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의존 단일 클라우드에서 분산 및 맞춤형으로 ‘대세 전환’”

도미노 데이터랩 토머스 로빈슨 COO가 말하는 클라우드 수요의 재편

2025-09-26     조민수 기자
이미지=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2020년대 초반 연 30% 이상씩 고속 성장의 길을 달려온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까. 회사에서 크게 결단해 전환한 클라우드 지출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매년 10% 이상씩 증가한다면, 그런데도 이에 대한 검토가 되지 않고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클라우드 비용에 대해 많은 기업이 비용 증가를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도미노 데이터랩(Domino Data Lab)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토머스 로빈슨은 포브스 기고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재점검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그는 “IBM을 선택해서 해고됐던 사람은 없다”는 과거의 격언을 소환한다. 지금도 그런 관행이 존재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에서 기업이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로빈슨은 이런 전통적 판단이 현시점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기고문에 따르면 사실 많은 CIO는 CSP 대기업을 ‘안전한 선택지’라고 인식한다. 그 때문에 회사 사정에 더 잘 맞고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기술 기업보다 대형 업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CIO들은 관리 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더 나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단일 벤더로의 통합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로빈슨은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유연성이 제한되고, 혁신이 저해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자수익률(ROI)이 감소할 수 있는 경직된 생태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본다.

대형 CSP들이 CIO에게 자사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단일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대폭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드롭박스(Dropbox)는 지난 2018년 데이터 저장 대부분을 대형 CSP에서 맞춤형 시스템으로 이전함으로써 7,500만 달러를 절감했다. 또 37시그널스(37signals)는 연간 320만 달러에 달하는 클라우드 청구서가 회사 규모에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22년에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선불 비용과 장기 약정이 기업을 묶을 수도 있다. 초기의 ‘절감 플랜’은 비즈니스 요구가 변화했을 때 유연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많은 CSP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리프터 인사이트(Liftr Insights)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대형 CSP는 2019년 이후 매년 꾸준히 가격을 올려온 것으로 지적됐다.

공급자 종속의 또 다른 위험은 인재 확보 및 유지의 제약이다. 직원들이 특정 공급자의 시스템에 종속될수록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과 기술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기존 인력 재교육, 새로운 인력 채용, 기업 시스템 이전에는 수년에 걸쳐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일 CSP 의존은 서비스 품질 저하와 혁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트너(Gartner)는 “많은 애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기능을 단일 클라우드 제공업체에 배치하는 것은, 해당 업체가 장애를 일으킬 경우 동시에 영향을 받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져 심각한 비즈니스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전략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제공업체에 분산하면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성형 AI 역시 단일 공급자 의존 전략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하고 있다. CSP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및 생성형 AI 모델 제공업체 간의 경쟁이 공급자 종속 위험을 부각시키고 있다. 많은 CIO가 여전히 단일 소스를 원하지만, 사용자들은 실험과 생성형 AI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서로 다른 공급자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는 ‘유연성 부족’을 뚜렷한 약점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GPU 같은 기술이 틈새에서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클라우드 고객은 제공업체가 최신 GPU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기업이 단일 CSP에 계속 의존한다면 향후 유사한 변화에도 대비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규제 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EU의 DORA(디지털 운영 회복력법)은 EU 금융기관에 대해 CSP를 포함한 서드파티 공급업체에 핵심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관련된 ‘집중 리스크’를 평가하고 완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급자 종속에서 벗어나는 아키텍처를 구축하고자 하는 CIO는 멀티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로빈슨은 강조했다. 이는 다양한 장소에 기술을 배포할 수 있는 자유와 유연성을 제공한다. 또한 복원력 있는 네트워크 구축에도 집중할 것도 권고했다. 이중 연결, 다른 클라우드 간 동적 라우팅 등에 투자하면, CIO는 중단이나 장애 상황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클라우드 산업은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AI 시대의 클라우드 산업은 쇠퇴한다기보다는 재편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이후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졌지만, 이는 중앙집중형 클라우드에서 분산, 전문화, 맞춤형 클라우드로 대세가 전환되는 과도기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