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배터리 없는 전기 자전거…슈퍼커패시터 채용, 도심 환경에 적합
[아이티데일리]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르핀(Lépine) 발명품 경연대회에는 매우 흥미로운 자전거 한 대가 선보였다. 전기 자전거의 동력원 리튬이온 배터리가 없는 전기 자전거다. 프랑스 엔지니어가 개발한 이 제품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현재는 상용화돼 시중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당시 경진대회에서 이 전기 자전거는 도시에서 활용하는 자전거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5분 도시’라는 콘셉트로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파리는 물론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전환하고 있는 유럽 각국에도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새 자전거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슈퍼커패시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는 예상 외로 다양한 장점을 제공한다. 매우 가볍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된 전기 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르몽드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이 보도한 이 자전거의 무게는 20kg 미만으로, 사용자가 쉽게 다룰 수 있다. 무게가 가벼워 도로 마모와 유지 보수 비용이 줄어든다. 즉, 도시의 교통 인프라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핵심 기술은 파이팝(Pi-Pop) 시스템으로, 이는 주행 중 페달링, 제동, 내리막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하는 재생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충전기에 연결할 필요 없이 전기 보조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충전 시간을 전혀 소모하지 않는다.
슈퍼커패시터는 배터리와 달리 충·방전 속도가 빠르다. 이는 정차·출발, 제동 에너지 회수에 최적화됐다는 의미다. 페달링·내리막길·브레이킹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곧바로 저장하고 재사용할 수 있다. 도심처럼 자주 멈췄다가 출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기존의 배터리보다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전기버스나 기차 등에서는 슈퍼커패시터가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수명이 15~20년에 달해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다. 또 리튬 같은 희토류 원소가 필요하지 않다.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광산 채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자전거 전체가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 역시 지속 가능한 설계 목표와 맞닿아 있다.
다만 슈퍼커패시터는 전력 공급 능력은 뛰어나지만, 에너지 저장량이 배터리보다 매우 낮다.
따라서 순간 가속이나 언덕 보조는 가능하지만 장거리 주행에는 불리하다.
상용화된 이 자전거는 가파른 언덕보다는 평탄한 도시 환경에서 최적화되어 있으며, 잦은 정차와 출발이 반복되는 도심 교통 상황에서는 슈퍼커패시터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따라서 환경을 생각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제조사인 벨로시 인더스트리(Veloci Industries)는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친환경 기술과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5년 뒤 이 전기 자전거를 연간 최대 1만 대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배터리 없는 전기 자전거는 대기오염과 인프라 문제로 씨름하는 교통 시스템에서 청정 모빌리티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