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강국 톱 10’ 발표, 한국은?─연산능력 및 데이터센터 4위 기록

TRG 데이터센터 보고서─연산능력 1위 미국, 데이터센터 1위는 중국

2025-09-15     조민수 기자
데이터센터. 사진=MS

[아이티데일리] TRG 데이터센터가 세계 AI 초강국에 관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포브스지가 소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수에서 230개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AI 전용 연산 능력에서 전 세계의 50%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AI 연산 능력에서 510만 H100(엔비디아 GPU 모델) 환산으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수도 13개로 프랑스나 독일보다 앞섰다. 세계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주요 AI 인프라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AI 산업은 연산력 확보를 넘어 스타트업, 산업 적용, 인재 양성 등 AI 활용 생태계를 확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AI 연산 능력에서 미국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소 의외다. 전통적 산업 강국인 독일은 AI 연산 능력 부문에서 10위에 그쳤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초강국으로서는 의외지만, 두 나라는 석유 부국으로서 미래 부의 원천으로 여기는 AI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 유럽 강국인 독일, 영국, 프랑스는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2025년에도 여전히 가장 지배적인 AI 국가로 남아 있으며, 연산 능력에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총 전력 용량도 1만 9800MW(메가와트)로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한편 “AI 칩 보유량은 프랑스가 약 98만 9000개로 2위를 차지해 중국, 인도, 한국을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상위 10개국이 보유한 클러스터는 총 496개이며, 그 연산 능력은 H100 약 7,900만 개에 해당한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AI 인프라 현황에 관한 가장 상세한 정보원 중 하나인 에포크AI(Epoch AI)의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H100으로 환산한 총 연산 능력 기준 상위 10개국은 미국 3,970만, UAE 2,310만, 사우디아라비아 720만, 한국 510만, 프랑스 240만, 인도 120만, 중국 40만, 영국 12만, 핀란드 7만 2000, 독일 5만 1000 등이다.

각 H100 칩은 약 1000테라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가지므로, 전체 시스템의 이론적 합계는 약 7900만 페타플롭스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인 오크리지 리더십 컴퓨팅 시설(Oak Ridge Leadership Computing Facility)의 ‘프런티어(Frontier)’보다 약 70배 높은 연산 능력이다. 이들이 최대치로 가동되면 약 55GW의 전력을 소모하며, 이는 무더운 여름날 캘리포니아 주 전체의 전력 수요와 맞먹는 수준이다. 또 프랑스나 독일의 전력 수요와 대체로 비슷하고, 영국과 스페인의 전력 사용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수만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클러스터 수에서는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이며 다른 국가는 크게 뒤처져 있다.

순위별 클러스터 수는 중국 230, 미국 187, 프랑스 18, 한국 13, 독일 12, 사우디아라비아 9, UAE 8, 인도 8, 영국 6, 핀란드 5 등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제재 영향을 받아 전체 연산 능력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나, 보유 시설 수는 압도적이다. 약 62만 9000개의 칩을 보유하고 세계 최다 클러스터를 운용하지만, 연산 능력은 H100 환산으로 40만에 불과해 세계 7위에 머문다. 이는 중국의 AI 경쟁력을 상당히 제약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숨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인프라 구조는 딥시크 같은 ‘효율 최우선’ 대규모 언어모델(LLM) 설계를 낳은 배경일 수 있다. 미국이나 UAE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만큼, 중국의 AI 연구기관들은 학습 알고리즘 최적화와 효율 개선에 더 집중하고, 결과적으로 적은 연산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TRG 데이터센터는 “AI 패권 경쟁은 다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순수 연산 능력은 훨씬 더 큰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력, 칩, 데이터센터는 AI 초강국의 조건 중 일부일 뿐이다. 진정으로 AI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연산 자원 외에도 칩 생산 능력, AI 인재와 노동력, 산업 현장에서의 AI 도입, 정부 정책 지원, 활발한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만약 소수의 나라만이 세계적 AI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는 경제력·금융력 집중, 핵심 기술 지배, 사회·문화적 영향력 확대 등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는 올해 AI 투자가 사상 최대인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AI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분간은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겠지만, AI 초강국의 세계 지도는 놀라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한국도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