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리걸테크 성업…AI로 기업 비리 탐지, 변호사에게 소송 아이디어 판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 다로우, 소비자 불만 모리터링 & 기업행위 및 경영성과 AI로 분석 인터넷 상에서 집단소송에 적합한 기업 행위를 AI로 찾아 변호사에게 넘겨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으로 기업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고 이를 변호사나 로펌에 판매해 거액의 집단소송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법계를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AI 스타트업 다로우(Darrow)가 진행하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AI를 이용한 새로운 리걸테크’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기업인 보도 전문 포브스가 다로우를 기획으로 다뤘다.
다로우는 소비자 불만을 모니터링하고 문서에서 나타난 기업의 행위나 경영 성과를 AI로 분석해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불법 및 법적 위험을 찾아내고 있다.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변호사와 같은 소송 대리인에게 제공한다. 다로우는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성장 중이다. 다로우는 승소한 대리인이 받는 성공 보수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비(非)변호사가 변호사 보수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윤리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21년, 데이팅 앱 범블(Bumble)을 상대로 한 소송은 겉보기엔 흔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사건처럼 보였다. 범블은 미국인들의 얼굴 스캔을 동의 없이 수집·저장한 혐의로 일리노이주에서 제소됐다. 이런 행위는 일리노이주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범블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4,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소송을 종결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이용자가 1인당 약 1,900달러를 보상받았고, 원고 측 변호사들은 총 1,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범블의 위법 행위를 처음 발견한 곳이 당시 창업 5년 차였던 다로우였다.
다로우는 인터넷 상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으며 집단소송에 적합한 기업 행위를 AI로 찾아낸다. 각종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해 법률 및 규제와 대조해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단서를 발굴한다. 범블 건에서도 앱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소송의 출발점이 됐다.
다로우는 이렇게 발굴한 소송 아이디어를 변호사에게 판매하며, 타겟 광고를 통해 원고가 될 소비자를 모집하는 과정까지 지원한다. 이는 AI가 다양한 산업에 깊숙이 침투해 업무를 가속화·효율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존에도 AI는 변호사들이 대량의 문서나 이메일을 검토하는 증거 개시 절차 지원의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소송의 원인 자체를 AI가 찾아내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범블 소송의 주임 변호사였던 시카고 변호사 카트리나 캐럴은 다로우의 고객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전문성이 없었다면 절대 제기할 수 없었던 소송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로우 공동 창업자 겸 CEO 에비아타르 벤 아르치(Eviatar Ben-Artzi)는 “누가 자신을 속이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위험이 최소화되어 비즈니스까지 쉬워지는 세상”을 비전으로 제시한다.
집단소송은 위법 행위를 찾고 방대한 사전 조사를 거쳐야 하한다. 그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든다. 다로우는 이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들의 사법 접근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아르치는 법적인 리스크를 금융적 시각에서 자산처럼 인식한다. 그는“모든 법적 리스크는 확률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이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드러내고, 이를 다룰 수 있는 로펌이나 전문가의 손에 맡겨 적절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로우는 로펌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해 스스로의 법적 취약성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로우의 수익 모델은 두 가지다. 일반 SaaS(월정액 서비스)와 성공보수 수수료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송에서 이겼을 경우 받는 변호사 보수의 일부를 나누어 받는 구조다. 이는 지난 2020년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일부 윤리 규정을 완화, 변호사가 아닌 기업과 변호사 보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여전히 미국 47개 주에서는 불법이어서 윤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로우는 연 매출 수천만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2,600만 달러에 달했으며, 2025년에는 5,000만 달러, 2026년에는 1억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치는 포브스지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최대 리걸테크 기업이자, 이 분야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다로우뿐 아니라 미국 콜로라도의 스타트업 저스트포인트(Justpoint)도 AI를 활용해 ‘집단소송’ 대신 대규모 불법행위 소송(mass torts)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의료 기록을 분석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저스트포인트는 애리조나주에 자체 로펌을 설립해 보수 분배 문제를 해결했으며, 최근 시리즈A 투자에서 4,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다로우 역시 집단소송을 넘어 대규모 소송과 기업 대상 ‘리걸 인텔리전스’ 서비스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