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퀴닉스 “망중립·분산형 AI 인프라가 미래 DC의 표준”
18일 경기도 고양시 향동동 SL2x·SL4 데이터센터 현장 방문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이 전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전력, 네트워크 속도 등 기존 IT 인프라와 AI가 요구하는 인프라 스펙 간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에퀴닉스(Equinix)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고자 분산형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18일 에퀴닉스의 SL2x·SL4 데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해 직접 차세대 AI 인프라 현장을 살펴봤다.
에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기업이며, 코 로케이션(Co-location)과 상호연결 서비스를 전문으로 27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분산형 인프라·망 중립 데이터센터
AI 환경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요소는 전력과 지연 시간이다. 기존 워크로드는 랙당 5~10킬로와트(㎾)면 충분했지만, AI 학습·추론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집적 환경은 랙당 40~80㎾가 필요하다. 최신 엔비디아 GPU의 경우 120㎾가 요구된다. 지연 허용 범위 역시 기존 100~500밀리초(ms) 수준에서 에이전틱 AI와 실시간 추론 시대에는 10ms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분산형 AI 인프라는 △데이터의 분산 생성 △초저지연 처리 △멀티클라우드 활용 △데이터 거버넌스 등의 AI 서비스를 위해 요구되는 필수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휴대폰,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곳에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데이터들이 각 장소에 퍼져있기 때문에 기존의 중앙집중형 인프라만으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는 10ms 이하 속도 접근 가능한 인프라며, 특히 도심과 가까운 곳에 배치되기 때문에 초저지연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는 분산형 인프라인 점과 더불어 전 세계 3,000개 이상 통신사와 연결된 망중립 데이터센터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오라클(Oracle) 등 주요 퍼블릭 클라우드와도 직접 연결되며, 사용자는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도 다양한 클라우드의 AI 모델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무중단 수도권 디지털 캠퍼스 선봬
현재 에퀴닉스는 서울 및 수도권에 리테일 데이터센터 2곳(SL1·SL4)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곳(SL2x)을 운영 중이다. SL1은 상암동 인근에 위치한 초기 리테일 센터로 공랭식 기반이며, 이후 경기도 고양시 향동동에 구축된 SL2x와 SL4를 구축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들은 고객이 원한다면 수랭식 냉각 방식도 지원할 수 있다. SL4는 SL1과 다크 파이버(Dark Fiber)로 직접 연결돼 있어, 서울 메트로 내 상호 연결된 디지털 캠퍼스를 형성하고 있다.
SL2x는 페이즈 1(Phase 1)과 페이즈 2(Phase 2)로 구분해 설계됐으며, 페이즈 1은 이미 지난해 구축이 완료돼 개소한 상태다. 해당 데이터센터의 2층은 SL4로 구성돼 있다. 페이즈 2는 현재 구축 중이다.
L2x는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먼저 지하 3층에는 연료탱크가 있다. 도심형 데이터센터 특성상 외부 부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연료탱크는 소방법 기준에 따라 공간별로 구획해 지하에 설치했다. 스파크에 의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방폭 스위치도 적용됐으며, 연료는 경유를 사용한다. 디젤 발전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연료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도록 구성돼 있다.
1층에는 3.9메가와트(㎿)급 디젤 비상발전기 10대가 설치돼 있다. 발전기는 소음 저감을 위해 인클로저(Enclosure) 구조로 감싸고 있으며, 하부에는 스프링 기반 댐퍼를 적용해 진동을 최소화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비상 상황에서는 이 비상발전기를 통해 최대 48시간 동안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비상발전기가 가동되기 전까지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자동으로 전환돼 무중단을 보장한다.
에퀴닉스 코리아 이종래 센터장은 “에퀴닉스는 1년에 한 번씩 한전의 전력 공급을 끊고 비상발전기와 UPS가 잘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CUFT(PTP 테스팅)을 시행한다”며 “이를 위해 고객에게는 37일 전에 고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센터 지난 10월 중순에 CUFT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테스트는 매년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진행된다.
2층은 기본적인 인프라(상면, 배러리룸, 항온항습실 등)가 갖춰진 데이터홀이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는 코로케이션이기때문에 고객별로 프라이빗 케이지를 통해 상면을 구분한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구성해 하중을 잘 견딜 수 있게 설계했으며 천정에는 통신, 센서, 파워 등 여러 종류의 트레이로 구성돼있다.
열 관리의 경우 핫 아일(Hot Aisle) 컨테이먼트를 적용했다. 천장 위에서 공급되는 찬바람을 서버 앞쪽으로 유입시킨 뒤, 서버를 통과하며 뜨거워진 공기를 별도의 구획(핫 아일)으로 모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는 냉방 효율을 극대화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과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한다.
배터리 룸 역시 화재 예방을 위해 방화벽으로 이격돼 있다. 더불어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 시 직원들이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각 공간에 표준운영절차(SOP), 비상운영계획관리(EOP)문서를 배치해뒀다.
냉동기는 19대가 설치돼 있으며, 필요부하(N)를 위한 17대와 백업을 위한 냉동기 2대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를 ‘N+2 에어 쿨드 칠러 시스템(Air Cooled Chiller System)’ 형식이라고 한다.
옥상의 모든 냉동기는 링 모양의 헤더를 통해 연결되며, 각 층의 냉수 공급관이 그물망 구조로 상호 연결돼 있다. 현재 공랭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고객이 요청한다면 수냉식 공급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월 팬 유닛은 N+20% 형태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홀의 서버 부하 기준(N)에 플러스로 20% 여유 자원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고장 및 유지보수 시에도 서버룸 내 안정적인 온습도 운영이 가능하다.
미래 데이터센터 핵심 키는 ‘에너지 확보’
향후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수도권 인접성보다는 에너지 확보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규모 AI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전력 공급의 지속성·확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퀴닉스 코리아 장혜덕 대표는 “에퀴닉스는 탄소중립 전력원을 포함해 모든 에너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싱가포르·호주에서는 이미 전력구매계약(PPA)을 완료했다. 한국도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기업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리테일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울산·전남 등 지방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국내 데이터센터 생태계가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전력 기반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