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로덕트 오너, 애자일 조직의 핵심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아이티데일리] 일반적으로 애자일 팀은 프로덕트 오너, 애자일 코치(스크럼 마스터) 그리고 애자일 팀원으로 구성된다.
프로덕트 오너는 애자일 팀에서 만드는 프로덕트(제품, 서비스)에 오너십을 가지고 이 프로덕트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프로덕트 오너는 제품의 비전을 주도하고 이 비전에 따라 제품 백로그를 만들고 관리할 책임과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말 그대로 프로덕트 오너는 제품 책임자로서 제품과 애자일 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품의 비전과 방향성이 결정되면 애자일 팀원은 최고 품질의 프로덕트를 생산해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애자일 코치(스크럼 마스터)는 애자일 팀원이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개발의 흐름과 속도를 조절한다. 애자일 조직을 배로 비유하면 프로덕트 오너는 키를 잡고 항해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애자일 코치는 배가 최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북을 치며 애자일 팀원을 독려하고 애자일 팀원은 애자일 코치가 치는 북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어 목적지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애자일 팀의 구성원은 모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중에서 프로덕트 오너는 흔히 미니 CEO로 불리며 고객에게 감동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집착하듯이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만에서 경험한 감동적인 우버 앱
어느 한국의 관광객이 대만에서 우버 택시를 콜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버 앱을 보다 “와우! 이런 기능도 있네?” 하고 감탄했다. 처음 호출했을 때는 앱 지도상의 차량 색상이 검정색이었는데 어느 순간 차량의 색상이 흰 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차량 캐릭터와 차량 번호만 보여주는데 여기는 실제 배정된 차량 색상으로 앱 지도상의 차량 아이콘의 색상도 바꿔 주네?” 이 한국인 관광객은 대만 우버 서비스에 감동을 느낀 것이다.
몇 달 전만해도 주말마다 나를 채근해 대형 마트로 장을 보러 가던 아내는 이제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새벽에 문 앞에 배달된 배달 박스를 들여와 냉장고에 넣어 놓으라고 나를 귀찮게 한다. 그리고 아내는 어제 오후에 주문한 물건들이 오늘 새벽에 어김없이 도착해 있는 것에 대해 “와우!”의 감탄사를 그치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쿠팡의 와우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쿠팡 로켓 배송 서비스에 대한 감동은 커져가고 그만큼 새벽마다 박스를 날라야 하는 나의 고통도 커져만 간다.
이렇게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로켓 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쿠팡은 이마트, 롯데 쇼핑 등 전통 유통 강자를 모두 제치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2024년 매출 40조 원을 돌파했다.
은행을 금융이 아닌 철저히 서비스 관점으로 바라보고 간편 송금, 온라인 전세금 변환 서비스,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 스마트 주택 구매 서비스, 안전 대출 서비스 등 혁신적이고 감동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2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금융 앱 확보 고객 순위 1위,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 1위, 금융 앱 이용 만족 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서비스(프로덕트)를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개발, 출시, 분석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이 바로 프로덕트 오너다. 미국에서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MBA 학위 소지자들이 월 스트리트를 외면하고 구글, 아마존의 프로덕트 오너가 되기 위해 진로를 바꾼 지 오래됐고 한국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 같은 유니콘 회사, IT 스타트업, 심지어 삼성전자나 한화 그룹 같은 대기업도 앞 다투어 프로덕트 오너를 채용하고 있다.
프로덕트 오너는 ‘미니 CEO’
이런 프로덕트 오너는 미니 CEO로 간주되며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쿠팡의 로켓 배송, 카카오 뱅크의 모임 통장, 토스 뱅크의 평생 무료 환전 외화 통장,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넷플릭스 추천 로직, 타다 차량 호출 서비스, CGV 영화 예매, 카카오 페이 결제와 같은 감동적인 서비스는 모두 각 사의 프로덕트 오너에 의해 만들어졌다.
역사상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로 꼽히는 사람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의 프로덕트에 대한 철학은 단순함(simplicity)이다. 그는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Simplicity is ultimate sophistication)”라고 주장하면서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의 모든 픽셀, 기능은 반드시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면서 직관적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제품에 많은 기능을 더 할 때 반대로 제거함으로써 기능 및 디자인을 단순화했고 제품의 70%를 없애고 4개의 핵심 제품만 남김으로써 명품 I시리즈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의 제품에 대한 원칙과 혁신이 애플을 15년 넘게 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17에어 모델 개발에 포트를 제거함으로써 완전한 포트리스(Portless) 제품을 계획했다. 이 계획은 EU와 소비자들의 반대로 잠시 보류됐으나 애플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듯하다.
애플은 완전한 포트리스 아이폰 개발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며, 2026년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폴더블 아이폰(접이식 모델) 또한 포트 없는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이 포트리스 제품으로 새로운 완전 무선 스마트 폰 시대를 열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프로덕트에 대한 철학은 유산으로 남아 애플에 면면히 담겨 있다. 스티브 잡스가 왜 역사상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인지 알 수 있는 이유이다.
이제 기업은 프로덕트 오너 중심의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면 프로덕트 오너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할까? 프로덕트 오너는 비즈니스 니즈를 잘 파악해 프로덕트 비전을 수립하고 고객 중심적 사고와 기술 및 도메인 전문성을 가지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프로덕트 오너에게 필요한 스킬은 기획능력/커뮤니케이션 능력/의사 결정력/유연성/책임감 등이다.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프로덕트에 대한 임파워먼트(Empowerment)이다. 프로덕트 오너가 자신의 프로덕트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고 상사의 지시에만 의존한다면 결코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덕트는 결코 세상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오너가 미니 CEO로 불리는 이유이다.
관련해 세계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 스티브 잡스의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
“유능한 사람을 뽑아 놓고 그들에게 무얼 하라고 지시한다면 그것은 난센스다. 우리는 유능한 사람을 뽑고 그들이 스스로 우리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게 해야 한다(It doesn’t make sense to hire smart people and tell them what to do; we hire smart people so they can tell us what to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