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클라우드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2030년을 향한 ‘2막의 시작’
[아이티데일리] 10여 년부터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자원을 클라우드로 옮기라’는 구호가 기업 디지털 전략의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당연했던 흐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고, 일부 기업은 다시 자체 서버를 구축하며 ‘탈 클라우드’를 선언하고 있다. 과연 클라우드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진화를 앞둔 것일까.
분명한 것은 현재의 클라우드 산업은 재편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AI 혁명이 촉발한 것이기도 하다. 가트너는 향후 수 년 동안 클라우드 산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사용자들의 기성 클라우드에 대한 불만족, AI 및 머신러닝에 대한 수요의 증가, 멀티클라우드(Multi-cloud) 확산, 산업 특화 솔루션, 디지털 주권, 지속가능성 등 여섯 가지를 꼽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이들 요인이 클라우드 산업 쇄신 또는 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 폭발적 성장은 끝, ‘성숙기의 문턱’에 선 클라우드
클라우드 산업은 지난 10년간 IT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주역이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GCP)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사업자)’들이 전 세계 데이터 인프라를 장악하며 연평균 30~40%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사 데이터센터를 닫고 클라우드로 이전했으며, 스타트업들은 사내에 물리적 서버 없이도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주요 사업자들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 후반~1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고, 투자자들도 “클라우드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물론 이는 클라우드 시장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전기나 수도와 같은 유틸리티, 인터넷과 스마트폰처럼 보편적인 인프라로 정착한 클라우드 산업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클라우드는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니라 기업 IT 전략의 기본 조건이 되었고, 시장은 ‘폭발적 확장기’에서 ‘안정적 성숙기’로 전환하고 있다.
◆ “한 곳에 다 올리는 시대는 끝”…구조 전환의 시작
클라우드 산업의 무게중심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재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멀티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전략의 확산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특정한 하나의 공급자에 모든 서비스를 올려놓지 않는다. 비용 최적화, 보안, 규제 대응 등을 이유로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하거나, 클라우드와 자체 데이터센터를 병행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도 중요한 변화의 축이다. IoT(사물인터넷) 센서,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면서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현장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고 핵심 정보만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다. 이로써 클라우드는 ‘모든 것을 담는 중앙 플랫폼’에서 ‘엣지 및 온프레미스와 연결된 분산 생태계의 허브’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또한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클라우드(Vertical Cloud)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헬스케어, 금융, 국방, 반도체 설계 등 각 산업별 특성과 작업에 최적화된 클라우드는 범용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차세대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IaaS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가상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한 형태다.
◆ 클라우드 산업을 흔드는 세 가지 변수
성장 동력이 약해진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몇 가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비용의 증가다. AI를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 사용량과 연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사용료는 매년 15~20%씩 증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클라우드 사용을 줄이고 있다. 협업 도구를 제공하는 37시그널즈(37signals)나 드롭박스(Dropbox)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째는 한 사업자에 묶이는 ‘벤더 락인(Vendor Lock-in)’ 문제다. 한 사업자의 기술과 생태계에 종속되면 다른 클라우드로 이전하기 어렵고, 비용 협상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처음부터 멀티클라우드를 고려하거나, 클라우드 독립성 확보를 위한 오픈소스 기반 솔루션을 찾고 있다.
세 번째는 규제 리스크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의 특정 클라우드 종속을 경계하며 ‘DORA(디지털운영탄력성법)’ 등을 도입, 공급망 다변화를 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이자 동시에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 AI의 폭발, 클라우드를 다시 정의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AI가 클라우드 산업의 성격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확산은 GPU 서버, 고성능 연산 인프라, 대규모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려놓았다. 이에 클라우드는 단순한 저장 및 처리 공간을 넘어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연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는 이미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AI 모델 학습, 추론, 배포를 위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스타트업들도 AI 특화 클라우드나 전용 GPU 팜(GPU Farm)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는 다시 ‘혁신의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 2030년 예상되는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클라우드 산업이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하나는 범용 IaaS에서 맞춤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특정 산업·업무에 특화된 전문형 클라우드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는다. 또 하나는 중앙집중형에서 분산 및 연결형으로의 이전이다. 엣지 컴퓨팅, 온프레미스 공존, AI 칩 등이 상호 연결된 ‘분산 클라우드 아키텍처’가 표준이 된다. 또한 AI 중심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자리잡아 LLM, 멀티모달 모델, AI 에이전트 등을 위한 최적화된 연산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다. 그밖에 규제·보안·데이터 주권에 대응하는 지역별 다변화 전략이 펼쳐진다.
◆ 클라우드 산업, 쇠퇴 아닌 ‘2막의 시작’
클라우드 산업은 쇠퇴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의 클라우드 산업 구조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중앙 집중형 서버 임대 서비스’로 출발했던 클라우드는 이제 AI·엣지·데이터 주권·규제 대응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 인프라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30년 예상되는 클라우드 시장은 더 이상 몇몇 대기업의 독무대가 아니다. 산업 특화형, AI 연산형, 엣지 연계형 등 세분화된 서비스들이 공존하며 새로운 경쟁 질서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유연하고, 똑똑하며, 비용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클라우드 산업의 새로운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