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①] “구조 개선 초점…공공 DR 법제화, 클라우드 투자 필요”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최지웅 협회장 인터뷰

2025-10-16     성원영 기자

[아이티데일리] “기술 사고에 대한 대책 논의가 정치적 책임 공방과 책임자 찾기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해야 할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KACI)는 지난 9월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 이후 전산시스템 복구 및 향후 안정적 인프라 운영관리에 대한 방안을 공유하고자 15일 미디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KACI 최지웅 협회장은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그동안 부실했던 공공 재해복구(DR) 체계와 인공지능(AI)에 가려졌던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요성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최지웅 협회장 (사진=KACI)

복구율 43.6%…공공 DR은 지침 수준

15일 오전 9시 기준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됐던 전산시스템 709개 중 309개 서비스가 복구됐다. 화재 발생 19일째 복구율은 43.6%다. 정부는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3시간 내 복구’를 자신했으나, 이번 사태로 국정자원에서 가동돼야 했을 DR 체계가 부실했음이 드러났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4주 내 완전 복구(11월 초까지)를 목표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14일 행안부 윤호중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소한 7-1 전산실 시스템과 일부 3·4등급 시스템 등은 11월 20일경까지 복구할 것이라고 목표 기한을 조정했다.

최 협회장은 “공공에서는 이중화나 재해복구가 지침 수준”이라며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R 훈련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금융권의 경우 정전 훈련을 6개월에 한 번씩 수행하며 DR 체계가 잘 구동되는지 확인하고, 결과 리포트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순환 보직 위주로 운영되는 점도 지적했다. 전산 시스템 담당 공무원이 2~3년 주기로 순환 보직을 돌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같은 계열의 업무 분야로 순환 보직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관련 없는 부서로도 순환 보직이 이뤄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AI 시대, 클라우드 필수 요소 체감 절실

최 협회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복구를 넘어 공공 클라우드 체계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투자와 전환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공공 전산 운영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에 대한 예산과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5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예보 결과에 따르면, 기관이 클라우드 전환이나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유로 ‘관련 예산 미확보’(38.3%)가 가장 많았다. 2026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예산은 652억 원으로, 전년(725억 원) 대비 약 10% 줄었다. 이는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내세우며 내년도 AI 총예산을 10조 원 넘게 책정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클라우드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공공 조직이 클라우드 전환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최 협회장의 설명이다. 기존 유닉스 장비를 클라우드로 바꿔 이중화·삼중화를 해도 실제 사용하는 업무 화면은 달라지지 않는다. 입력 즉시 결과를 내놓는 생성형 AI와 달리, 클라우드가 가져오는 효율성이나 안전성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최 협회장은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는데, 이 데이터를 저장·이중화할 기반 인프라가 바로 클라우드”라며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삼으면서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소홀히 하는 것은 탄탄한 설계 없이 무작정 높은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