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손가락 관절 움직이는 로봇 손’ 세계 첫 개발

2025-10-13     조민수 기자
사진=카네기멜론대 유튜브 캡처

[아이티데일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카네기멜런대학교 연구진이 인간의 생각만으로 로봇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비침습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해 공개했다. 관련 논문은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으며, 논문 요약 글은 네이처 온라인판에서 소개됐다.

그동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운동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개발된 대부분의 시스템은 뇌수술이 필요한 침습적 방식에 의존했다. 이 방식은 정밀도가 높지만 위험성과 유지 관리 문제로 인해 일반적으로는 사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카네기멜런대학교 빈 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침습적 방법을 대체할 혁신적인 비침습적 접근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phy)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해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로봇 손의 손가락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실험 참가자들은 단순히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즉 실제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도 로봇 손의 두 손가락 또는 세 손가락을 조합한 정교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

허 교수는 “우리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여러 손가락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공의 핵심은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신경망 모델(neural network)이다. 이 신경망 모델은 뇌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해석하여 다중 손가락 동작으로 정밀하게 변환한다. 기존 EEG 시스템이 갖고 있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 성과는 새로운 딥러닝 기반 디코딩 전략과, 비침습적 EEG 신호로부터 연속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미세 조정(fine-tuning) 메커니즘 덕분에 달성됐다”고 한다. 이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재활치료나 보조장치 심지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의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교수는 과거에도 ‘생각으로 제어하는 드론’과 ‘로봇 팔’을 선보인 바 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손 기능의 향상은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아주 작은 개선만으로도 기능적 자립성과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로 이식되는 BCI와 달리, 이 시스템은 수술이 필요 없고 위험성도 높지 않으며 외부 기기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를 비롯한 신체 마비 환자 등 다양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은 비침습적 BCI의 임상적 활용도를 크게 높이고, 더 폭넓은 인구 집단으로의 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 기술은 의료 재활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혁신할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생각만으로 타이핑을 하거나, 작은 도구를 다루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진 셈이다. 또한, 인간 손의 정교한 움직임을 모방하는 차세대 의수 개발에도 중요한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