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유통 활성화에 IT산업 미래 10년이 달렸다”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경제·문화 전 영역에서 혼란을 겪은 2020년은 일부에게는 기회가 된 한해이기도 하다. IT업계는 많은 사업들이 연기 혹은 취소돼 타격을 입었고 영업과 마케팅 측면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전통적인 대면 기반의 산업군보다는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위기의 2020년을 지나고 있음에도, 국내 IT업계는 올해를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첫 발을 뗀 한 해로 기억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의 초대형 경기부양 정책인 ‘디지털 뉴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Data)’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이에 국내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추진하고자 많은 기업들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정부와 관련 기관에 성토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국데이터거래소(KDX)가 개소되고, 마침내 올해 업계의 숙원이었던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각종 여건이 마련되며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가 눈앞에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컴퓨터월드/IT DAILY)에서는 데이터 경제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 유통’을 주제로 공동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본격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데이터 생태계’가 어떻게 꿈틀거리며 성장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1부 - ‘디지털 뉴딜’로 데이터 유통 활성화 기반 마련
2부 - ‘10대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데이터 유통 생태계 다진다
3부 - 안전한 데이터 유통 환경, 데이터거래소가 책임진다

공공‧민간 아우르는 산업계 통합 플랫폼 구축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위해 가장 전제돼야 할 것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함께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해왔다.

해당 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에서 10개의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데이터 중심의 혁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각각의 플랫폼을 뒷받침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100여 개의 센터를 구축하고, 센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보다 상위의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유통 및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9년 금융‧환경‧교통‧헬스케어‧통신 등 주요 산업별로 빅데이터 플랫폼 과제를 선정했다. 해당 사업에는 총 44개 과제가 접수돼 빅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을 간절히 원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두 차례에 걸친 평가를 통해 10개의 과제가 선정, 3년간 총 1,516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은 ▲데이터 생산·구축·수집·분석·유통·활용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데이터 품질 확보 및 표준화 등 데이터 재생산 비용 및 창업 지원 ▲도메인별 전문 교육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전문기술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선정된 10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과제
지난해 선정된 10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과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플랫폼 주관기관으로 공공과 민간의 협업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문화정보원이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공단체들 외에도, 비씨카드나 KT와 같은 민간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최종적인 플랫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는 외국에서 민간이나 공공 중 어느 한 쪽의 주도로 데이터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가령 미국은 데이터 브로커 역할을 하는 민간 기업들이 데이터 생산‧유통 생태계를 주도해왔고, 반대로 중국은 민간기업을 배제한 채 정부가 직접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반면 과기정통부의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은 10개 플랫폼에 공공과 민간이 조화롭게 구성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단일한 빅데이터 플랫폼 상에서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손쉽게 검색하고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개 분야별로 데이터 플랫폼을 나눈 시도 역시 기대를 모으는 요인이다. 단일한 플랫폼에 모든 데이터들을 통합할 경우, 플랫폼의 규모가 너무 커져 관리가 힘들어질뿐더러 원하는 데이터를 찾는 것 역시 어렵게 된다. 원하는 데이터들을 손쉽게 찾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데이터를 적절히 나누어 검색이 용이하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사업에서는 10개의 개별 플랫폼이 각자 산업별 특징을 갖춘 데이터를 모으되, 모든 플랫폼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찾고 결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즉 각각의 플랫폼들은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처럼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플랫폼 간에 데이터를 결합할 경우에도 논리적인 상호운용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DCAT(Data Catalog Vocabulary)이라는 공통된 표준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산업별로 나눠진 10개 플랫폼은 민간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들이 서로 공유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데이터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독자적인 데이터들을 공개하기 어렵다. 이는 서로 다른 기업들끼리 데이터를 교환해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한들 가치 보전의 차원에서라도 섣불리 데이터를 공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이 추진된 이후 민간업계의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 NIA 관계자는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되기 전부터, 플랫폼 주관기관들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어떤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게 되자 서로간의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데이터 거래가 적극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데이터를 잘 지켜나가는 것만큼이나 자신들이 원하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공유하고 거래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데이터 거래와 공유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들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공통된 기준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이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 수요 늘려 자생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해야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에는 약 7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0대 과제와 각 플랫폼의 주관기관을 선정하는 한편, 향후 플랫폼 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이 되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성공적인 구축을 위한 기반을 닦는 해였던 셈이다.

올해 NIA는 지난해 구축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들이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운영 및 유지보수에 집중하는 한편, 플랫폼 간의 데이터 유통이 일어나 성공적인 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플랫폼을 통해 서로 다른 기업 간의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선도적인 사례 발굴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실제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데이터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많은 역량을 쏟았다.

이는 장기적으로 10개 빅데이터 플랫폼이 정부의 도움 없이도 자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으로 계획돼 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각각의 플랫폼들이 추가적인 지원 없이도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과기정통부와 NIA는 내년까지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데이터 거래가 집중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앞으로도 공공‧민간의 데이터 거래 수요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통합 데이터 지도 서비스
빅데이터 플랫폼 통합 데이터 지도 서비스

특히 앞서 설명한 10개 플랫폼 간의 논리적인 데이터 연결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전체 플랫폼들의 데이터 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통합 데이터 지도(이하 데이터 지도)’를 마련했다. 데이터 지도에서는 개별 빅데이터 플랫폼들이 생산 및 공개하는 데이터들을 유형별‧주제별‧지역별로 구분해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검색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들을 찾고 연관성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는 플랫폼 구축 초기단계부터 논리적으로 모든 플랫폼을 연결하려는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NIA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10개 플랫폼들이 모두 고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다음 단계로 이들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법을 강화함으로써 가치를 몇 곱절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관계자는 “내년에는 플랫폼과 플랫폼, 플랫폼과 센터, 센터와 센터 사이의 교차를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더 나아가 공공 데이터 포털과도 연계해 공공과 민간의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서 아우를 수 있는 통합 포털의 출범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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