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경제] 트럼프 행정부, 뉴욕 해상풍력 프로젝트 건설 중단

녹색 일자리 창출, 청정에너지 전환 계획 무산될 가능성 ↑ 프로젝트 수행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 “제소 포함 구제책 마련 중”

2025-04-23     조민수 기자
롱아일랜드 앞바다에서 진행되던 해상풍력 건설이 중단됐다. 사진=ICN via 게티이미지

[아이티데일리] 롱아일랜드 앞바다에서 추진 중이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엠파이어 윈드 1(Empire Wind 1)’이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으로 중단됐다. 미국 해안 지역에서 진행되거나 계획됐던 거의 모든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이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그 버검(Doug Burgum) 미 내무장관이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에 해상 풍력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비영리단체 ICN(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이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충분한 분석 없이 승인을 서둘렀다는 정보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단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롱아일랜드를 포함한 뉴욕시 일대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이 제한적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허드슨 밸리 및 그 아래 지역을 포괄하는 뉴욕주 남부 지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건설은 그래서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롱아일랜드 해안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을 추진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인 엠파이어 윈드 1은 이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7년 연방 정부와 임대 계약을 체결한 이 프로젝트는 54개의 풍력 터빈을 건설하며, 1,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풍력 발전이 가동되면 궁극적으로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야생 동물을 위협하는 거대하고 흉측한 풍력 발전 단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2월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해양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던 미국 해양대기청(NOAA) 직원들을 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대륙붕 지역의 모든 신규 해상 임대를 중단하고 기존의 계약에 대해서는 갱신하지 않도록 하며, 모든 신규 육상 및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또한 기존의 해상 임대 계약을 모두 재검토하고 해지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다.

엠파이어 윈드 1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도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건설이 중단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 현지에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유한책임회사 엠파이어 오프쇼어 윈드(Empire Offshore Wind LLC)는 "이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제소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프로젝트 중단 명령은 뉴욕주의 기후 목표 달성과 뉴욕 남부 지역의 친환경 일자리 창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 인구 조사 지역의 약 44%는 오염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불균형적으로 많이 경험한 저소득층 사회다. 기후 목표가 지연되거나 취업 기회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저소득 지역 사회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

에퀴노르는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EDC) 및 터미널 운영사인 지속가능 사우스 브루클린 해양 터미널(Sustainable South Brooklyn Marine Terminal)과 협력해 프로젝트의 장기 운영 및 유지보수 기지가 들어설 해양 터미널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환경적 피해를 많이 받아 온 저소득 지역인 선셋 파크(Sunset Park) 등의 커뮤니티에서 일자리와 청정에너지 수혜를 기대했다.

뉴욕시는 이 프로젝트 중단의 여파로 최소 1000개의 녹색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130명의 견습생, 200개의 해양 터미널 조립 일자리, 그리고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의 운영을 위한 50개의 정규직 장기 일자리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주가 마련한 기후법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엠파이어 윈드 1의 공사 중단은 뉴욕주의 에너지 전환을 더욱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친환경 및 기후단체와의 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광범위한 분쟁을 유발했다면, 기후 정책은 미국 내에서 내전에 버금가는 찬반 세력간 갈등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