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금융권 대상 디도스 공격 전년대비 245% 급증”
아카마이, 미국 FS-ISAC과 공동 보고서 발표
[아이티데일리] 아태지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DDoS) 공격이 전년 대비 245% 증가하며 금융 생태계 전반의 신뢰성과 복원력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한국대표 이경준)는 미국 FS-ISAC(금융정보공유분석센터)와 함께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내 금융권을 겨냥한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현황을 분석한 공동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단순한 공격에서 전략적 위협으로: 금융권을 겨냥한 DDoS 공격(From Nuisance to Strategic Threat: DDoS Attacks Against the Financial Sector)’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2024년 발생한 전 세계 대용량 레이어 3·4 디도스 공격 중 38%가 아태지역 금융기관을 겨냥했으며, 이는 2023년의 11% 대비 245% 급증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급증세의 배경으로 지역 금융산업의 빠른 디지털 전환을 꼽으며, 이러한 공격이 금융 서비스의 운영 연속성과 고객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FS-ISAC EMEA 지역 매니징디렉터인 테레사 월시(Teresa Walsh)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디도스 공격은 이제 단순한 네트워크 마비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복잡한 취약점을 노리는 정교하고 복합적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아태지역 금융 시스템은 이러한 위협에 더욱 취약하다. 운영 연속성과 고객 신뢰를 위해 인프라 강화는 물론, 인력, 기술, 프로세스 전반의 유기적 협력을 기반으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2024년 4분기 동안 6개국 2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동일 해커 그룹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속적인 공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개별 공격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지속성과 반복성 측면에서 새로운 위협 양상을 보였다. 공격 대상은 소매 금융, 결제 처리, 투자은행, 금융 관련 정부 기관 등 금융 생태계 전반에 걸쳐 있었으며, API 사용 확대에 따른 공격 표면 증가로 레이어 7 공격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서비스 부문은 보고된 산업군 중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분야로 분석됐다.
공격 증가의 원인으로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더불어 누구나 쉽게 디도스 공격을 의뢰할 수 있는 디도스 대행(DDoS-for-Hire) 플랫폼의 확산이 지목됐다.
아카마이 아태지역 루벤 코(Reuben Koh) 보안 기술 및 전략 부문 디렉터는 “아태지역의 디도스 공격은 단순한 무차별 트래픽 유입을 넘어서, 취약한 시스템과 노출된 API를 정밀 타격하는 복합적 작전 양상으로 진화했다”며 “특히 디지털 전환이 빠른 금융, 유통, 제조업 등이 주요 표적이 되면서, 운영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파트너와 협력해, 지능적이고 신속하며 유연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경향 보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아태지역의 공격 양상은 글로벌 경향과도 일치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레이어 3·4 디도스 공격 중 금융권을 겨냥한 비중은 37%에 달해 2년 연속 최다 피해 산업으로 기록됐으며, 게임 산업(20%), 제조업(17%)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년 대비 디도스 공격이 급증한 산업은 금융권이 유일했다.
이러한 추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념에 기반한 해커 집단의 활동, 이른바 ‘핵티비즘(hacktivism)’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보고서는 디도스 공격 대행 그룹, 핵티비스트(정치·사회적 목적을 지닌 해커들), 국가 배후 해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잡해진 사이버 위협 환경 속 방어 체계 최신화 시급
보고서는 복잡해진 사이버 위협 환경 속에서 금융기관이 보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카마이와 FS-ISAC이 공동 개발한 ‘디도스 대응 성숙도 모델(DDoS Maturity Model)’ 도입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각 기관의 보안 대응 역량을 진단하고, 방어 전략 수립 시 투자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
아울러 보고서 실시간 행위 기반 분석과 정상 트래픽 기준선 수립, 위협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한 탐지 및 대응 자동화, DNS 및 API 보안을 위한 지속적인 테스트 및 강화, 고위험 지역 접속 차단을 위한 지리 기반 IP 필터링 등 전략적 조치를 권고했다.
이 외에도 보고서는 지역별 디도스 공격 통계, 주요 해커 집단에 대한 정보, 기초적인 사이버 보안 수칙, 효과적인 공격 대응 및 완화 전략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디도스 대응 성숙도 모델’을 통해 각 기관은 자체적인 보안 역량과 절차를 진단하고, 실제 공격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단계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아카마이가 2022년부터 초기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FS-ISAC의 ‘중요 공급자 프로그램(Critical Providers Program)’의 일환으로 발간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금융 산업 전반의 공급망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글로벌 협력 이니셔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