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 ‘이것’ 모르고 도입하면 현장에서 무용지물

한국딥러닝 김지현 대표

2025-03-21     김지현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솔루션이, 정작 현장에 배포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입이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필자는 300개 이상의 AI 도입 기업들을 만나며, 이 문제가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간과한 AI 도입”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개발 환경과 현장 환경 사이의 갭을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글에서는 왜 엣지 케이스를 제대로 다뤄야 하며, 어떻게 해야 실제에서 동작하는 현장 중심의 AI 모델이 탄생할 수 있는지, 실제 기업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한국딥러닝 김지현 대표

한국딥러닝 김지현 대표

(2019 ~ 한국딥러닝 대표이사)
2022. 법무부 창업플랫폼 자문위원
2021. 과기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ICT 융합기술 멘토
2021. 과기부 주체 여성 과학기술인 AI 기술전담 멘토

모델 복잡도보다 중요한 ‘현장성’과 ‘엣지 케이스’ 이해

많은 분들이 “AI 성능 = 모델 복잡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첨단 알고리즘이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복잡한 대규모의 모델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특히 개발환경 수준에서 개발된 모델은 대개 ‘전형적인 케이스’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예외상황(엣지 케이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문서 디지털화를 위한 AI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가정해보자.

● 개발 환경: 깔끔하게 인쇄된 문서 스캔본, 적당한 해상도, 고른 조명

● 실제 환경:

     △구겨진 종이에 인쇄되어 스캔 시 텍스트가 일부 잘린 문서

     △표 내부에 수기로 메모가 섞여 있는 복합 인쇄/수기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불규칙하게 나뉘어진 표

     △엉뚱한 위치에 날짜나 회사 로고가 찍혀 있어 모델이 구조 파악에 혼동을 일으키는 상황

이처럼 실제 현장은 말 그대로 ‘엣지 케이스의 집합’이라 할 정도로 예외가 많다. 이런 데이터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면, 모델이 배포된 후에도 수많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즉각적인 현장 배제가 일어난다. “AI를 도입했는데 현장에서 못 쓴다”는 말은, 결국 이러한 예외상황 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S기업의 실제 사례: 화려한 시연, 무용지물이 된 현장 배포

얼마 전 필자가 자문한 S기업은 대형 제조라인에 AI를 도입해 불량 제품을 자동 선별하고자 했다. POC 단계의 개발 환경에선 꽤 좋은 성능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현장 설치 후에는 불량 감지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1. 센서 노이즈: 제조라인 속도가 빨라지면서 센서가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취득하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

2. 조도 변화: 조명 환경이 수시로 바뀌어 카메라가 찍는 이미지에 예상치 못한 그레인(Noise)이 발생

3. 제품 변형: 시제품 단계에는 없던, 실제 양산 단계에서 생기는 미세 기포나 표면 스크래치가 모델 학습 데이터에 전혀 반영되지 않음

이들 문제는 대부분 개발환경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엣지 케이스였다. 결국 S기업은 모델을 전면 재학습해야 했고, 이때 다양한 현장 데이터와 도메인 전문가의 자문이 필수적이었다. “왜 이런 스크래치가 생기고, 어떤 상황에서 센서 노이즈가 급격히 증가하는지”와 같은 현장 노하우가 결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최첨단 AI 모델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장 엣지 케이스 실제 예시: 우편물 OCR 시스템 도입 사례

1. 조도(밝기 차이) 문제

개발환경에서는 대개 안정적인 조명 아래서 수집한 이미지를 활용하지만, 실제 물류 센터나 우체국 창구에는 조도가 들쑥날쑥한 곳이 많다.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빛 번짐이 생기거나, 저녁 무렵엔 실내가 어둑해져 OCR 인식률이 급락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분류 오류와 재확인 작업이 급증해, 인건비 부담과 배송 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어두운 환경이나 난반사가 심한 이미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밝기·대비에 대한 강화 수단(Augmentation)을 공격적으로 적용하고, 촬영 위치·조도 센서 등을 활용해 모델 성능 보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2. 주소 오타·누락 문제

주소 오타·누락 문제는 우편물 자동 분류 현장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골칫거리다. 실제 발신인들은 ‘가양로’를 ‘가양오’로 적거나, ‘역삼동’을 ‘역삼’만 쓰는 식으로 종종 부정확한 주소를 기재한다. 이로 인해 해당 우편물이 잘못된 지역으로 배송되거나 반송되는 사례가 누적되면,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높은 OCR 인식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AI 모델에 오타 교정 로직을 내장하고, 반복되는 잘못된 표기를 “우체국 담당자와 협업해 사전 형태로 축적·보완”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실제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타나 누락 상황을 빠르게 교정하고, 재학습 파이프라인으로 지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


3. 주소 다줄(多行) 작성 문제

마지막으로, 주소를 여러 줄로 나눠 작성하는 문제는 의외로 흔하게 발생한다. 연구·테스트 단계에서는 “도로명 주소 1줄 + 우편번호 1줄” 같은 전형적 패턴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로는 줄바꿈이 과도하거나 한글·영어·숫자를 뒤섞어 세로쓰기로 적는 등 천차만별인 형태가 쏟아진다. 이럴 땐 모델이 주소 본문을 제대로 묶어 해석하지 못해, 분류 실패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다줄(多行) 텍스트를 자동으로 합치는 파싱(Parsing) 로직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세로쓰기·줄바꿈 과다” 같은 복잡한 레이아웃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합성 데이터를 추가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개발 환경에서 ‘평균적인 상황’만 가정해 만든 모델과 달리, 현장은 예외 상황(엣지 케이스)으로 가득 차 있다. 조도 문제, 오타·누락, 다줄 작성과 같은 대표적 사례를 보더라도, 한두 번의 보완이나 임시조치로 해결되기보다 데이터 수집→오류 라벨링→모델 재학습의 끊임없는 사이클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런 세심한 대비와 도메인 지식의 결합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AI도 “현장 배포 후 성능 급락”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 과정을 충실히 밟은 기업들은, POC 단계를 넘어 즉시 실무에 투입 가능한 AI를 구축해 물류 효율과 고객 만족도 모두를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술 그 이상: 실무형 AI를 만드는 한국딥러닝의 접근법

