집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으며, 사용자의 거부감도 없었다.

얼굴인식의 경우 사람마다 보편성은 높았지만, 특이성이 낮았다. 얼굴은 변화하기 때문에 영속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채집하기도 쉽고, 수용성도 높지만 모자를 쓰거나 수염을 기르는 등 변장을 할 경우에는 인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얼굴, 음성과 같은 경우 신분 확인이 완벽하지 않지만 지문 인식 등과 함께 사용할 경우 오인식률과 오거부율을 줄일 수 있으며 사용의 용이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2001년에는 이러한 시장상황 속에서도 지문인식이 강세를 보였다. 당시 지문인식 기술 수준은 신원확인을 하고 기존 PKI 인증까지 접목하면 접근제어 및 사용자 인증 기능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렀었다.

SI 기업인 ‘포스데이타’에서는 마이텍코리아의 지문인증 솔루션을 PKI 솔루션과 결합한 제품개발에 돌입하기도 했었다. 지문인식 기업 ‘휴노테크놀로지’도 DES 기반의 128비트 블록 암호화 기술을 결합해 폴더 및 파일 암호화 기능을 제공했다. 또 자체 개발 중인 지문인식 알고리즘에 일회성 비밀번호 등을 탑재해 네트워크 상의 보안 인증제품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2001년 당시 생체인식 기업 목록 (출처: 컴퓨터월드)
2001년 당시 생체인식 기업 목록 (출처: 컴퓨터월드)


표준화 및 평가시스템 필요

2001년 생체인식 기술은 보안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으며 적용범위도 무궁무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문인식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음성인식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주로 사용됐다. 가전 기기를 음성으로 작동시키는 홈오토메이션 분야에 적용됐다. 이 기술은 지금은 일반화 됐지만 운전을 하면서 음성으로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음성인식은 몸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생체인식 분야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생체인식 데이터에 대한 보안을 우려했다.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고 있는 것처럼, 생체인식 데이터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생체인식 데이터는 보안성, 안전성이 뛰어난 만큼 유출됐을 때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생체정보가 유출된 사용자는 평생 그 부분의 생체를 이용해 인증을 할 수 없게 된다. ‘생체데이터 보호법’의 필요성도 대두된 이유였다.

생체인식 시장에서도 표준화가 지적됐다. 초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이 각기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향후 제품의 연동에 문제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표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표준화를 위해 200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주축으로 생체인식 관계자들이 모여 ‘생체인식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생체인식협의회는 국내 생체인식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체인식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이 협의회는 기술 분과, 표준화 분과, 시험‧평가분과 등 3개의 분과위원회로 나눠졌다. 기술분과는 생체인식 관련 최신 기술과 산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보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표준화 분과는 생체인식 관련 국내 표준 제정 및 국제 표준화 활동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 시험‧평가 분과에서는 생체인식 기술과 제품의 시험 및 인증 환경 구축 지원과 생체인식 관련 기술‧제품의 성능 및 상호 운용성 평가 지원을 목표로 했다. 이 협의회에는 40여개의 생체인식 기업과 ETRI와 KISA의 연구진, 대학교수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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