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개 원자로 파일럿 프로그램 선정…한국 협력 길 열릴까

트럼프,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발전 선호 SMR(소형모듈원자로) 중심 미 유망 스타트업과 공조 가능성 높아져

2025-08-25     조민수 기자
사진=원자력규제위원회

[아이티데일리] 미국이 원전 건설을 대대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한국 원전 산업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보다는 원전에 의한 에너지 확대를 선호하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의 원전 취향에 부응해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도 최근 원자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위해 11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3개 프로젝트는 2026년 7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부는 원자로 인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개발 과정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팀을 배정하지만, 참여 기업들에게 자금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에너지부에 프로그램 설립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혁신을 촉진하고 첨단 원자력 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국내 생산 단계에 도입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첨단 원자로 개발을 위한 절차와 규제 개정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원전 육성은 지금까지 지켜져 온 규정까지 무시한다. 이번 프로그램이 의회가 설립한 독립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별도의 인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원전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NRC로부터의 허가가 필수다.

원전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상업용 원자로 개발에 있어 역사적 규제 경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한다. 1954년 제정된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에 따르면, NRC는 DOE가 관리하는 핵물질의 배분을 인허가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미국 내 모든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NRC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통 DOE는 연방 소유 부지에서 연구 목적으로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지만, 상업용으로는 반드시 NRC의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

미국의 원전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한국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원전 협력 관련 의제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TerraPower), 알로아토믹스(Aalo Atomics) 등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과의 협력, 부품과 소재 공급망 진입 등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꼽히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특히 주목받는 아이템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 중 하나인 텍사스 오스틴의 알로 아토믹스 측은 “이번 프로그램은 연방 부지에 시험 원자로를 배치하고, DOE 규제 승인을 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장점은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몇 주 걸리던 과정이 며칠로 단축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알로 아토믹스는 DOE가 관리하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인근 부지에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NRC에 상업용 인허가 신청도 진행할 예정이다.

원자력 업계는 이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지만, DOE와 NRC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혁신연합(Nuclear Innovation Alliance)의 주디 그린월드 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소형 원자로의 상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DOE 시험 원자로 승인에서 NRC 상업 인허가로 원활히 전환하려면 DOE와 NRC 간의 광범위하고 투명한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인력 감축 조치로 DOE의 심사 능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 힐 보도에 따르면, DOE는 자사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약 7,000명을 ‘비필수 인력’으로 분류했다. 경우에 따라 이들이 거리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산업계는 미국이 원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지금처럼 확실한 때는 없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