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에 종속된 IT 강국 기반 바꾸자”
MS OS 출시 때마다 ‘전자 정부’ 홍역 앓아...정부 '공개소프트웨어 육성' 강화해야
2007-02-25 윤성규

▲ 한국MS는 지난 1월 31일 일반 소비자용 윈도우 비스타 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 XP’ 출시 후 6년만인 지난 1월 31일, 윈도 XP에 비해 성능과 기능면에서 획기적이랄 수 있는 ‘윈도 비스타’ OS를 출시했다. 향상된 OS의 탄생이 MS에겐 경사였겠지만 이 제품 때문에 우리나라 인터넷은 한때 온통 비상이었다. 정부차원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열렸고 행정자치부의 공개토론회도 개최됐다. 또 정책 입안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가 청구됐고 법원에도 민사조정 건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대안은 뭔지 긴급 점검했다.
윤성규 기자 sky@rfidjournalkorea.com
정부는 지난 2월 16일 과천청사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윈도 비스타 출시 파급효과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4월 말까지 MS ‘윈도 비스타’에서도 전자정부 민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비스타’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터넷
정부는 행자부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전산원), 그리고 IT업체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종합대책반을 구성, 오는 4월 말까지 중앙 및 시·도의 총 5128개 시스템에 대해 대응 조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민원서류 발급과 납세 등 전자정부 주요 서비스 대부분은 윈도 비스타 관리자 모드로 로그인하는 임시조치를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부는 2월 현재 주요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중 31%의 윈도 비스타 호환성을 확보했으며 3월에는 77%, 4월에는 100% 호환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MS 윈도 비스타는 현재 인터넷상 응용프로그램을 가동할 때 주로 사용되는 ‘액티브X(ActiveX, 인터넷에서 응용프로그램을 사용자 PC에 자동으로 설치해 실행시키는 기술)’와 충돌,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시스템 이용시 프로그램이나 공인인증서 발급이 안 되고 음성과 동영상 실행시 오류 등의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날 회의 결과 정부는 장기적으로 액티브X의 보안상 취약성과 호환성 미흡을 보완할 수 있는 공개소프트웨어, 자바 등의 기술 활용을 유도해 웹 사이트 구축이나 개편시 W3C(World Wide Web Consortium, http://www.w3.org) 등 국제 표준을 준수토록 할 방침이다.
특정 OS나 브라우저 종속에서 벗어나야
경제정책조정회의에 하루 앞선 지난 2월 15일에는 행자부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전자정부서비스 보편성 제고를 위한 공개토론회’도 개최했다.
행자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MS 윈도 비스타 출시에 대비해 대부분 MS 운영체제로 개발돼 운용되고 있는 전자민원 G4C 등 행정공공금융기관의 인터넷 서비스 시스템의 개선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작업에 앞서 이번과 같은 공개토론회가 열렸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아쉬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행자부 전자정부본부 표준화팀 서보람 팀장은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준은 법령, 국민들의 요구,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며 “이 3가지 중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기준에 전자정부 서비스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전자정부 시스템이 MS 플랫폼만을 활용해 구축됐고 국민 소수의 공개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MS 플랫폼 기반으로 전자정부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에 MS가 새로운 OS를 출시할 때마다 이번과 같은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참석자들 대부분은 MS 플랫폼 외에 리눅스, 맥 OS 사용자들도 전자정부 민원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자부는 결국 공개 토론회 후 6일만이 지난 2월 21일 ‘2007년 행자부 업무계획 발표’에서 “올해부터 국민들이 다양한 웹 환경에서 전자정부 서비스를 사용 가능하도록 전자정부 시스템에 웹 표준 등의 적용을 의무화 할 것”이라며 “특정 OS나 브라우저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어느 OS나 브라우저에서도 전자정부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도 오는 3월 15일 소프트웨어진흥단의 올해 업무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행자부와 같은 리눅스, 맥 OS 등과 관련된 지원책이나 진흥책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 선택권 국민에게 줘야
이번과 같은 사태를 지난해 여름부터 제기해 왔던 고려대학교 법학과 김기창 교수도 이번 기회에 관련 공무원들의 잘잘못을 따져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김 교수는 국민이 정부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데 어떤 일방적인 소프트웨어만으로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 정부가 공인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정부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이렇게 되도록 법과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5월 웹페이지 국제표준화운동 단체인 오픈웹(www.openweb.or.kr)을 오픈하고 운영하고 있는 김기창 교수는 정통부, 행자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금융결제원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시스템, 전자공인인증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MS 플랫폼 기반으로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시스템을 만들 경우 이번과 같은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MS 종속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관계 공무원들이나 관계자들의 반성과 정책변경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김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금융결제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원고인단을 모집했고 지난 1월 23일 83명 명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3월 7일 오전 11시로 민사조정 기일을 정했고 결국 금융결제원은 조정 기일 마지막 날일 7일 오전 판사 입회 하에 김기창 교수와 만나 비공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김기창 교수, 금결원 상대로 3월 7일 민사조정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28일부터 금융결제원 담당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쓰지 않는 이용자는 금융결제원으로부터 공인인증서 발급을 거절당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데 중대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부당함을 설명했고 시정을 요구해 왔다.
