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학물질(PFAS)’ 및 발암 원인 독성 화합물도 동시에 제거”
미국 환경워킹그룹(EWG) 분석 결과 발표…“가능은 하지만 비용이 문제”
[아이티데일리] 음용수에서 ‘영원한 화학물질(PFAS)’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된 기술이 다른 인체 유해 물질까지 함께 걸러내는 이중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일부는 특정 암과 연관된 물질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 연구는 화학물질 안전성, 환경오염, 소비자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 제언을 하는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학술지 ‘ACS ES&T Water’에 발표됐으며 관련 보도자료는 EWG 홈페이지에 실렸다. 이 연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음용수 내 PFAS 제거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결과다.
PFAS(과불화화합물)는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각종 암, 호르몬 장애, 발달 지연 등 심각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 EWG에 따르면 2023년 미 지질조사국(USGS) 연구에서는 미국 수돗물의 45%에 최소 한 가지 PFAS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자료에서 EWG는 PFAS 정화가 단순히 ‘영원한 화학물질’ 제거에 그치지 않고 소독 부산물, 농업용 질산엄, 비소와 우라늄 등 중금속 수치를 낮춰 암을 유발하는 정도를 낮추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과 다른 유해 물질까지 함께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는 19개 미국 유틸리티 및 EPA(환경보호청)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세 가지 주요 정수 기술을 적용해 분석했으며, 이는 이미 널리 사용돼 많은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입증된 방식들이다. 연구를 이끈 EWG의 시드니 에반스 선임 분석가는 보도자료에서 “염소 소독 등 일반적인 정수 방식은 세균은 없앨 수 있지만 PFAS나 중금속, 비소 같은 다른 오염물질은 걸러내지 못한다”며, 오히려 유기물과 반응해 발암 우려가 있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고급 수처리 시스템은 더 광범위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음용수 수질을 개선해 준다. 이는 오늘날의 요구에 부합하며, 수처리 시스템 혁신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EWG는 2018~2022년 사이 PFAS 처리 시스템을 도입한 미국 내 19개 수도시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음용수 내 트리할로메탄 수치는 평균 42% 감소했고, 할로아세트산 수치는 50% 줄었다. 트리할로메탄과 할로아세트산은 물 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 부산물이다.
CNN 등에 따르면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음용수 내 PFAS 법적 기준치를 마련했으며, 6종의 PFAS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2029년까지 정수 시스템 개선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EPA(환경보호국)는 올해 5월 6종 가운데 4종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하고 시한을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정수 설비 설치 비용이 초기 추정치를 훨씬 초과한다는 수도사업자들의 반발이 원인이었다.
EPA 대변인 브리짓 허쉬는 로이터 등이 보도한 성명에서 “EPA는 모든 부서에서 PFAS 연구·검사, 오염 방지, 책임자 처벌 등을 추진 중”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국민에게 가장 깨끗한 공기, 토양, 물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는 2024년 PFAS 규제에서, 고도 정수 시스템이 소독 부산물까지 줄여 매년 방광암으로 인한 추가 사망 2,600명과 발병 7,000건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허쉬는 “재검토 결과 나올 대책은 오히려 더 엄격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속성으로 미우러 볼 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연구는 대규모 수도시설과 소규모 시설 간 격차도 드러냈다. EWG는 자료에서 이를 ‘환경적 불의’라고 표현했다. 500명 미만의 소규모 커뮤니티에 물을 공급하는 소규모 시설 중 단 7%만이 고도 정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10만 명 이상에 공급하는 대형 시설은 비율이 30%에 달했다.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영국 매체 와이어드는 이 연구와 관련,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음을 지적했다. 뉴욕대 브리저 루일 교수는 “일부 시설에서는 오히려 부산물이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기술의 무용성을 드러낸 것이라기보다 계절적 요인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새로운 오염원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비용 부담 주체가 핵심 쟁점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PFAS 정화 비용이 수도 요금 인상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루일 교수는 “막대한 재정 과제이자 동시에 필수 투자”라며 “인프라 개선에 돈을 쓰지 않으면서 건강 악화 원인을 해결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