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핵융합 상용화…전기료 30분의 1로 절약하는 신형 수소난방기 등장

'뉴 하이드로겐 퓨전 에너지', 신(新) 수소 핵융합 기술 적용해 난방장치 실증 실험 일반 경수소 연료로 사용해 방사성 물질 방출 없어 안전

2025-10-10     조민수 기자
이미지=뉴 하이드로겐 퓨전 에너지

[아이티데일리] 37년 전인 1989년,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와 미국 유타대 연구진이 간단한 장치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상온 핵융합’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러나 그 이후 검증 과정에서 실증되지 않아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는 이어져 왔다. 기술혁신을 거듭한 끝에 상온 핵융합은 ‘신(新) 수소 핵융합 반응’이라는 형태로 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1970년부터 핵융합 연구를 이어온 오사카대학교 원자력공학 부문 다카하시 아키토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한 핵융합 기술 전문 스타트업 ‘뉴 하이드로젠 퓨전 에너지(New Hydrogen Fusion Energy)’는 다카하시 교수가 제안한 ‘4H/TSG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신 수소 핵융합’을 활용, 난방장치 실증 시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신 수소 핵융합은 나노 구조의 고체 결정 내에서 수소가 특이하게 일으키는 핵반응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다체 수소 핵융합 반응’이라 불린다.

나노기술 등 첨단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클린 핵융합(Clean Fusion)’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연료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경수소이기 때문이다. 이 수소를 니켈 금속을 포함한 분말 소재와 반응시키면 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에너지 생산은 저렴하고 안전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용화를 위한 결정적인 기술적 돌파구가 부족했다.

그런데 올해 2월, 고베대학교 연구팀이 수소가스와 니켈합금을 이용한 반응로에서, 핵융합 시 방출될 것으로 예측됐던,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 동위원소 헬륨3(He³)’의 검출을 확인했다. 이로써 상온 핵융합이 실제로 일어났음이 입증됐다. 상용 가능한 기술로서 인정받게 된 것.

뉴 하이드로겐 퓨전 에너지는 자사가 개발한 신 수소 핵융합 열 모듈의 출력은 분말 소재 1kg당 1kW, 즉 투입 전력의 2배 이상의 열량을 생성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모듈 실용화 단계에서는 10배 이상의 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겨울철 6개월 동안 6kW(약 25평형 에어컨 수준)으로 운전할 경우 850리터의 수소가 소비된다. 일반 산업용 가스통 1개(7입방미터로 8 시즌 동안 운전이 가능한 셈이다. 기존의 전기료와 비교하면 비용이 30분의 1, 히트펌프식 에어컨의 6분의 1, 등유 난방의 12분의 1로 줄어든다.

이 기술은 인공 태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 공동 국제 핵융합 실험로 프로젝트 ITER(이테르,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등에서 추진 중인 고온 핵융합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를 사용하는 고온 핵융합과는 전혀 다르다. 이 기술에 사용되는 연료인 경수소에는 중성자가 없어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방사능 차폐 장치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복잡한 장치도 필요 없으며, 전체 시스템을 소형화할 수 있어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뉴 하이드로겐 퓨전 에너지는 올 겨울부터 난방기 실증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난방용 및 급탕용 열 모듈의 경우 2026년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9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급탕용 열 모듈은 2026년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9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냉방용 열 모듈은 2027년 시제품을 제작하고 2030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나아가 발전기용 열 모듈도 상용화해 2027년 시제품을 제작한 후 2030년부터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발전기용 열 모듈의 경우 현재 대형 전력회사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고온 핵융합보다 먼저, 단순하고 경제적인 ‘신 수소 핵융합’이 에너지 시장에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정대로 가정용 신 수소 핵융합 발전기가 실용화된다면 에너지 시장에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