김기창 교수의 요구는 간단하다. 공인인증기관 대행 기관(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의 서버 쪽 솔루션은 해당기관에서 개발, 설치, 운영, 관리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게 되는 가입자 설비(클라이언트)는 공인인증기관에서 공급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MS 제품 이용자를 위한 가입자 설비(클라이언트)는 지금도 무료로 제공되며 윈도, 매킨토시, 리눅스 사용자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가입자 설비는 이미 국내 업체도 개발을 완료, 공개 시연까지 마친 상태이고, 그 구입 비용도 2억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또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는 공개소스로도 개발돼 전세계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결제원과 정통부 관련 공무원은 “전자서명법이 지난 1999년부터 적용돼 잘 운용되고 있는 데 지금에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공인인증서 관련 업무는 정통부 관할이기 때문에 김기창 교수는 정통부 K 공무원과 KISA 모 팀장을 상대로도 지난 2월 15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 감사 청구서는 이미 정통부에 접수됐고 관련 자료(감사 청구에 대한 의견)를 K 공무원이 첨부해 정통부에 접수된 날부터 30일 내에 감사원으로 이송된다. 감사원의 정통부 감사는 빠르면 오는 3월 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행자부와 정통부의 올해 업무계획에 거론된 ‘어떤 OS나 브라우저로도 전자정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의지가 어느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금융․포털․게임 등 온라인사이트에도 파장
이번 사태는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시스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기관들과 온라인쇼핑이 이뤄지는 포털 사이트, 그리고 게임 사이트까지 일대 혼란을 빚었다. 인터넷뱅킹 시스템들과 윈도 비스타의 호환 작업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부분 이달 안에, 증권사는 다음달 중으로 호환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 비스타 출시 후 15일이 지난 현재 국민,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경남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은 윈도 비스타와 인터넷뱅킹 시스템 호환을 확보했다. 농협과 부산, 부산, 대구, 광주, 제주, 씨티은행 등도 이달 중으로 호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경우는 12개 증권사가 이달 중, 15개 증권사가 3월 중에 호환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유화와 대신증권은 현재 호환됐다. 굿모닝신한증권, 한화증권 등 12개 증권사는 2월 중, 현대증권, SK증권, 우리증권 등 15개 증권사는 3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윈도 비스타 사용자는 네이버, 야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옥션, 인터파크, 티켓링크, GS이숍 등 온라인 거래 사이트도 이미 호환을 확보했고 G마켓, 예스24도 이달 중, 멜론은 3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천년 등 온라인게임 사이트도 역시 이달 말까지 정상적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행자부 전자정부본부 표준화팀 서보람 팀장은 “올해부터 신규로 구축되는 시스템에는 각종 국제, 국내 웹표준의 적용을 의무화하고 기존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 인력, 보안 등의 문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며 “우선 인터넷 민원서비스시스템(www.egov.go.kr)에서 키보드 보안, 바이러스 방지 등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특화된 서비스를 기타 브라우저 사용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상세 내용은 본지 3월 호 54쪽~56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