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 경쟁력 강화에 2천억 유로(330조 원) 투자…선두 미-중에 맞불
‘AI 대륙 행동 계획’ 마련. AI 기가팩토리 5곳 설립에 200억 유로 배정 공공-민간 협력 지원과 동시에 '클라우드 AI 개발법' 도입도 추진
[아이티데일리]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AI 대륙 행동 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이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국과 중국에 크게 떨어진 AI 분야의 혁신 격차를 줄일 계획이다. 이 소식은 CNN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며, 유럽위원회 홈페이지 첫 화면의 대부분을 장식했다.
홈페이지와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EU는 AI 관련 분야에 2000억 유로(약 327조 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 핵심은 AI 기가팩토리 건설이다. 이 시설에는 현재의 AI팩토리의 4배인 10만 대의 최첨단 칩이 투입된다. 건설에는 약 200억 유로가 투입되며 최대 5곳의 기가팩토리가 건설된다. 한국의 다수 언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총 2000억 유로가 투입될 것임을 가장 앞세워 강조하고 있다. .
그러나 이 금액은 전 세계 경쟁업체의 투자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게 포브스 등 언론의 진단이기도 하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엔비디아 등의 컨소시엄은 지난 2월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앞으로의 투자액은 최대 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딥시크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최첨단 칩 접근이 제한된 가운데서도 고도의 AI 모델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투자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시장에 큰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다. EU는 AI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공공-민간 협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AI 개발법'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향후 5~7년 동안 유럽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는 것으로, AI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매우 중요한 대응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CN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은 데이터 처리와 관련해 큰 문제를 안고 있다. EU가 제정한 데이터 보호 규칙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는 정교한 AI 모델에 필수적인 학습 데이터를 얻기 어렵ㄱ paksem는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포함돼 있다. EU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준수하면서 데이터 세트를 집약하는 'AI 데이터 랩'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포괄적인 AI 규제로 2024년 통과된 'AI법'도 난제다. 이 법은 위험성이 높은 AI 사용을 금지하고 투명성 요건을 부과함으로써 윤리적인 틀을 확립한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의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위원회는 이러한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도록 연내 'AI법 서비스 데스크'를 출범해 기업이 규제의 틀 안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과 지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AI 정책과 환경 보호 목표와의 융합이다. 유럽은 탄소 제로를 추구하는 선두 지역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고자 하는 환경 정의에 민감하다. AI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과 물 소비는 환경 정의에 일부 역행한다.
유럽위원회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그린 컴퓨팅 추진은 계속될 것이며, AI에 최적화된 에너지 절약형 슈퍼컴퓨터나 첨단 냉각 시스템, 폐열의 재사용 등의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발표한 ‘AI 대륙 행동 계획’은 AI 분야에서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치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이다. 이 계획은 유럽을 AI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이 된다.
지금까지 EU는 AI 분야에서 민간투자 부족, 가맹국 전체 시장의 단편화, 복잡한 규제 시스템으로 방해받고 있다. EU의 AI 계획 성공의 열쇠는 27개 회원국 정부나 기업, 연구기관 사이의 협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