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 개방형 혁신으로 유럽 AI 생태계 구축 선봉
[아이티데일리]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이 유럽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선봉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유럽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
미스트랄은 지난 9월, 네덜란드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대기업 ASML이 주도한 17억 유로(2조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13억 유로라고 보도됐으나 미스트랄 홈페이지에서는 17억 유로임을 밝히고 있다.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무려 117억 유로(약 19조 4000억 원) 에 달했다. 프랑스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유럽 자본의 결집 속에서, 미스트랄은 미국 중심의 AI 시장에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미스트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개방형 모델(Open-weight)’ 전략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미스트랄 7B(Mistral 7B), 미스트랄 8×7B(Mixtral 8×7B) 등은 핵심 파라미터를 공개하고, 일부 모델은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이는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주요 경쟁사들이 자사 모델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모델을 분석·수정·확장할 수 있도록 한 ‘개방성’은 유럽 내 기술 자립의 상징이자,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의 중심으로 미스트랄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 구조 면에서도 미스트랄은 독창적이다. 회사의 대표 모델 미스트랄 8×7B는 전체 모델이 아닌 일부 전문가 모듈만 활성화시켜 연산량을 줄인다. 즉,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하는 설계다. 이는 GPU 자원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유럽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미스트랄의 AI 모델은 긴 문서나 복잡한 분석 작업 등에서 한 번에 많은 정보를 고려할 때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중간에 끊기지 않고 전체 맥락을 유지해야 하는 작업에 유리한 것이다.
또 다국어를 지원하면서 80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EU가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인데,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스트랄 모델은 다언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자동 코드 완성, 오류 수정, 코드 리뷰 등 코드 기반 서비스에 강점을 발휘한다. 이런 장점은 산업별로 다양한 용도에 활용되는 확장성으로 연결됐다.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 철학의 방향도 분명히 다르다. 오픈AI가 ‘범용 인공지능(AGI)’ 실현을, 앤트로픽이 ‘안전하고 윤리적인 AI’를 내세운다면, 미스트랄은 ‘독립적이면서 개방적인 AI 생태계’를 강조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국가 산업 전략과 맞물린 ‘데이터 주권’, 즉 소버린 AI 프로젝트로 인식하며, EU의 AI 법과도 정합성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미스트랄은 기술 스타트업이면서 동시에 유럽 디지털 자주권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스트랄이 단순한 ‘유럽형 대안’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이미 멀티모달 모델 픽스트랄(Pixtral), 추론 중심 모델 매지스트랄(Magistral), 그리고 기업용 API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BPI프랑스, ASML 등 전략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유럽 내 AI 산업의 집단적 생태계’ 형성을 상징한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미스트랄이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물론 EU의 테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3억 유로 투자 유치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단일 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만한 규모는 EU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스트랄의 초기 투자자인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수석 파트너 줄리아 앙드레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스트랄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2년 동안 미스트랄이 보여준 진화의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회사를 창업해 팀을 조직하고,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며,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신뢰성을 쌓는 데 이 정도 빠른 속도를 낸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딜룸(Dealroom) 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프랑스 테크 기업들은 총 32억 달러의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유럽 내에서 독일(44억 달러), 영국(80억 달러) 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앙드레는 미스트랄의 성공 요인 중 일부가, 프랑스가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스트랄은 프랑스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회사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많은 프랑스 및 유럽 인재를 끌어들였다.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은 공학과 수학 분야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EU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에게 ‘자국 혹은 EU 내에서 제어 가능한 AI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자존심으로까지 부상한 미스트랄은 소버린 AI나 프라이버시, 규제준수 등의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ASML과 같은 글로벌 EU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이런 방향성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