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2024년 국내 AI 산업 6조 3천억원…구조적 불균형 ‘경고등’
AI 응용 SW·시각지능에 편중…개발자 인력난·클라우드 의존도 심화
[아이티데일리] 2024년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은 6조 3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술·인력·인프라 등 여러 측면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었다. AI 응용 소프트웨어(SW)와 시각 지능 기술에 기업 역량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고, AI 개발자 인력난과 클라우드 인프라 의존도 심화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고품질 데이터 확보 및 규제 문제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었다.
응용 SW·시각 지능에 ‘쏠림’…원천기술 취약성 ‘뚜렷’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은 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응용 소프트웨어(챗봇, 자동화 등)가 2조 6,700억 원으로 전체 AI 사업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AI 구축·관리 및 정보 서비스(컨설팅, 클라우드 등) 1조 8,700억 원 △AI 시스템 소프트웨어(머신러닝 플랫폼, 추론 엔진 등) 1조 4,600억 원 △AI 연산 처리 부품·장치(NPU 등) 3,000억 원 순이었다.
매출 증가율 역시 응용 SW(14.3%), 구축·관리 서비스(13.1%), 시스템 SW(9.6%), 연산 부품(8.4%) 순으로, 응용 서비스 분야의 고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기술 분야별로는 ‘시각 지능’ 보유율이 42.6%로 절반에 달했다. ‘지능형 에이전트’(27.6%), ‘생성형 AI’(21.7%)가 뒤를 이었다. 이는 챗봇, 영상 분석 등 특정 응용 분야에 기업 역량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범용 AI(AGI), AI 특화 하드웨어 등 원천기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GI, AI 반도체 등 차세대 원천기술 보유 비율은 20% 미만에 머무르며,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내재화와 다각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AI 사업 주력 분야 역시 응용 소프트웨어(1순위 53.5%, 1+2순위 73.6%)가 절대적이며, AI 구축·관리 및 정보 서비스(26.9%), 시스템 소프트웨어(17.0%), 연산 부품/장치(2.6%)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매출 1,000억 원 이상 대기업도 응용 SW(39.5%)와 구축·관리 서비스(40.4%)에 집중돼, 원천기술·하드웨어 분야의 산업 저변이 매우 얇은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편중은 산업별 AI 활용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AI가 가장 활발히 도입되는 정보통신업(46.0%), 제조업(35.7%), 공공·행정(24.8%) 등에서도 주로 챗봇, 자동화, 영상 분석 등 응용 서비스 중심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AI 반도체, 범용 AI 등 고부가가치 원천기술 분야는 대기업과 일부 선도기업에 한정돼 있다.
SPRi는 보고서를 통해 “AI 산업의 양적 성장은 가파르지만, 특정 응용 분야 쏠림과 원천기술 취약성이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범용 AI, AI 반도체 등 원천기술 내재화와 응용·플랫폼·하드웨어 전반의 균형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별 AI 활용, 정보통신·제조업이 견인…공공·보건·교육도 확산
2024년 국내 AI 산업의 응용 확산은 정보통신업과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었다. 정보통신업(J)이 46.0%로 AI 도입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제조업(C) 35.7%,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O) 24.8%, 보건업 및 사회복지(Q) 20.6%, 교육 서비스업(P) 18.6%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업에서는 챗봇, 음성비서 등 대화형 AI, 콘텐츠 추천 엔진, 데이터 분석 플랫폼, 지능형 게임, 가상비서, 마케팅 자동화 등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객 응대 자동화, 맞춤형 콘텐츠 제공, 네트워크 운영 최적화 등 디지털 서비스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AI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공정 자동화, 불량품 식별, 지능형 로봇, 시뮬레이션, 예지보수, 자율주행차 제조, 생산라인 최적화 등 AI 기술이 생산성 향상과 품질관리, 비용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컴퓨터 비전 기반 영상 분석, 예측 유지보수, 공정 데이터 분석이 현장 자동화와 고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공공·보건·교육 등 산업의 AI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공공·행정 분야에서는 무인 민원처리, 문서 자동화, 지능형 국방 시스템 등 행정 효율화와 국민 서비스 고도화에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AI 기반 진단·처방, 의료 데이터 분석, 신약 개발 등 의료 서비스 혁신과 맞춤형 복지 실현에 기여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AI 튜터, 맞춤형 커리큘럼, 스마트 학습 지원 등 학습자 맞춤형 교육 서비스가 확산 중이다.
AI 활용은 정보통신·제조업 중심에서 공공, 보건, 교육 등 다양한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각 산업 특성에 맞는 AI 솔루션과 데이터 분석, 자동화 기술이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클라우드·GPU 혼합 인프라 확산…핵심 과제로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부각
2024년 국내 AI 산업은 클라우드와 GPU를 결합한 혼합 인프라 활용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데이터 확보와 품질 관리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 방식은 오픈 라이브러리 기반 개발(50.6%)이 가장 많았고, 자체 기술 개발(37.5%)과 솔루션 도입 기반 개발(11.7%)이 뒤를 이었다.
