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반 인프라에서 친환경 인프라 구축으로…금세기 벌어질 5가지 신물결
세계경제포럼 보고서
[아이티데일리] 경제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지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하면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복력이 강하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 정비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사회경제적 인프라는 거의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거나 정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인프라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후에 대응하지 못한다. 자재의 부족과 높은 탄소 집약도를 해소할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으로 인프라 부문에서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어젠다를 발표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WEF는 금세기중 인프라 부문에서 일어날 미래상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부문은 2050년까지 탈탄소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상의 상당수 지역에는 유지 및 재건이 불가능한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가 과잉 공급돼 있다. 다른 여러 곳은 여전히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인프라의 기능 부재는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인프라의 취약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가 ‘적응의 지연’이다. 주요 인프라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 지연되고 있는 것. 투자나 자산에 대한 물리적 위험은 과소평가 되고, 그 결과 2050년까지 최대 50%의 가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동시에,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는 토지는 점점 희소해지며, 위험 지역에서의 점진적 철수가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날로 증대하는 사회적 기대다. 사회는 더 혁신적이고 저렴하며, 포용적이고 건강한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등 기본 유틸리티 서비스의 상업화, 철도 및 고속도로의 노후화, 에너지 가격 상승,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건강 위험 등은 시민들의 회복력을 위협하고 있다. 불균형에 따른 비용이 사회 각층에 불균형하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또한 인프라 투자의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기로 국방이나 AI에 대한 자금 배분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속하고 있다. 반면, 유지보수를 미룸으로써 비용이 증가하고, 노후 인프라의 안전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나아가 전략적 자원의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이는 인류의 절대적 과제인 탈탄소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는 15~25년마다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 자원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부담을 줄이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과 극단적 기후 및 사이버 공격에 견딜 수 있는 회복력 있는 인프라에 대한 당위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WEF는 2100년까지 글로벌 인프라에 대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미래 트렌드를 통찰하고, 맥락에 맞는 인프라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 순환형이며 기후에 강한 ‘테크노스피어’
‘테크노스피어’란 인류가 만들어낸 구조물, 시스템, 자재 등을 종합한 개념이다. 건물, 도로, 기계, 폐기물 등 모든 인공물이 포함된다. 현재 테크노스피어 총량은 이미 지구 상의 모든 생물량을 넘어선 상태다. 현대 문명의 물질적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지비용이 높고 자원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테크노스피어의 건축물과 인프라는 확장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신축이 아니라 재사용, 수리, 용도 변경, 구조 보강, 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즉, 신규 토지 취득과 미사용 자원에 의존하는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타당한 방향이다. 이미 순환경제와 도시 리사이클링 등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자원 제약 시대에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이라는 지적이다.
2. 대륙 규모의 공유 메가 인프라
에너지 및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건설 붐은 현재진행형이다. 급성장하는 지역들은 비용 절감과 빠른 공급을 위해 상호 협력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생 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풍력이 풍부한 지역에서 발전되며, 장거리 송전망과 해저 케이블을 통해 배분된다. 이 네트워크는 동서 타임존을 연결해 주야간 에너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동시에 장거리 수도망, 화물 해상 수송, 대륙 횡단 철도는 효율적인 자원 분배와 저탄소 운송을 지원한다.
그러나 쉬운 해법은 아니다. 정치 외교적인 장벽이 높은 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의 흐름과 인프라 공유를 가로막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전쟁도 국가간 신뢰를 떨어뜨림은 물론 분쟁 조성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현실적인 장애물이 걸림돌이 된다.
3. 가상화되고 무기화된 인프라
기업이 데이터, 도시, 인프라를 지배할 경우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기업 주도의 지배가 심화되며, 자원 채굴은 우주, 북극, 심해로까지 확장된다.
공간 및 도시 계획은 AI 주도로 전환되며, 설계는 자동화되고 로봇 건설이 표준이 된다. 인프라에는 센서 등 데이터 수집 장치가 내장돼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데이터 과세로 새로운 공공 수입도 생긴다.
그러나 사회는 정전, 사이버 공격, 디지털 시스템 고장, 악의적 침입에 더욱 취약해진다. 에너지와 중요 자원의 수요가 급증하며, 인프라 및 사이버 방어 시장이 급속히 확대된다.
부분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부상이 대표적인 예다. 나아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동을 통제하면서 설치됐던 감시 인프라는 지금도 확장하는 추세다. 로봇에 의한 건설과 데이터의 수익화는 AI 시대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회가 양극화되고 사생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디지털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4. 고립되고 탄소가 고정된 인프라
탈탄소화에 실패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자산과 인프라가 고립된다. 가치 손실은 확산되고 인프라에서 연금, 투자 펀드, 근로자, 공급망, 사회 보장 수혜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과 지구공학이 일시적인 배출 저감책으로 추진되더라도 탄소 크레딧 가격의 급등과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가 확대되며, 경제적 손실은 정부와 미래 세대가 부담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인프라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탈탄소화가 늦춰지면 화석연료 기반의 ‘좌초 자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미 석탄 발전소나 송유관 인프라 등에서 이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5. 분산형 마이크로 인프라
어느 한 지역에서 에너지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대륙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지역 인프라 구축과 관리는 중요하다. 지역 인프라는 지자체나 기업, 기관 등이 관리할 수 있다.
지역 자원과 인적 기술을 결합하고 확장해 온·오프그리드 에너지 셀이나 내륙형 바이오가스 거점을 조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의 수평적인 거래와 순환형 자급자족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물론 지역 규모 인프라는 에너지 집약 산업이나 데이터 센터를 뒷받침할 정도는 아니다. 공동 자원 공유가 원활하면 큰 문제가 없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역이 고립되고 자원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지역 중심의 인프라 모델로 현실성이 있다. 재생 에너지를 수단으로 한 에너지 자립, 협동조합형 전력 시스템 등은 다수 생겨나고 있다. 다만 대규모의 인프라를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규모 인프라를 보완하는 역할로 적합한 시나리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