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CSP로 나선 쿠팡, 외산인가 국산인가…공공시장 진출 여부 ‘눈길’
과기정통부 AI 컴퓨팅 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 지원
[아이티데일리]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지난 2일 자사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oupang Intelligent Cloud, 이하 CIC)’로 리브랜딩하고, 클라우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공표했다. CIC 발표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보도자료 외에 구체적인 계획이나 서비스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쿠팡의 움직임에 다양한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란?
쿠팡은 지난 다년 간 쿠팡 서비스 개선 및 운영의 목적으로 자체 사업 대상 AI 컴퓨팅 인프라를 폭넓게 활용해 왔다. CIC는 그간 쿠팡의 내부 서비스와 외부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에 제공되던 AI 인프라를 리브랜딩한 명칭이다. 쿠팡은 CIC 데이터센터가 모두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AI 컴퓨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다수 탑재했다고 밝혔다. 또한 빨라지는 GPU 교체 연한 주기에 대응하고자 최신 기종의 하드웨어를 구비 및 운영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쿠팡의 ‘국적’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쿠팡은 미국 본사인 Coupang Inc.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 법인이다. 지배 구조 상 미국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쿠팡은 향후 미국과 한국 중 어떤 국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따라 국내 시장, 특히 공공 클라우드 부문에서 적용받는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정보보호 수준을 검증하고 있다. CSAP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에 근거해 시행되며, 보안 인증 유형은 IaaS·SaaS·DaaS 등으로 구분된다. 유효기간은 5년이다.
또한 보안 기준에 따라 상·중·하 등급으로 나뉜다. 하 등급은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공개된 공공 데이터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한하며,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상·중 등급은 민감정보와 행정 내부업무 운영시스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 등급은 이미 고시에 반영돼 시행 중이며, 상·중 등급은 추후 고시 개정 및 시행을 앞두고 있다.
쿠팡은 미국 본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등과 마찬가지로 ‘외산 CSP’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 CSAP는 과거 외국계 기업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용했으나, ‘하’ 등급 규제가 완화되면서 올해부터 외산 CSP들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쿠팡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상·중 등급에 해당하는 민감정보가 포함된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의 경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ign)’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쿠팡의 모회사인 Coupang Inc.는 미국 기업으로, 이 경우 미국의 CLOUD Act(Clarifying Lawful Overseas Use of Data Act)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사이버 보안, 테러 등의 위급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통해 해외에 저장된 데이터 제출 요구가 가능하다. 이는 향후 쿠팡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하나의 고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쿠팡이 지난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컴퓨팅 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에 지원한 사실을 밝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행보에 대해 “쿠팡이 아마존처럼 클라우드 사업을 병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시장 규모만으로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장기적 투자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업계 또한 쿠팡과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MSP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접촉하기 위해 시도 중”이라며 “쿠팡과의 협업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계자는 “쿠팡이 과거 로켓배송 서비스를 발표했을 때처럼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만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