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AI와 격차 커…“‘능숙한’ 집안일 10년 걸릴 수도”

고대 올림피아에서 열린 국제 휴머노이드 올림피아드, 로봇 현주소와 미래 전망

2025-09-03     조민수 기자
국제 휴머노이드 올림피아드에서 유니트리 G1 로붓이 복싱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올림피아드 홈페이지

[아이티데일리]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국제 휴머노이드 올림피아드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 이 행사는 BBC, 테크익스플로어, CNN 등 다수의 언론이 비중있게 보도했다. 올림피아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축구 경기를 진행하고, 섀도복싱을 하며, 화살을 쏘는 등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아직은 배터리 교체로 멈춰 서거나 어설픈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이지만, 이 행사는 세계 각국 로봇공학자와 기업들이 모여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이 됐다.

그러나 행사에서 나타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생성형 AI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2022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움직임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은 뒤처져 있다는 것.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따르면, 데이터 학습 측면에서 로봇은 AI와 비교할 수 없는 격차로 벌어져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는 AI가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반면, 로봇은 실제 환경에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투입된다는 한계 때문이다.

물론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양상을 보면 속도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개발된 호텔 객실 서비스용 로봇의 행동이나 만리장성에서 주행하는 로봇 등을 보면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와 유사하게 개 모양 로봇 ‘스팟’을 출시한 지 10년 만에 이 로봇들을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 올려 퀸(Queen)의 노래에 맞춰 동작을 맞춰 춤추게 했다. 다섯 대 중 한 대는 도중에 고장이 났지만, 그들의 민첩성과 협동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절의 움직임은 개선됐지만, 뻣뻣한 동작과 유연성의 부족은 여전한 숙제다. 실제 사람의 동작을 데이터로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실제 동작으로 구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 시뮬레이션을 넘어, 로봇이 택시 운전이나 물류 분류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습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식 엔지니어링과 실제 훈련을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는 현재 이 단계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단계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미나스 리아로카피스 교수는 테크익스플로어에서 “로봇이 집안일을 원숙하게 수행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오히려 “휴머노이드가 먼저 우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히 반려견과 같이 동반자 역할을 하는 ‘귀여운 로봇’이 아니라, 정교한 손동작과 물리적 적응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텍사스대 루이스 센티스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성공을 위해 연구자, 데이터 기업, 대형 제조사 간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대중 앞에 로봇을 내세우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홍보용 영상’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대조적이다. 특이한 기업으로 의료용 의수 제작기업 파이소닉은 인간에게서 얻은 촉각 데이터로 로봇의 손동작 학습을 가속하고 있고, 호주의 코르티컬 랩스는 실제 뇌세포를 칩 위에 배양한 ‘생물학적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며 로봇의 사고 능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보여준 것은 ‘기술의 가능성과 현실의 간극’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포츠나 퍼포먼스를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아직 가사 노동이나 정밀한 산업 작업에 투입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의 로봇 산업에도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은 결국 실제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역시 로봇을 물류, 돌봄, 제조 현장에 투입해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추세로 볼 때 가정용보다 우주 탐사, 원전·재난 현장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활용이 먼저 열릴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우주개발과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로봇 연구를 병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국으로서의 중국은 요주의 대상이다.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적극적으로 공개 시연을 진행하고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대중 인식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실제 성능’을 앞세운 투명한 시연과 국제 협력에 나서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

향후 10년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격차를 줄이는 ‘데이터 경쟁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퍼포먼스에서 벗어나 물류, 의료, 재난 대응 같은 분야에 실제 투입되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국가와 기업이 기술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