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쉬운 ‘모듈 방식’ 설계 개발

2025-09-11     조민수 기자
MIT 연구원들이 새로운 전해질 재료로 만든 배터리 랜더링. 이미지=MIT뉴스

[아이티데일리] MIT 연구진이 수명을 다한 전기차(EV) 배터리를 손쉽게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듈 설계 방법을 개발했다.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대비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배터리를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가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맥킨지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재활용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공급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35년에는 약 7,850킬로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실제로 재활용 공정을 대규모로 확장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 업계의 일반적 재활용 방식은 배터리를 ‘슈퍼파인 파우더’, 즉 극도로 고운 가루로 분쇄하는 기술인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비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T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가루로 분쇄하는 과정을 아예 생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MIT에서 연구를 이끈 유키오 조 박사는 “배터리를 구성 요소별로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모듈로 설계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이 수월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매립지로 가지 않고 다시 쓰이게 되는 주된 방법은 재사용과 재활용 두 가지다. 일부 기업은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재활용한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은 폐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네바다의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있으며, 또 다른 회사는 오래된 배터리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한다.

다른 기업들은 배터리를 분해해 가치 있는 소재를 추출, 재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산업 표준은 배터리를 ‘블랙 매스(black mass)’라는 미세 분말로 분쇄한 뒤, 금속을 추출해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우며, 금속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중국 등 선진 재활용 시장의 전문 시설이 필요하다. 게다가 금속 추출 과정에서 사용하는 산(acid)은 환경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전체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도 매우 비싸다.

현재 존가처 배터리의 몇 %가 재활용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배터리가 매립되는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수치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전기차 제조를 순환경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동기는 충분하다. 폐전기제품을 매립하면 토양과 수질 오염 위험이 크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값비싼 금속을 회수해 재사용하면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조 연구진은 배터리 설계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전환했다. 조는 학교 사내 방송인 MI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배터리 산업은 성능이 높은 소재와 설계에만 집중했고, 재활용은 나중 문제였다. 우리의 접근법은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먼저 선택하고 이를 배터리와 호환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양극(cathode), 음극(anode), 그리고 리튬 이온을 양극과 음극 사이로 이동시키는 전해질(electrolyte)이다. 기존 배터리는 너무 단단하게 밀봉돼 있어 분해를 위해서는 결국 분쇄가 필요했다. MIT 팀의 혁신은 전해질 소재 자체를 바꾸어, 유기 용매에 담그면 ‘솜사탕처럼 녹아’ 배터리 부품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조는 이를 가상의 햄샌드위치에 비유했다. 샌드위치가 강력 접착제로 단단히 붙어 한 몸체처럼 되어 있다면 빵, 양상추, 햄을 회수하려면 분쇄하고, 그 가루에서 미세하게 선별해야 한다. 반대로 마요네즈로 약하게 붙어 있다면 손쉽게 각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 MIT와 기존 설계 방식의 차이는 이와 유사하다.

조 팀은 고체 배터리를 제작해 소재를 테스트했으며, 배터리 사용에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유기 용매 처리 시 소재가 녹아 분쇄 과정을 완전히 생략할 수 있었다.

현재 시제품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성능이 상용 배터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는 “아이폰 13과 아이폰 4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다”며, 현행 최첨단 상용 배터리 수준과 맞추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고 밝혔다.

성능 격차의 원인은 팀이 배터리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용화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는 향후 제조업체들이 크게 부담 없이 새 소재를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