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유럽 AI 개발 중심축 담당할 ‘AI 슈퍼컴퓨터’ 주피터 가동…그 의미는?

2025-09-17     조민수 기자
주피터 슈퍼컴퓨터. 사진=율리히 연구센터

[아이티데일리] 미국과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혁신 경쟁을 벌이는 사이 유럽은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를 극복한다는 취지로 유럽 독일에서 AI 슈퍼컴퓨터가 가동을 시작했다. 독일 율리히 연구 센터(Jülich Supercomputing Centre)에서 슈퍼컴퓨터 ‘주피터(JUPITER)’가 엑사스케일(Exascale) 기준을 달성하며 유럽 컴퓨팅 파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 주피터로 인해 유럽의 AI 연구 역량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전했다.

주피터는 미국의 엘 캐피탄(El Capitan, 1.7엑사플롭), 프론티어(Frontier, 1.35엑사플롭, 오로라(Aurora, 1엑사플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다. 초당 10의 18제곱 번(100경) 이상의 연산을 처리한다. 일반 노트북의 연산 능력보다 100만 배 이상 빠르다. 유럽연합 집행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피터는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며, 세계 슈퍼컴퓨터 중 에너지 효율성 1위를 기록했다.

홈페이지 게시글에 따르면 주피터는 AI, 기상 모델링, 천체물리학, 생물의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의 연구계와 학계는 미국 등 외국의 슈퍼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최상위급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다.

버지니아공대 커크 카메론 교수는 이번 성과가 유럽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혁신 주도권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상황에서, 유럽이 비로소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매체들과 홈페이지에 나타난 주피터의 성능은 최고 수준이다. 주피터라는 이름은 ‘혁신적·변혁적 엑사스케일 연구를 위한 공동사업(Joint Undertaking Pioneer for Innovative and Transformative Exascale Research)’의 머리글자다. 2018년부터 개발이 시작됐으며, 세계 슈퍼 컴퓨팅 경쟁에서 유럽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와 독일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댔다.

주피터는 지난 7월 첫 부팅과 연산을 마쳤다. 약 2만 4000개의 엔비디아 칩(GH200)으로 구동되며, 최대 성능을 발현할 때 1,000페타플롭를 넘길 수 있다. 공식적으로 주피터의 벤치마크 성능은 약 800페타플롭스다.

유럽연합은 주피터가 독일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만을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주피터가 최대 부하로 가동될 때 필요한 전력은 약 17메가와트로, 이는 약 1만 1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원들은 1년에 두 차례까지 주피터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30개의 프로젝트가 주피터 사용에 선정됐다. 여기에는 기초 AI 모델 및 영상 생성, 기후 모델, 입자물리학, 에너지 응용, 신약 개발 및 질병 통제와 같은 생물의학 연구가 포함됐다.

독일 본에 있는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는 기상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CMWF의 피터 두벤 박사는 주피터를 통해 모델의 해상도를 기존 10km 수준에서 1km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렇게 되면 작은 규모의 구름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지구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디스티네이션 어스(Destination Earth)’ 프로젝트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체물리학연구소는 주피터를 활용해 우주 발생 초기 단계를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는 현재 미국의 프론티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빅뱅 후 약 10억 년 시기의 우주(우주 재이온화 시기)를 모델링하고 있다. 연고 담당 스프링겔 박사는 네이처에서 “주피터로 인해 유럽 과학자들은 미국 등 외국 장비나 프로젝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정치적 긴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피터는 최소 6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며, AI 모델 학습에도 활용된다. 유럽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도 쓰인다. 현재 두 개의 유럽 기업이 주피터를 기반으로 우수한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평가와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주피터는 유럽의 대규모 AI 이니셔티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계학습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이 주피터로 인해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