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2026년 AI 예산안 10조 원 돌파…‘AI 3대’ 강국 도약 첫걸음 내딛나

GPU 5만장 확보 및 AGI 연구소 설립, AI 인재양성 대폭 확대…예산 효율·집행력 논란도

2025-11-04     박재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KTV)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1천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2025년도 본 예산인 3조 2천억 원 대비 211% 증가, 추경 대비 79% 확대된 규모다. 정부는 GPU 인프라 확충, 산업·공공 AX 확산, 인재양성, AGI 연구소 설립 등 다양한 분야로 예산안을 확대·편성하며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26년 정부의 AI 관련 예산안을 소개했다.


“AI 3대 강국 위한 대전환에 10조 1천억 원 배정”

먼저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적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하며 AI 예산안의 당위성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천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3조 3천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2조 6천억 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천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예산으로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실증 추진을 통해 AI 기반 지역 혁신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인재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천 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 1만 5천 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 5천 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면서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국가 AI 인프라 전면 확충

먼저 정부는 AI 인프라 부문에 집중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GPU를 대량 구매해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인 ‘AI컴퓨팅자원활용기반강화’에 2조 1,087억 원을 편성했다. 2025년 추경 예산 대비 4,892억 원, 약 30.2% 늘어난 수치다.

‘AI컴퓨팅자원활용기반강화’ 사업 예산안(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사업은 GPU 서버 확충(1조 3,998억 원)과 통합운영환경 구축(6,832억 원)으로 구분된다. 정부가 직접 GPU를 구매해 국가 AI 인프라로 활용하는 최초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2025년 추경을 통해 확보한 1.3만 장(B200·H200 등)에 이어, 2026년에는 B200 GPU 1.5만 장(서버 1,875대)을 추가 구입해 총 2.8만 장을 확보하게 된다.

GPU는 네이버클라우드, NHN, 카카오 등 3개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산업계·학계·연구기관에 분산 제공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누적 GPU 5만 장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AI컴퓨팅자원활용기반강화’ 사업은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민간 시장 위축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GPU를 민간 사업자에 ‘현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국가재정법 제17조의 예산총계주의(모든 수입은 세입, 지출은 세출로 계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간 사업자가 GPU 일부(13,136장 중 2,680장, 20.4%)를 자체 활용하고 임대 수입을 얻더라도 정부 세입 예산으로 편성되지 않는 구조다. 특히 GPU 사용료 체계와 자원 배분 방식이 아직 마련되지 않다는 점 역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요소로 보인다.

정부의 GPU 확보 지원사업 비교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중심의 ‘국가AI컴퓨팅센터(SPC)’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민간 시장가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GPU를 제공하고, 국가 과제·산학연 연구 등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분하고 2026년 상반기 내 사용료 부과 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민간 GPU 임대 시장과 경쟁하게 되는 구조이고, AI 인프라의 공공·민간 역할 경계를 모호하게 할 수 있다. 정부 구매형 모델은 단기적 ‘물량 확보’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 의존형 AI 인프라’로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AGI 연구소 설립·AI 인재양성 강화

2026년 정부는 처음으로 ‘AGI(범용 인공지능) 준비 프로젝트’를 신설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산업의 다음 단계로 AGI 연구 생태계 구축을 내세우며, 민간·학계 주도의 ‘국가 AGI 연구소 설립 사업(출연금 350억 원)’을 포함했다.

이 사업은 기존 정부 주도 대형 R&D 구조를 민간 중심의 ‘국가형 연구기관-산학협력 허브’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연구소를 독립 재단법인 형태로 전환하고, 민간 출자금(약 200억 원)과 정책금융(600억 원)을 유치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AGI 연구소는 초거대 언어모델과 자율학습형 AI, 멀티모달 융합 기술을 포함한 ‘차세대 생성 AI 국가 표준 연구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AGI 준비 프로젝트 예산안(위쪽)과 사업 출자 방식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구체적 운영안은 빠져 있다. 조직 구성, 재원 소요, 추진 기간, 법적 근거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예산만 반영됐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중기재정소요 산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특히 AGI 연구소 설립은 단일 과제가 아닌 종합 연구체제 구축에 해당하므로, 한국형 AI 10년 전략 내 별도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AI 거버넌스와 예산 편성 구조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AGI 연구소를 신설할 경우, 또 하나의 행정형 연구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AI 인재양성 부문도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AI 인프라 구축과 병행해 ‘AI 인재 100만 양성’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며 관련 예산안을 1조 1,500억 원 수준으로 늘렸다.

주요 사업으로는 △전 국민 AI 기본교육 및 활용지원 868억 원(전년 대비 367%↑) △AI 중심대학(과기정통부) 255억 원 △거점대학(교육부) 300억 원 △4대 과기원 AI 특화교육 98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AI 인재양성 정책이 부처마다 유사 사업이 중복 편성되고 있다. 이는 교육 인프라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기에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AI 중심대학과 AI 거점대학은 모두 ‘산학협력형 AI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지만, 커리큘럼·산학연 연계 구조가 유사해 예산 투입 대비 차별성이 없다.

또한 ‘전 국민 AI 교육’의 경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AI 활용 서비스 개발 환경을 지원하는 사업(과기정통부)과, 공무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사업(행안부·중기부)이 각각 진행돼 대상 중복과 예산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AI 챔피언 프로젝트(100억 원)’와 ‘AI 루키 프로젝트(30억 원)’ 등 경쟁형 인재육성 사업도 존재한다. 대학생과 연구자들이 팀 단위로 생성 AI, 피지컬 AI, AI 에이전트 등 혁신 주제를 개발하고, 상위권 팀에는 후속연구비(최대 30억 원)를 지원하는 구조다.


41개 부처 및 기관·515개 사업 ‘파편화’…AI 예산 관리체계 정비 시급

정부의 2026년 AI 예산안은 41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515개 세부 사업에 분산돼 있다. AI 기술개발(2.9조 원), 산업·생활·공공 AX(2.6조 원), AI 인프라·연구기반(2.5조 원), 인재양성(1.4조 원) 등 부문별로 편성됐지만, 관리체계가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AI 예산 편성 기준 마련, 부처 간 유사사업 통합, 국가AI전략위원회와 예산당국 간 협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가 배제된 통신·물류 분야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타당성 검토 없이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AI 펀드(과기정통부 1,000억 원, 중기부 2,750억 원, 금융위 2,000억 원)와 지역거점 AI 생태계 조성(광주·경남·전북·대구 총 3.2조 원) 사업도 추진되지만, 사업 간 중복 및 추진 일정 지연이 우려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GPU 확보와 같은 대형 사업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분산된 예산 구조와 중복 지원이 장기적으로 AI 생태계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