필자가 6년 동안 몸담고 있는 한국딥러닝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무형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분석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딥이미지(DeepImage)’ 모델은 단순한 “개발 환경”이 아닌, “실제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엣지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많은 AI 모델이 실험실 환경에서 최적화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예외적인 케이스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당사는 이런 문제를 수백 번 해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문제만 들어도 어떤 엣지 케이스가 발생할지 즉각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즉, 고객사조차 미처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 문제를 사전에 규정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딥러닝의 AI 솔루션을 도입한 고객사라면 이 차이를 분명하게 체감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 도입 전에 “이런 케이스는 없었는지”를 수십 번 점검하고 설계하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 단순히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한국딥러닝의 ‘사용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핵심 가치다.


1. 방대한 현장 데이터 기반

금융, 물류, 제조, 의료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쌓은 10억 장 이상의 이미지·문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테스트 데이터뿐 아니라, 일그러진 문서·깨진 텍스트·불규칙한 스캔 상태같은 엣지 케이스 중심의 학습을 통해, 실제 현장 환경에서의 오류를 크게 줄였다.


2. 엣지 케이스 집중 학습 프로세스

단순히 ‘이론적으로 잘 나온 모델’을 반복해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수집한 문제 사례를 우선순위로 삼아 재학습한다.

실제 고객사 환경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특이 케이스를 추적·분석해,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


3. 도메인 전문성과의 결합

IT 엔지니어뿐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어떤 자료를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등을 모델 설계와 라벨링 기준에 적극 반영한다.

예컨대 세로로 인쇄된 라벨이나 다국어 혼합 문서가 흔한 물류 현장이라면, 물류 전문가와 긴밀히 협업해 ‘실제 업무에서 쓰일 수 있는 AI’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4. 지속적 업데이트 & 자동화 파이프라인

모델이 배포된 뒤에도, 새로운 형태의 문서나 이미지가 들어올 때마다 자동으로 선별하고 라벨링해 재학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렇게 운영 중인 모델 → 현장 피드백 → 데이터 축적·가공 → 재학습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렇듯 딥이미지(DeepImage)모델은 단순히 화려한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 엣지 케이스를 포함한 풍부한 현장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을 접목해 실무에서 통하는 AI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딥러닝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현장 친화적 AI 모델을 계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진정한 AI 가치를 위해 필요한 것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기업들이 POC 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AI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 문제 정의에서부터 도메인 전문가와 협업

프로젝트 초기부터 현장 전문가를 참여시켜 어떤 엣지 케이스가 존재할 수 있는지, 어떤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확보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계획해야 한다.


● 엣지 케이스 중심의 데이터 확보·재학습

일반적 데이터는 대부분의 모델이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항상 예외 상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시스템 운영 중에 발생하는 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별도로 분류·라벨링해 꾸준히 모델에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 적절한 평가 지표 설정

정확도, 정밀도 등 모델 성능을 단편적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지표 외에도, 해당 산업에서 실제로 평가하는 특수 지표를 반영해야 의미 있는 성능을 측정할 수 있다. 진짜로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 실패 시 발생하는 리스크는 어떤 것인지 등 “현장 기준”의 다면적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 지속적인 운영 및 고도화 체계 마련

모델은 한 번 배포됐다고 끝이 아니다. 배포된 순간부터 데이터의 변화, 업무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자동화된 재학습 파이프라인과 모니터링 도구를 구축해, 장애 상황을 빠르게 감지하고 신속히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 내부 역량 강화

결국 AI는 사람이 운영한다. 현장 엔지니어나 전문가는 AI 모델의 결과를 해석하고, 문제 발생 시 어떤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가져야 한다. 반대로 AI 기술자는 현장의 도메인 지식을 적극적으로 학습해 모델이 왜 오작동하는지, 실제 환경에서는 어떤 변수가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결론: 엣지 케이스를 제어하는 힘이 ‘진정한 AI’의 원동력

진정한 AI란 단순히 화려한 알고리즘이나 모델의 복잡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이 보유한 도메인 지식과 다양한 형태의 현장 데이터를 얼마나 잘 융합해, 실제 업무에서 발생하는 엣지 케이스까지 견디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다.

앞서 언급한 S기업의 사례나 한국딥러닝의 ‘딥이미지(DeepImage)’ 모델을 보면, 데이터-도메인 지식-지속적 업데이트가 삼위일체가 돼야만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AI가 구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점이야말로 “AI 실컷 만들었는데 현장에서 못 쓰는 참사”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기업과 AI 기술 업체가 함께 이 ‘엣지 케이스 대비 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느냐가, 앞으로의 AI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일 것이다. 이제는 AI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혁신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기업이 현장성·엣지 케이스·도메인 지식에 주목해야 할 때다.

■ 회사 소개

한국딥러닝은 2019년 설립된 시각지능 AI 전문 기업으로, 산업 맞춤형 비전 AI 솔루션을 개발 및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요 공사·공공기관·대기업 등 80개 이상의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OCR 문자인식, 객체 검출, 영상 이해, 이미지 생성, 3D 모델 생성 등 다양한 비전(Vision)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1억 장 이상의 독점 데이터셋을 학습해 최소한의 데이터만으로도 정확도 높은 AI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으며, AI 도입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