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이 확대일로다. 이로 인해 중국 기술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이 지정학적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IT 대기업들이 대거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스까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나 텐센트 등은 모두 미국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와의 국경분쟁 영향으로 인도에서도 퇴출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이 확대일로다. 이로 인해 중국 기술 기업들이 해외 거점을 싱가포르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이들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눈여겨보고 이곳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포브스, 로이터 등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의 IT 기업이 싱가포르에 거점을 마련한 사례가 현재까지 10여 건에 이른다.

이는 미국, 유럽, 인도 등지에서는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와 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IT와 금융산업이 발달해 있고 동남아를 비롯한 외국과의 비즈니스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메신저 앱 위챗으로 알려진 텐센트는 최근 싱가포르에 동남아 지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허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허브 강화를 위해 게임 등 몇 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싱가포르로 완전히 이전한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미국보다는 인도로부터의 배제가 뼈아프다. 인도 정부가 위챗의 다운로드를 중단시켜 텐센트의 타격은 컸다. 싱가포르로의 이전은 이 같은 아시아 각국의 동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중국해 분쟁으로 동남아 각국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정책으로도 풀이된다.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도 싱가포르 법인을 동남아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 거점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부 엔지니어는 싱가포르로 이동했으며 결제서비스 EC사업 등과 관련해 2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또 현지에서는 디지털은행 사업권 입찰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틱톡의 미국 비즈니스 향방이 어떻게 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바이트댄스의 경우 중국 정부와도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관련 연구소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영국에 설립한다는 R&D 센터는 영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한다는 결정 이후 지속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화웨이는 예정대로 설립할 방침이라고 확언하지만 당초 계획됐던 규모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증권업계 2위인 하이퉁증권이나 알리바바 산하 금융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스 그룹 등도 최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AI 스타트업 센스타임,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중국 최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YY, 통신그룹 차이나모바일 등도 이미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싱가포르는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자세이며,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세제 혜택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싱가포르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 투자 매니지먼트 협회(IMAS)는 요즘, 중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중국 기업의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높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 중국 기업의 회원 수는 매년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 대통령 선거 이후, 미중 분쟁의 양상은 변화겠지만 중국의 기업들은 이미 전략적인 글로벌 방침을 세워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점은 싱가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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