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안정기 접어든 국내 AI 산업, 2024년 6.3조원 시장 형성
B2B AI 기업 주도 성장…인력난 및 해외진출 과제 산적
[아이티데일리] 2024년 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총 매출이 6조 3,009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기록한 5조 6,991억 원보다 12.5%(7,018억 원)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이후 3년간의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21년~2022년 72%, 2022년~2023년 30%, 2023~2024년 12.5%로 성장세가 완만해지면서 과도기에서 안정기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인력 부족과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AI 산업 총매출, 6.3조…AI 응용 SW가 주도
2024년 국내 AI 산업 전체 매출은 6조 3,009억 원으로, 2023년 5조 6,991억 원 대비 7,018억 원(12.5%) 증가했다. 2021년(2조 5,000억 원) 이후 3년 연속 72%, 30%, 12.5%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거듭했다.
AI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AI 사업 분야별로는 ‘AI 응용 SW’가 2조 6,682억 원(42.4%)로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 분야에는 챗봇, 제조·생산 자동화 시스템 등 실무 적용 솔루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매출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클라우드 컴퓨팅, AI 컨설팅 등 인프라 지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AI 구축·관리 및 관련 정보 서비스가 1조 8,665억 원(29.6%)으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보였다. 머신러닝 플랫폼, 추론 엔진 등 핵심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가 주를 이루는 AI 시스템 SW는 1조 4,587억 원(23.2%)이었고,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AI 특화 하드웨어인 AI 연산·처리 부품/장치 부문은 3,076억 원(4.9%)을 형성했다.
고객 유형별 매출 구조를 보면, 기업간거래(B2B) 매출이 4조 5,826억 원(72.9%)으로 압도적인 양상이었다. 공공(B2G) 부문은 1조 2,369억 원(19.6%), 개인간거래(B2C)는 4,814억 원(7.6%)에 그쳤다. 산업 현장 중심의 AI 도입이 본격화되며, 기업용 솔루션과 서비스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장 동력으로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 확대, AI 연구개발 투자 증가, 정부의 자금·기술지원 정책이 꼽혔다. 지난해 AI 부문 연구개발 투자액은 3.7조 원으로 전년 대비 21.9% 증가했고, 투자 비중의 73.2%가 AI 인력에 집중됐다. 학습용 데이터 확보 역시 고객 데이터, 공공 지원사업, 자사 데이터 순으로 다양화되고 있었다.
R&D 투자 지속 확대…구조적 한계도
지난해 국내 AI 산업의 투자 및 개발 현황은 양적 성장과 함께 구조적 한계가 병존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4년 AI 부문 연구개발 투자액은 3조 7,000억 원으로 전년(3조 2,000억 원) 대비 21.9% 증가했다. 기업별 평균 투자액도 14억 5,000만 원에 달했다.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R&D 투자 중 AI 인력(인건비, 교육훈련비 등) 부문이 73.2%로 압도적이며, SW 인프라(12.7%), AI 데이터(6.5%), HW 인프라(3.3%)가 뒤를 이었다. 이는 AI 기업들이 기술력의 근간이 되는 인재 확보와 SW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외부 투자 유치 실적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17.2%에 불과했다. 투자유치 방법은 벤처캐피탈·엔젤투자가 90.0%로 절대적이었으며, 은행 등 일반 금융(8.4%), IPO(5.2%)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2024년 상반기까지 외부 투자 유치 실적은 404건, 8,892억 원으로, 전년(667건, 1조 9,300억 원) 대비 건수와 금액 모두 감소했다. 평균 투자 유치 금액도 2023년 45억 원에서 2024년 21억 원으로 줄었다. 이는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과 AI 기업의 수익화 구조 미흡, 글로벌 경쟁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술 개발 열기는 특허 출원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4년 6월 기준 누적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11,314건으로, 2022년(3,090건), 2023년(7,431건) 대비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 AI 기업의 상당수는 투자 대비 수익성, 수익화 모델의 부재, 글로벌 시장 진출의 어려움 등 한계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 SW 기업 관계자는 “초기 진입과 성장 단계에서는 자금 부족, 인력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수익화 모델 부재 등 복합적 애로사항이 존재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지속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AI 전문인력 부족 및 해외진출 과제 산적
국내 AI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구조적 한계와 과제도 부각됐다. 고품질 데이터 부족, 데이터 활용 규제, 데이터 가공·관리 비용 부담, 전문인력 수급난, 중소기업의 수익화 한계, 글로벌 경쟁력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사업 운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 부족 △실무 투입 가능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 △수익성 및 수익화 전략 부재 △글로벌 경쟁력 확보 어려움 △고품질 데이터 수집의 한계 등이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AI 산업계에서는 인력난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AI 산업 종사자 수는 2024년 5만 4,039명으로 2023년보다 2,800여 명 증가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실무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AI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I 개발자는 2,721명, 프로젝트 관리자 512명, 컨설턴트 414명 등이 부족한 상황이며, 전체 AI 인력 부족률은 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군별로 보면 AI 컨설턴트(13.1%), 시스템 운영·관리자(10.6%), 프로젝트 관리자(9.9%), HW 개발자(11.0%) 등은 두 자릿수 부족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고급 인력은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을 선호해 중소기업이 인재를 뽑기 어렵다”, “인건비 상승으로 채용 부담이 커졌다”, “과제 영속성이 부족해 장기 고용이 어렵다”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한 AI 기업 관계자는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인력풀 자체가 좁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재는 찾기 힘들다”면서 “AI 개발자 채용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고급 인력은 대기업이나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AI 인력난은 산업 성장의 가장 큰 병목이자, 기업 운영의 핵심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종합해보면 AI 산업계는 정부와 교육계에 “AI 실무형 인재 양성, 고급 인력 확보 지원, 인건비 부담 완화 등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해외진출 역시 시급한 과제였다. 2024년 AI 기술·제품·서비스 해외 수출액은 4,2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26.7%), 미국(23.7%), 동남아(14.9%), 유럽(12.8%) 등이다. 하지만 전체 AI 기업 중 수출 경험이 있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AI 기업들은 현지화, 컨설팅, 자금·투자유치, 해외 마케팅 등 지원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수출 중인 기업의 100%가 지속 수출 의지를 밝힌 데 반해, 미수출 기업의 22.6%만이 향후 수출을 계획하고 있어, 해외진출 저변 확대가 시급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정부 지원책 요구
AI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AI 산업계는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정부 지원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최근 3년간 AI 기업의 절반 이상(50.7%)이 자금지원을 경험했고, 기술지원(42.5%), 세제지원(29.3%), 금융지원(23.9%), 인력지원(21.1%)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도 높은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AI 기업들은 단순한 자금·기술 지원을 넘어 인력양성, 인증, 공공구매 등 사업화 전주기에 걸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확보, 전문인력 양성, 해외진출 지원, 규제 완화, 연구개발(R&D) 자금 확대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해외진출을 준비하거나 지속 중인 기업들은 정보 제공(73.9%), 컨설팅(79.1%), 현지화(79.8%), 자금·투자유치(88.8%), 마케팅(78.1%) 등 실질적이고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요구는 글로벌 AI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인력·자금·시장 진입 등 다양한 장벽에 직면하면서 더욱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AI 산업계는 해외 시장 정보와 네트워크, 맞춤형 컨설팅, 현지화 지원, 투자 연계, 글로벌 마케팅 등 실질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또한 이를 정부가 기업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지속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AI 산업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정부의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데이터·인력·시장·인증·해외진출 등 전방위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마련돼야 국내 AI 산업이 질적·양적으로 도약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