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해킹, 여전히 ‘현재진행형’…기축 아파트 보안 대책 시급

정부 대책 신축만 해당, 기존 아파트는 여전히 무방비 “각 세대 방문 설치 없어도 일괄 적용 가능한 현실적 솔루션 도입 필요”

2025-06-25     정종길 기자

[아이티데일리] 최근 SK텔레콤과 예스24 등 연이은 해킹 사고를 계기로 산업계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사이버 보안 위협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 발생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건이 꼽힌다. 당시 전국 638개 단지, 약 40만 가구에 설치된 월패드 시스템이 해킹되면서 입주민들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 213건, 사진 40만여 장이 유출돼 전국적인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아파트 내 모든 세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현행 홈네트워크 구조의 보안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진=픽사베이)

사건 이후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시공 승인을 받는 신축 아파트에 대해 세대 간 망분리를 의무화하며 보안 강화에 나섰지만, 기존 아파트(기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뒤늦게 정부는 2024년 5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기축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공동주택에 홈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세대 간 망분리 등 구체적인 보안 기준이나 이행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보안 장비를 도입하려면 입주민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각 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물리적 부담도 커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보안에 대한 경각심마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진=픽사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보안 체계를 도입한 사례도 있다. 최근 부산의 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는 기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세대 간 망분리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아파트는 각 세대에 별도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망분리를 구현했으며, 설치 간편성과 구축 기간 최소화를 통해 입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홈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을 공급한 스콥정보통신 관계자는 “VLAN(가상근거리통신망) 기술 기반의 홈네트워크 세대 망분리 솔루션의 경우, 단지 망구성을 변경하거나 각 세대 내부에 별도의 보안 장비를 설치할 필요 없이 세대 망분리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는 기축 아파트도 입주민들이 의지를 갖고 현실적인 방식을 찾는다면 충분히 보안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성공 사례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 기축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보안 심각성이 지적된다. 현재 대다수 기축 아파트 단지가 보안 시스템 도입에 대한 인식 부족과 예산 부담 등으로 여전히 보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내 보안 업체의 모 연구소장은 “정부가 세대 간 망분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기술 기준과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예산 및 기술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점차 지능화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 단위의 자구책을 넘어, 정부 차원의 명확한 제도화와 현실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