중소·중견 기업은 텐서플로우나 파이토치 등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를 적극 활용해 개발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반면, 대기업과 일부 선도기업은 자체 기술 내재화와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연산 인프라 측면에서는 혼합 환경(자사 GPU+클라우드) 활용이 41.9%로 가장 높았고, 클라우드만 활용 38.2%, 자사 GPU만 활용 19.9%로 조사됐다. 특히 혼합 환경을 도입한 기업 중 자체 구축 인프라(50.7%)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49.3%)의 활용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
AI 모델의 훈련·추론 환경이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3년 내(2027년)에는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활용 비중이 54.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 서비스 고도화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 수요가 늘면서, 초기 투자 부담이 적고 확장성이 뛰어난 클라우드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해석된다.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 방식은 고객 데이터 활용(73.8%), 공공 지원사업(67.8%), 자사 기존 데이터(50.5%)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데이터 거래소(35.5%), 크라우드소싱(33.4%), 기업 간 직접 거래(30.8%), 인터넷·소셜미디어 수집(8.8%) 등 다양한 채널이 활용되고 있었다.
대기업은 기존 보유 데이터와 자체 수집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공공 지원사업과 외부 데이터 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 품질·규제·인프라 비용 등 현장의 애로사항도 존재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 및 품질, 인프라 비용,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를 사업 운영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고품질 데이터의 부족, 데이터 수집·가공 비용 부담, 데이터 표준화 미흡, 공공데이터 파편화, 민감 정보 활용 제한 등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접근성과 품질 관리가 사업 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클라우드·GPU 등 AI 인프라 비용 역시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AI 연산 자원의 자립성 강화와 공공 GPU 인프라 지원 확대, 데이터 거래·유통 시장 활성화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한편, 2024년 국내 AI 기업들이 꼽은 사업 운영 최대 애로사항은 ‘투자유치의 어려움(평균 4.21점/5점 만점)’이 꼽혔다. 2023년 1순위였던 ‘인력 부족(3.58점)’을 앞질렀다. AI 기업의 84.9%가 투자유치의 어려움에 동의했으며, 기술개발 및 사업화 불확실성(70.3%),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59.5%), 인프라 비용(54.2%), 과도한 규제(47.9%) 등도 주요 애로로 꼽혔다.
실제로 AI 분야 외부 투자유치 실적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17.2%에 불과하며, 투자금액도 2023년 1.9조 원에서 2024년 8,892억 원으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탈·엔젤투자 의존도가 90%에 달하고, IPO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은 극히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연구개발 및 사업화 자금 확보가 어렵고, 초기 투자 대비 수익성 불확실성,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 심화, 데이터·인프라 비용 부담, 법·윤리 규제 등 복합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해석했다.
개발자 부족률 57.6%…데이터 분석가·운영관리자도 공급난
2024년 6월 기준 국내 AI 산업 종사자는 5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AI 개발자 부족률이 57.6%에 달하는 등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직군별로는 △AI 개발자(39,368명) △프로젝트 관리자(4,649명) △데이터 가공·처리 종사자(2,801명) △AI 컨설턴트(2,741명) △데이터 분석가(2,493명) △시스템 운영·관리자(1,987명) 순이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AI 개발자 부족 인원은 2,721명에 달했다. 데이터 분석가, 시스템 관리자 등도 공급 부족률이 각각 7.5%, 10.6%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실무 투입 가능한 고급 인재 확보와 인건비 상승, 장기 고용의 어려움, 대기업·외국계 기업 선호 현상 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인력 채용 시에는 경력·경험(1순위 47.3%)과 전공, 보유 기술 순으로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으며, 실무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뚜렷했다.
기술 편중 및 인프라 자립성 부족 등 산업 성장 걸림돌 꼽혀
국내 AI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는 기술 편중과 인력 미스매치, 인프라 자립성 부족 등 구조적 불균형이 꼽혔다. 응용 SW와 시각 지능 등 특정 분야에 역량이 쏠리면서, 범용 AI(AGI), AI 특화 하드웨어 등 원천기술의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었다.
실제로 국내 AI 기업의 1순위 주력 사업은 ‘응용 소프트웨어’(53.5%)와 ‘구축·관리 서비스’(26.9%)에 집중되어 있고, 원천기술 기반의 시스템 소프트웨어(17.0%)나 연산 부품/장치(2.6%)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술 분야별 보유율 역시 ‘시각 지능’(42.6%)이 압도적이지만, 범용 AI(18.0%), AI 특화 HW(15.3%) 등은 현저히 낮다. 이러한 불균형은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한계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력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2024년 AI 개발자 부족률은 57.6%에 달하며, 데이터 분석가, 시스템 관리자 등 실무형 인재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인프라 자립성 역시 취약하다. AI 연산 인프라의 클라우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으나, 자체 GPU 등 하드웨어 역량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열세다. 투자유치, 데이터 확보, 규제 리스크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산업의 혁신 동력을 제약하고 있다.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수도권·비수도권 등 권역별로 AI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기업 간 역량 격차를 해소하고, R&D·사업화·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중소기업 중심 AI 클러스터 조성’ △현장 수요에 맞춘 AI·데이터 실무 교육, 경력전환·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실무형 인재 리스킬링 확대’ △중소·벤처기업의 AI 개발·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공공 GPU·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저비용·고효율의 연산 환경을 제공하는 ‘공공 GPU 인프라 설계’ △AI 신뢰성·안정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프레임워크 도입, 전담조직 운영, 모델 검증·데이터 품질 관리 등 윤리·책임성 기반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AI 윤리·신뢰성 기준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투자유치 다각화, 데이터 거래시장 활성화,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 구축, AI 특허·표준화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접근도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