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DBMS 가치 ①] 현지화·독립·자율성 확보 등 데이터 주권 확보 강점

정부·공공기관 외산 도입률 높아…DB 생태계 확산 위한 정책·산업적 지원 필요

2025-08-29     박재현 기자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혁신성에 매료됐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각 국가 역시 AI가 곧 국력, AI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AI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AI 기술 및 인프라를 개발, 운영, 통제하는 ‘소버린 AI’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버린 AI에는 핵심 요소가 여럿 있지만, 데이터 주권(Sovereign) 확보가 핵심으로 꼽힌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데이터의 통제권을 지키는 동시에, AI 학습과 활용의 질을 좌우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데이터 주권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으로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산 DBMS의 주 수요처가 되어야 할 공공 현장에서의 국산 DBMS 활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공공기관 대다수가 여전히 외산 DBMS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기술 종속 우려와 더 나아가 데이터 주권 확보와 소버린 AI 전략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데이터 주권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국산 DBMS의 필요성과 가치를 2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국산 DBMS 가치 ①] 현지화·독립·자율성 확보 등 데이터 주권 확보 강점
[국산 DBMS 가치 ②] 정부 및 대기업 구축 성공 사례로 성능 입증

소버린 AI 기반 데이터 주권·국산SW 진흥 강조…정부 적극 참여

최근 소버린 AI로 인해 데이터의 주권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결괏값을 만들어낸다.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 위치, 소유권 등과 같은 데이터 주권에 따라 소버린 AI의 성패 여부가 결정된다.

최근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적 독립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만일 기업의 중요한 산업 데이터나 민감한 정보가 해외 기업의 AI 모델에 학습된다면, 이는 곧 국가 정보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근래 세계 각국이 수십~수백조 원을 들여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국의 데이터와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를 개발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서 통제돼야 하는 한다는 데이터 주권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우리 정부 역시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며 소버린 AI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산 SW 진흥 정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AI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100조 원(35조 원의 공공투자와 65조 원의 민간투자) 규모의 민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AI 경쟁력 강화와 자주적 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업 추진 방향 (출처: 과기정통부)

정부에서 정의하는 소버린 AI는 한국 고유의 데이터와 언어,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주도로 개발·운영되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일반 산업은 물론 공공·국방 등 전략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와 데이터 주권 상실 위험을 줄이는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국가대표 AI 사업)과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클라우드·반도체 인프라 투자 등 인프라 및 플랫폼 관련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산 SW 진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W 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SW 분리발주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공공 IT 구매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불합리한 공공 SW 발주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해왔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력 있는 국산 SW 기업들에게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국산 SW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산 SW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테스트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해당 센터를 통해 SW 성능 검증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DBMS, 현지화·독립·자율성 확보 등 데이터 주권 확보 강점

최근 데이터 주권 확보와 맞물려 국산 DBMS가 부상하고 있다. 국산 DBMS가 데이터 주권을 위해 필수적인 이유는 데이터 현지화 및 통제, 보안 및 규정 준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산 DBMS는 데이터 현지화 및 통제가 가능하다. 데이터 현지화는 특정 국가의 데이터가 해당 국가에 있는 물리적 서버에 저장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산 DBMS는 국내에서 개발되고 관리되기에, 데이터 현지화 규정을 준수하며 모든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 저장된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산 DBMS는 한글 데이터의 특성과 양식, 포맷, 문화 특수성을 지원하지만, 글로벌 DBMS 기업들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DB 기업 관계자는 “소버린 AI의 경우 모델에 대한 방식과 논리적인 요소들이 모두 공개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데이터셋이 학습되는가다”라면서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의 경우 환각이라고 하는데, 애플의 데이터가 들어갔기 때문에 AI가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졌다’라는 문장을 생성했을 것이다. 소버린 AI는 한글과 한국의 특성이 담긴 데이터를 학습한다. 외산 DBMS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산 DBMS는 오히려 한글과 한국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만의 맞춤형 보안과 규정도 준수할 수 있다. 국산 DBMS는 국내의 특수한 법률 및 규제 환경에 맞춰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감사 및 접근 제어 정책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엄격한 데이터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글로벌 DBMS 기업들끼리 만들어 놓은 표준이 우리나라의 보안 당국이 제정한 데이터 보안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DBMS 기업들은 본인들이 만든 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데이터 주권을 고려한다면 국산 DBMS를 이용해 우리 보안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산 DBMS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기술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외산 DBM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 기업의 DBMS를 사용하면 데이터 관리 정책이 해당 기업의 본국 법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국산 DBMS를 활용하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기술적 종속성을 벗어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산 DBMS는 단순히 특정 SW의 도입을 넘어 국내 SW 기업의 성장과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 구축으로 연결된다. 국가의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국내 DBMS 기업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DBMS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술지원, 업데이트, 비용 정책 등 측면에서 해당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산 DBMS를 이용하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기술 종속성을 확립하고 디지털 자립성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정부의 SW 국산화 현황 (출처: 행정안전부)


