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보고서: 글로벌 에너지 혁신의 시대…시장 불확실성과 위험 급부상

2025-04-11     조민수 기자
사진=IEA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새로운 에너지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고 미래가 유망해 보이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혁신은 자금 조달 둔화와 우선순위 변화의 조짐 속에 불확실성이 부상하면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 혁신 현황’은 150개 이상의 주요 에너지 혁신 사례와 34개국 약 300명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에너지 기술 혁신의 전 세계적 추세를 포괄적으로 검토한 첫 보고서다. 보고서는 에너지 혁신이 각국의 에너지 및 산업 전략을 추진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진전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IEA 홈페이지에 실린 요약글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에너지 혁신이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왔음을 강조한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에 대응했던 GDP의 0.1%에 달하는 공공 연구개발(R&D) 투자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촉진하고 많은 국가의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추었다.

또한,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의 발전은 중국의 석유 수입 수요를 줄였고, 셰일가스 기술 혁신은 미국을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시켰다. 현재는 세계 각국이 경제적 경쟁력, 안보, 회복탄력성을 중시하는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혁신을 통한 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에너지 혁신 활동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공공 및 민간 에너지 R&D 지출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였다. 민간 기업의 에너지 R&D는 경제 성장률을 초과하는 속도로 증가했으며, 특히 자동차 및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시멘트 및 철강 부문에서의 에너지 R&D 지출은 자동차 및 재생에너지 부문의 20~70% 수준에 불과하며, 항공 및 해운 부문은 지난 10년 동안 R&D 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게시글에서 “혁신은 에너지 분야의 생명줄이며, 전 세계 에너지원이 급변하고 전기화와 같은 주요 추세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현시대에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술이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 경제성, 지속가능성 향상에 대한 희망을 제시한다. 이런 혁신적 솔루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회수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VC)의 에너지 기술 투자는 2015~2022년 6배 이상 증가, 전체 공공 에너지 R&D 투자 수준에 도달했다. 민간 자본은 약 1800개의 에너지 스타트업을 지원했으며, 그 일부만 성공하더라도 2030년대까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2023년과 2024년에는 금융 환경의 악화로 인해 VC 투자가 20% 이상 감소해 큰 추세가 역전됐다. 유일하게 VC 투자가 증가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었다. 이는 에너지 혁신 부문에서 투자가 줄어들 위험을 시사한다.

물론 혁신 노력은 중국을 비롯해 점점 더 세계화되고 있다. 2021년에는 중국이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에너지 특허 출원 1위 국가로 올라섰다. 그중 95% 이상이 저탄소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기술 관련 특허는 화석 연료 관련 특허보다 4.5배 빠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투자 패턴은 다르게 나타나는데, 중국은 에너지 특허의 약 절반, VC 투자액의 90%를 배터리, 전해조와 같은 대량 생산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도 유사한 집중도를 보이지만 대규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서 더 활발하다. 미국은 화석 및 청정에너지 기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대규모 에너지 기술 실증 프로젝트를 위해 확보된 공공 및 민간 자금은 약 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새로운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현 시점이다. 정치적 불안정성, 글로벌 무역분쟁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 인플레이션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 결정을 받지 못했다.

전체 실제 투자 자금의 95%가 북미, 유럽, 중국에 편중돼 있다. 저탄소 기술 검증이 시급한 중공업 및 장거리 운송 부문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정부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가운데, 국제 협력을 통한 조율된 행동만이 주요 기술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기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한 에너지 혁신 시스템의 추진력 유지와 구조적 격차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IEA 회원국들의 공공 에너지 R&D 투자는 GDP 대비 0.04% 수준이다. 이는 1980년대 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공공 에너지 R&D 지출 증대, 기술 개발자의 경제 주기 대응 지원, 청정에너지 실증 프로젝트의 시장 진입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전 세계 에너지 혁신의 진화는 각국의 장기적인 경제 회복력과 에너지 및 기후 목표 달성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