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 AI 적용 확산…깊어지는 ‘AI와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2025-07-18     조민수 기자
AI를 활용한 인간 뇌구조 교육 자료. 이미지=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세계 교육 현장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으로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AI는 교실에서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학습 보조 도구의 역할을 넘어선다. 교육과정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교육 이론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AI 리터러시’ 격차라는 새로운 교육 불평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리터러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 격차가 크다 함은 개인별, 지역별, 국가별로 활용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는 2025년 가을부터 전 학부 과정에 AI 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청년들에게 ‘차세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0월, AI 리터러시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한 발 앞서 지난해 가을부터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AI를 의무적으로 교육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에서도 첨단 분야에서 항상 앞서는 UAE는 공립 고등학교 대상 AI 커리큘럼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8년까지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예외 없이 AI 네이티브 세대의 학습 환경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주도하는 경제와 사회, 교육 시스템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의 표출일 것이다.

가상교실 등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 다메타원(DaMeta1)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와카스 수하일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조용하게, 빠르게, 그리고 불균형적으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컸지만 AI가 교육계의 판도를 바꾸는 흐름은 분명한 현실이다. 수하일은 교육에서 가장 유의미한 AI 활용은 자동화보다 ‘적응화(Adaptive)’에 있다고 강조한다.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교사의 시간을 확보해주고 통찰을 보완하는 것이 AI의 진짜 가능성이란 주장이다.

다메타원의 교육 플랫폼 ‘일름버시티’는 그런 배경에서 탄생한 AI 튜터다. AI 튜터는 수업을 개인화하고, 학생의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교사에게 통찰을 제공하는 가상 교실을 구현한다.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 AWS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으며, ‘적응형 학습’의 주류화를 목표로 한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칸미고(Khanmigo)’, 구글의 학습 특화 AI인 ‘런LM(LearnLM)’ 등도 교실에 AI 기반 학습을 도입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공통적으로 개인화된 학습 도우미로서 AI의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수하일은 포브스에 “훌륭한 AI 도구는 교사에게 여유를 주고, 교사가 해야 할 일, 즉 신뢰 구축, 동기 유발, 복잡한 질문 대응 등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미래는 AI 대 교사가 아니라 AI와 함께하는 교사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의 AI 접목이 교육격차 해소 도구인가, 또 다른 격차의 씨앗인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다수의 매체와 기관의 홈페이지에 실린 어젠다 등 관련 글을 모아본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폴 튜더 존스는 미국 블룸버그의 '오픈 인터레스트' 프로그램에서 AI 가상 튜터가 “저소득층 학생의 학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시험 기관의 질 더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AI는 인간 교사의 대체가 아닌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하며,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썼는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커먼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의 조사에서는 미국 10대의 70%가 학교 과제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홈페이지에 실린 어젠다에서 2026년까지 AI로 인해 9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1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직업 이동이 아니라 ‘AI 리터러시 격차’의 이동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유네스코(UNESCO)는 ‘교육 2030 어젠다’를 통해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인간 중심의 AI 도입을 권고하고 있으며 OECD와 유럽위원회는 청소년이 비판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정의한 프레임워크 AILit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양하다. AI를 금지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무런 지침 없이 이를 도입한 학교도 있다. AI 훈련을 받지 않은 교육자는 부지기수다. 일관되지 않은 교육 상황이 이어진다. 그러나 AI를 도입하려는 교육계의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AI 리터러시가 의무화되고, AI 기반 학습 도구가 확산되는 지금, 세계 교육은 ‘AI 네이티브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 교육의 구조적인 변화다. 그러나 단순한 도입은 진보가 아니다. 누가 혜택을 받는가, 어떻게 공정하게 도입되는가, 실제로 교육 성과를 높이는가 등이 교육계의 진짜 과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