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쇼핑의 진화: 검색에서 추천으로, 그리고 추천에서 대화로
아마존웹서비스 소찬호 솔루션즈 아키텍트
[아이티데일리]
소찬호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유통/소비재 산업 고객들의 혁신을 지원하며, 최신 클라우드 아키텍쳐와 생성형 AI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접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전틱 AI 기술을 현업에 접목해 업무 효율화, 고객 경험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차고에서 시작된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은 인터넷 혁명과 함께 전 세계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단순한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시작된 이커머스는 검색 기능,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원클릭 결제 등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며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진화시켜왔다.
이제 아마존은 다시 한번 쇼핑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2024년 출시된 AI 쇼핑 에이전트 ‘루퍼스(Rufus)’는 단순히 상품을 검색하고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를 통해 쇼핑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했다. 루퍼스는 출시 몇 개월 만에 아마존 전체 검색의 13.7%를 차지했으며, 근 몇 년 내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쇼핑의 본질이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30년간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구매를 디지털로 옮겨온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AI가 소비자의 의사결정 자체를 혁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AI 에이전트는 소비자가 상품 정보를 비교하고 리뷰를 읽는 데 들이던 시간과 노력을 대신 수행하며, 더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에 따르면 이미 39%의 소비자들이 상품 탐색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Z세대는 54%에 달한다. 최근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선보인 퍼플렉시티 쇼핑(Perplexity Shopping)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즉 AI 에이전트는 이미 온라인 쇼핑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쇼핑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가장 적합한 답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OLED와 QLED의 차이가 뭐야?”라고 물으면, 기술적 차이뿐 아니라 사용자의 시청 환경에 맞는 제품까지 추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직접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야 했던 일을 이제 AI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기술적 구현: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쇼핑 혁신
이 같은 트렌드 속에서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에이전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술적으로 쇼핑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사고 능력과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검색 결과가 부족할 경우 단순히 “결과가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대신, 검색어를 스스로 수정하거나 대체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단순 생성형 AI가 아닌 AI 에이전트가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복잡한 에이전트 개발 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AWS는 최근 스트랜드 에이전트 SDK(Strands Agents SDK)를 선보였다. 간단한 코드 몇 줄만으로 모델과 지침, 그리고 에이전트가 사용할 도구를 정의해 AI 에이전트를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쇼핑 에이전트에게 상품 검색은 필수적인 핵심 기능이다. 자연어 처리와 추론 능력을 기반으로 모호한 요청도 이해하고, 가격, 기능, 취향, 브랜드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한다. 여기에 주문 조회, 배송 확인, 반품·환불 처리 같은 기능이 결합되면, 쇼핑 전 과정을 관리하는 완전한 쇼핑 어시스턴트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지난주에 주문한 노트북이 언제 도착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에이전트는 주문 이력을 조회하고 배송 API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해 답변할 수 있다. 또한 “이 제품을 반품하고 싶어요”라는 요청에는 반품 정책 안내 및 대체 상품 추천까지 수행할 수 있다. 즉, 에이전트는 구매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쇼핑의 모든 여정을 지원하는 지능형 파트너로 확장된다.
지능화, 개인화 쇼핑의 필수 요소: 컨텍스트 연속성 확보
진정한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메모리(Memory)’ 기능이 필수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쇼핑 에이전트는 여전히 사용자의 구매 이력, 선호도, 사이즈나 색상 취향 등 개인적인 쇼핑 히스토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매번 일반적인 추천만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나는 발볼이 넓어”와 같은 개인적 특성이나 “리뷰를 중요하게 본다”, “케어가 까다로운 소재를 선호하지 않는다” 등의 행동 패턴을 다음 구매 상황에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메모리 기능이 있는 쇼핑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선호, 과거 구매 패턴, 개인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기억해 매번 반복되는 질문 없이도 사용자의 요구를 예측하고 맞춤형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의 관계를 학습하며 점점 더 정교한 파트너로 진화하게 만든다.
에이전트의 메모리 기능을 구축하려면 대화에서 기억할 만한 정보를 추출해서 저장하고 추후에 유사한 질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기억을 가져와 답변에 활용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AWS는 지난 7월 뉴욕 서밋(New York Summit)에서 에이전트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발표했다. 최근 정식 출시된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Amazon Bedrock AgentCore)의 메모리 기능(Memory)을 활용하면 이러한 복잡한 과정들을 추상화하고, 데이터베이스 운영 부담 없이 손쉽게 대화 이력을 관리하고 장기 기억을 생성할 수 있다.
메모리 기능이 있는 쇼핑 에이전트의 효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3월에 고객이 “발볼이 넓어서 고민이고, 흰색 운동화는 관리가 어려워 싫어한다”고 했다면, 6월에 “여름용 운동화 추천해주세요”라고 할 때 에이전트는 별도의 질문 없이 “발볼이 넓으시고 어두운 색상을 선호하시니까, 통풍이 잘 되고 착화감이 편한 네이비나 그레이톤의 운동화를 추천드립니다”라고 맞춤형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메모리가 없는 기존 에이전트가 매번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나요?”, “선호 색상이 있나요?”라고 묻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다.
현재의 한계와 극복 과제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으며, 에이전트가 잘못된 응답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검증과 설계 단계에서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 응답 품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에게는 에이전트가 AI임을 명확히 알리고, 중요한 결정에는 추가 확인을 권하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신뢰 구축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법적·윤리적 관점에서 구매 결정의 책임, 데이터 활용 범위, 에이전트 간 거래에서 발생할 분쟁 해결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제들은 기술 발전과 함께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주요 기업들도 이미 관련 인프라와 정책 정비에 나서고 있다.
Agentic Commerce의 미래
향후 쇼핑 에이전트는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결제까지 수행하는 주체로 발전할 전망이다. 에이전트와 함께하는 쇼핑은 상품을 찾는 데에서만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페이팔(PayPal)에서는 에이전트 툴킷(Agent Toolkit), 마스터카드(Mastercard)에서는 에이전트 페이(Agent Pay), 비자(Visa)에서는 에이전트 API(Agent API)를 발표했다.
이는 에이전트가 인증 정보를 보유하고 결제를 대신 수행하는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AWS 또한 에이전트의 개발, 배포부터 인증 및 보안까지 아우르는 확장 가능하고 안전한 플랫폼인 AWS 또한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Amazon Bedrock AgentCore)를 통해 에이전트의 개발·배포·인증·보안 전 과정을 지원하는 확장 가능한 안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뉴욕 여행 항공권과 숙소를 예산 400만 원 내에서 예약해줘”라는 간단한 명령만으로 전체 일정을 자동 예약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와 함께하는 쇼핑의 미래는 ‘무엇을 살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업들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며, AI는 그 여정의 가장 강력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