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얼지 않는 북극 바다”…3월 북극 해빙, 역대 최저 기록 경신
[아이티데일리] 북극의 얼음은 겨울철에 두터워져 3월에 가장 부피가 커지고 4월부터 녹기 시작해 여름에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낸다. 두꺼운 해빙 위로 북극곰이 아기곰들과 뛰어노는 풍경은 일상이 된다. 그러다가 해빙이 녹으면 다시 얼음 조각이 떠다니는 바닷물로 바뀌고 곰은 높은 위도로 이동한다. 북극에서는 과거 수십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런 패턴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이 패턴을 흔들어 놓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빙 면적이 계속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
겨울에 풍부하게 쌓여야 할 북극의 해빙이 공식 기록이 시작된 지 47년 만에 가장 적게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AP 통신이 미 국립 빙설데이터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연중 가장 풍부해야 할 3월 해빙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기후 변화가 야기한 결과다.
빙설데이터센터 홈페이지에는 북극은 물론 남극의 빙하 수준을 지속적으로 체크한 데이터가 공개돼 있다. 센터에서 제시하는 데이터는 북극에서 녹아 내리는 빙하가 인류 생존의 큰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센터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해수면 상승이다.
북극 해빙은 9월 이후부터 얼기 시작해 이듬해 3월에 최대치에 도달한다. 그 후 6개월 동안 여름을 지내면서 녹아 내린다. 빙설데이터센터는 지난 주말 측정된 해빙 최고치가 553만 평방마일(1433만 평방km)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에 기록된 과거의 최저치보다 약 3만 평방마일(8만 평방km) 작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도 크기의 얼음이 없어진 셈.
센터의 월트 마이어 박사는 "명백히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해빙은 특히 민감한데, 화씨 31도(섭씨 영하 0.56도)에서는 아이스 스케이팅을 할 수 있고 33도(섭씨 0.56도)는 차지만 수영할 수 있는 온도"라고 말했다.
케이프 코드의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제니퍼 프랜시스 기후학자는 이는 또 다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랜시스는 "사라지고 있는 해빙은 일종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숨겨져 있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진정한 경고“라고 말했다.
북극은 다른 전 세계 지역보다 4배 더 빨리 온난화되고 있다. 특히 북극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의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북극과 그 아래 온난한 지대와의 기압 및 기온 차이가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져 날씨 체계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제트기류를 넘어 남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추위와 폭풍이 더 남쪽으로 밀려 내려가고 비나 눈이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3년 전 텍사스 주에 닥친 극한 추위와 눈폭풍이 대표적인 예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의 빙하학자 줄리앙 스트로브는 "북극권 위의 따뜻한 겨울 대기는 북극 아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날씨 패턴에 대규모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스트로브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해빙의 양이 적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아 있는 얼음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얇아서 더 많은 얼음이 올 여름에 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극 해빙이 더 많이 녹으면서 특히 북극곰 개체수가 줄어들고 굶주려 약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극곰은 해빙이 있어야 사냥을 할 수 있다. 겨울철의 두터운 해빙은 또한 물개 등 다른 식생은 물론 원주민의 어업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북극 해빙이 가장 풍부했던 해는 1979년이었다. 당시 해빙의 양은 642만 평방마일(1664만 평방km)이었다. 위성이 북극 해빙 추적을 시작한 이후, 북극 해빙의 겨울 정점은 파키스탄 크기 정도 줄었다.
해빙이 사계절 내내 줄어들고 있지만, 북극 해빙의 전반적인 생태에 가장 중요한 계절은 여름이다. 얼음이 없는 바닷물은 더 빨리 따뜻해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보유하게 되며, 결국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을 더 따뜻하고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편, 남극은 3월 초 역대 최저 해빙 기록을 깨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남긍의 3월은 북극과 정반대로 연중 가장 얼음이 적은 시기다. 결국 남극은 이달 기록상 두 번째로 낮은 3월 해빙을 기록했다. 양 극지방이 모두 거의 역대 최저 수준의 해빙을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