정부·공공기관의 외산 DBMS 편중 심화

데이터 주권을 위해 국산 DBMS의 활용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산 제품 사용에 앞장서야 할 우리 정부의 국산 DBMS 활용도는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한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DBMS 점유율 1위 기업의 제품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매출이 1조 원에 달한다. 이 중 공공기관 매출이 2천억 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통합전산센터에 현재 글로벌 DBMS 기업 제품이 약 3천 코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글로벌 DBMS 기업의 제품 라이선스 1코어당 단가가 3천만 원인데, 대략적 계산해 보면 해마다 9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이 글로벌 회사가 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도 기준 공공부문 DBMS 외산 의존도가 80.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으로는 오라클이 63.52%, 마이크로소프트가 16.03%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정 글로벌 기업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3년 기준 공공기관 DB 점유율 (출처: 행정안전부)

외산 DBMS는 한글 데이터 지원, 국내 보안 규정 충족, 신속한 정책 반영 면에서 한계와 위험성을 갖고 있기에, 국산 DBMS의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정책과 현실 간 괴리를 보여주며, 공공부문의 국산 DBMS 도입과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과 업계 협력이 절실함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공공시장서 국내 DBMS 기업들 강세

물론 정부·공공기관에서 사용할 만한 국산 DB 제품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어쩔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주권 확보 측면에서 오픈소스 DBMS를 가져다 부가 기능을 패키징한 제품의 경우 국내 정책, 기술 통제권, 보안체계 등이 보장되는 환경이 아니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정 오픈소스 DBMS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거나 표준 설정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업의 오픈소스 DBMS 제품을 제외하곤 단순 오픈소스 DBMS에 부가기능을 입힌 제품으로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기업 관계자는 “오픈소스를 토대로 부가 기능을 결합해 국산 DBMS 제품으로 공급되고 있는 제품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올해 오픈소스에 의한 해킹과 유출이 발생했다. 2025년 포스트그레SQL 인젝션 취약점을 활용한 DB 무단 접근 및 데이터 유출 사례인 ‘포스트그레SQL Quoting API’가 있었다. 무분별하게 오픈소스를 가져다 DBMS 패키징화한다면 데이터 주권을 오히려 상실하게 될 것”이라면서 “큐브리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 오픈소스로 공개했기에 데이터 주권이 큐브리드에 있다. 오픈소스 DBMS를 가져다 패키징하는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 및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 등 정부 장터들을 종합해보면, 등록된 국산 DB 제품은 티맥스티베로의 ‘티베로’, 큐브리드 ‘큐브리드 DB’, 엔텔스 ‘타잔 DB’, 스카이월드와이드(전 비트나인) ‘아젠스SQL’, 유엔넷 ‘타란튤라DB’, 선재소프트 ‘골디락스’, 알티베이스 ‘알티베이스 DB’ 등이 있다. 엔텔스, 스카이월드와이드, 유엔넷 등 오픈소스 기반 DBMS(주도적 기여 제외)의 경우를 제외하면 티맥스티베로와 큐브리드, 알티베이스, 선재소프트 등 4곳이다.

현재 이들 4개 업체 중 외산 DBMS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티맥스티베로와 큐브리드, 알티베이스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산 DBMS 점유율은 큐브리드 9.13%, 티맥스티베로 8.23%뿐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외산 DBMS 위주의 공공 데이터 인프라에서 벗어나 국산 DBMS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과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업계의 기술 혁신과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미 구축된 외산 시스템을 국산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시스템 전면 재구축 및 안정성 검증 등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