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월스트리트 증시 분석 보고서 110만 건 분석하니…“놀라운 결과”
1년 미만 단기 예측, 애널리스트가 LLM보다 우위…장기 예측은 반대 애널리스트 목표 주가나 종목 추천은 기대 못 미쳐
[아이티데일리]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고 정밀함이 중요한 월스트리트의 속도감 있는 세계에서, 110만 건에 달하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누구에게는 보물창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소음 덩어리로 보일 수 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시쿤 예(Shikun Ye) 연구원이 1998년부터 2023년까지의 방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한 결과, 주식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의 결과가 다수 도출됐다고 지역 NBC뉴스가 전했다. .
연구 결과는 팬뮤어 리베룸 캐피털(Panmure Liberum Capital)의 전략분석가 요아힘 클레멘트가 자신의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내용이 소개된 뒤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예 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전통적인 애널리스트 종목 추천의 유용성에 대한 기존의 믿음에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I 분석 결과는 애널리스트들의 추천과는 크게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1110만 건의 보고서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샘플의 제한성’ 비판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단순히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를 따라 투자를 했을 경우, 즉 가장 높은 목표 주가가 설정된 주식을 매수하고, 가장 낮은 목표 주가가 설정된 주식을 매도한 결과 시장 평균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애널리스트의 분석 또는 주가 전망 보고서에 맞춘 투자가 “수익성 면에서 특별히 높지는 않다”는 냉소적인 견해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분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LLM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노트 내용, 서술, 관찰 결과, 그리고 정성적 평가 모두가 향후 실적과 주가 수익률에 대해 예측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모든 내용을 포괄하는 보고서 본문의 내용에 기반한 투자 전략은 목표 주가나 추천에 의존하는 투자 전략보다 일관되게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보고서에서 사용된 언어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호황기에는 투자 수익성을 중시하고, 불황기에는 거시경제적 요인과 재무 건전성에 더 집중했다. 또 기업 유형에 따라서도 관심 요소가 달라졌다. 가치주에 대해서는 수익성에 더 중점을 두었으며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자주 언급됐다.
단기적인 실적 예측에서는 애널리스트가 LLM보다 우위를 보였다. 보통 1년 이내의 예측의 경우 그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LLM의 능력이 애널리스트의 추정치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의도치 않게 자신들의 분석 속에 유용한 예측 신호를 담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 연구원은 이를 ‘스토리-통계 격차(story-statistics gap)’라는 심리 현상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숫자보다는 이야기(story)를 더 잘 기억하고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통계보다 이야기에 더 설득당한다”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숫자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성적 정보를 통합해 투자 행위로 이끌어 내는 능력은 현실적으로 AI보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