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32조 ‘누적 연산량’, 시대착오적 기준 논란
AI 성능 판단 위해선 학습, 추론 과정 모두 고려돼야…공개 의무 동반 필요
[아이티데일리]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기본법 제32조는 인공지능시스템의 규제 기준으로 ‘누적 연산량’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AI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누적 연산량을 시스템적 위험을 가진 AI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 가운데 우리나라 AI 기본법 제32조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히 누적 연산량만으로 AI가 가진 영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조항의 내용은 ‘인공지능사업자는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인 인공지능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이다.
그러나 조항 중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라는 기준이 기술 발전 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추론형 모델처럼, AI의 성능은 학습 과정뿐만 아니라 추론 과정에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 모델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학습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지 않은 모델들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누적 연산량 공개 의무가 동반되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연산량을 공개하지 않거나 임의로 축소해 공개하는 경우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스캐터랩 하주영 변호사는 “누적 연산량과 같은 민감한 규제 기준을 AI 기본법과 같은 경성 규범으로 규정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AI와 같이 급변하는 분야에서는 연성 규범 형태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