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기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국내 SW 산업에 미칠 영향은?
과제 많지만 사업 확대 ‘기회’…SaaS 수출로 활로 모색해야
[아이티데일리] 2025년 8월 7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시행된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10%p 낮아졌다. 협상 전까지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전자적 전송에 관한 무관세 원칙(WTO의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에 따라 관세가 없었기에 혹시 변동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 역시 전자적 전송 방식의 SW와 CD·USB 등 저장매체에 담긴 SW에 무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SW 업계는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국내 SW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협상이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SW 산업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베디드 SW, 관세 부과
전자적 전송 방식의 SW는 온라인을 통해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SW,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는 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이 해당한다. 저장매체에 저장된 SW는 물리적인 매체에 담겨있기에 수입신고 대상이지만, 사실상 무관세로 처리된다. CD나 USB와 같은 저장매체에 담긴 SW를 수출할 때, 저장매체의 HS 코드로 수출 신고를 하는데, 대부분의 저장매체 HS 코드(예: HDD 및 자기테이프 ‘8523.29; USB’, SSD의 ‘8523.51; CD/DVD’, 블루레이의 ‘8523.49’)에 0%의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설령 SW에 대한 라이선스료가 수출 계약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과세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저장매체 자체의 관세율이 0%이므로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베디드 SW(Embedded SW)는 하드웨어(HW)와 함께 거래되며, SW의 가치가 제품 전체 가격에 포함되기에 관세가 부과된다. 임베디드 SW가 담긴 HW의 HS 코드로 수출 신고가 이뤄지며, SW의 가치를 포함한 제품 전체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가 책정된다. SW의 가치가 물리적인 제품의 일부로 간주돼 제품 전체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능 업그레이드용 SW처럼 물리적으로 HW에 포함되지 않고 클라우드나 USB를 통해 별도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비물리적 서비스로 간주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3년 차량용 SW 매출이 5,0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자동차에 탑재되는 SW가 늘어나면서, 관세 부과 대상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내장되는 SW로 인해 관세에 영향받게 된다. 다만 스마트폰 등 일부 품목은 상호관세 예외품목으로 지정돼 부담이 덜하다.
“공급망 재편, IT 인프라 투자 위축, 디지털 보호무역주의 확산 예상”
이번 관세 협상은 국내 SW 업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려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HW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내 SW 기업 IT 인프라 투자 위축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 증가 △디지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예상된다.
우선 미·중, 러·우 등 지정학적 긴장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IT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SW 배포(Deployment), 운영 및 유지보수 측면에서 비용과 복잡성을 늘리게 된다. 가령, 엔비디아 제품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
아울러 핵심 인프라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반도체, 서버 등 IT 인프라의 핵심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지역별 인프라 분산이 필요할 경우 클라우드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내 SW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내 SW 기업의 한 임원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활용해 공급망 충격을 흡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중소 SW 기업들은 자원과 협상력의 한계로 인해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SW는 HW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관세의 영향권에 있는 HW 가격 상승은 SW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새로운 SW를 도입하거나 기존 SW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 무선 네트워크 등의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SW 도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HW 장비 관련 가격 상승은 SW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비용과도 연계돼 SW 개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HW 장비 가격 상승은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국내 SW 및 AI 시장에도 위협이 된다.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철강, 전선, 냉각장치 등 관세 대상 부품 가격 상승은 데이터센터 건설비를 늘리고, 이는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하이퍼스케일러들 또한 무역 분쟁으로 인한 압박이 지속될 경우 가격 모델 재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세 부과에 따른 GPU, AI 가속기 비용 폭등은 AI 모델 학습 및 추론 단가 급등을 의미한다. 비용 상승은 생성형 AI, 물리적 AI 등 AI 수요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생성형 AI에 이어 에이전트 AI, 물리적 AI 등이 부상하며 AI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으나,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의 상승은 이러한 트렌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 조치, '위기'이자 ‘기회’
관세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은 국내 SW 산업에 많은 숙제를 안겨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국내 SW 기업 관계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는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AI와 로봇을 통한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SW 기업들에게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늘릴 것이다. AI와 로봇 등을 활용해 생산, 물류 등에 대한 예측 및 최적화, 자동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상쇄하려는 시도 역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오라클, 세일즈포스, SAP 등 글로벌 SW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관세 정책의 변화에 따른 계획 및 대응 기능을 자사 플랫폼에 내재화하며, 원스톱 서비스화와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플랫폼에 통관·컴플라이언스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추진하며 외부 전문 솔루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관세 관련 기능을 모듈화해 제공(앱익스체인지, SAP 스토어 등에서 구독하는 방식)함으로써 기업들이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참고해 국내 SW 기업들 역시 AI 기반 관세 및 무역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기존 서비스에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aS 수출로 활로 모색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를 면면히 살펴보면, 국내 SW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전자적 전송 원칙에 따라 SaaS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더욱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우선 SaaS는 관세가 면제된다. SaaS는 실체가 없는 무체물로 간주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WTO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과 한미 FTA를 포함한 여러 국제 무역 협정에서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원칙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SW에 대해 관세 부과를 요구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비교 우위 산업군이 될 수도 있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제조업 품목들과는 달리, SW 산업은 이러한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수출 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는 우위에 있는 산업군이다.
국내 SW 기업들은 이러한 SW 무형적 특성을 활용해 순수 디지털 형태의 수출을 확대하고, 관세 부담이 적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함으로써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SW 기업 대표는 “전자적 전송 SW와 매체저장 SW가 관세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활용해 수출 시장과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AWS, MS 애저 등 글로벌에 리전이 많은 CSP를 선택해 SaaS 형태로 제공할 경우 글로벌 진출은 더욱 쉬워질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으로 SW나 SaaS를 수출 시에는 순수 디지털 전달 모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관세 부담을 우회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