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AI 수출 패키지 압박 ‘목전’…업계 “공존형 소버린 AI” 강조
생태계 확장 및 오픈소스와 국산 플랫폼 균형감있게 활용해야
[아이티데일리]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행동 계획(AI Executive Order)’을 발표하며 동맹국에 미국산 AI 인프라·반도체·모델·소프트웨어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는 ‘AI 풀스택 수출 패키지’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로 인해 폐쇄형 AI 기술 주권 강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AI 업계는 AI만큼은 정부가 오랫동안 고수하던 ‘자립’ 대 ‘개방’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거두고, 규제·표준 등 ‘기술 거버넌스’ 및 오픈소스 생태계 연동, 다각적인 글로벌 협력 등이 가능한 ‘공존’이라는 색을 입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에게 미국산 반도체(GPU), 서버, AI 모델, 소프트웨어, 기술표준까지 포함한 AI 풀스택 수출 패키지를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 공급 제재와 같은 단순 규제가 아닌, 글로벌 AI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국산 기술 및 인프라 강조 △오픈소스 생태계 활용 미흡 등에 역점을 두고 폐쇄형 소버린 AI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AI 기술 주권 확보를 명분으로 국내 개발 신경망처리장치(NPU), 국산 AI 모델,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 등의 활용을 강력히 독려해 왔다. 아울러 오픈소스 모델 활용이 미흡하다는 점도 꼽힌다.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활발히 혁신하고 있는 글로벌 AI 시장과도 대치되는 기조다.
미국의 AI 수출 패키지 압박으로 인해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팹리스, 클라우드, 보안 등 마중물 역할을 맡은 여러 기술 생태계와 정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업계에서는 정부의 ‘자립형 소버린 AI’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마저 오픈소스 모델을 결합해 커스터마이징하는 전략으로 실용성을 극대화하는 현실에서, 일방적인 ‘자립’ 전략으로는 효율성과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주도의 AI 글로벌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기술주권’과 ‘글로벌 활용성’을 적절히 배합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가져왔던 폐쇄적인 국산화 논리로는 AI 서비스와 생태계 역동성을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나친 개방 의존은 국가 공급망의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주요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AI 주권에만 매몰된 정책은 폐쇄적 프레임에 빠질 수 있고, 국가 AI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표준 등 ‘기술 거버넌스’ 선점과 오픈소스 생태계 연동, 다각적인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 실제 유럽연합(EU)도 AI 정책에서 자국 내 인프라와 오픈소스 활용을 병행하면서, 공공데이터·R&D 주권과 글로벌 표준화 선점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자립형 AI 주권 확보’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 생태계 내 서비스·솔루션·데이터 경제로의 확장과 글로벌 오픈소스와 국산 플랫폼을 균형감있게 활용하고, 정부·민간이 연대하는 다층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립형 소버린 AI가 국내·외 산업계에서 힘을 얻으려면 개방형 전략, 다자간 협력, 공생적 생태계 조성, 그리고 글로벌 무대에서의 실질적 경쟁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AI 기업 대표는 “미국발 AI 규제와 수출 정책이 본격화되는 지금, 정부는 소버린 AI를 명분으로 자립만 강조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진정한 AI 기술 주권은 표준·규제·R&D·인재·서비스 혁신이라는 다층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협력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