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개발했다는 양자 칩 ‘마요라나1’, 여전히 증거 부족… 물리학자들 회의적

2025-03-20     조민수 기자
체탄 나야크 MS 양자 컴퓨팅 연구원. 사진=MS

[아이티데일리]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원이 최근 지난 2월 20일 MS가 최초로 ‘위상적(topological)’ 큐비트를 집적한 양자 칩 ‘마요라나(Majorana)1’을 만들어 양자 컴퓨팅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주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요라나1 칩 발표 소식에 대해서는 지난달 한국의 다수 매체도 대서특필한 바 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MS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물리학회(APS) 회의에서 MS의 양자 컴퓨팅 연구팀을 이끄는 이론 물리학자 체탄 나야크(Chetan Nayak)는 위상적 큐비트를 개발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위상적 큐비트는 잡음에 강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지난 2월 MS는 단일 양자 칩에 100만 큐비트(Qubit, 일반 컴퓨터의 비트와 같은 양자 컴퓨터의 연산장치) 이상 집적이 가능한 마요라나1 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위상적 큐비트를 적용했다고 했다.

큐비트는 종래의 컴퓨터에 비해 처리 속도가 대단히 빠르지만, 큐비트를 안정화시키기 어렵고 이로 인해 큐비트는 쉽게 깨진다. 양자 컴퓨터 개발의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큐비트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고, MS는 그 중 위상적 큐비트라는 개념을 적용한 것.

마요라나라는 칩 이름은 이탈리아 물리학자 마요라나가 제안한 이론을 적용한 데 따라 붙여진 것이다. 그가 내세운 이론은 ‘마요라나 입자’를 활용하자는 것으로, 이 입자는 위상적 초전도체 물질 내에서만 존재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며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는 것이 MS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나야크의 발표를 들은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MS가 실제로 최초의 위상적 큐비트를 만들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네이처지 온라인판은 전한다. 그러면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개진해 이들의 발언을 전했다.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교의 실험 물리학자 알리 야즈다니(Ali Yazdani) 교수는 “이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MS를 비롯해 위상적 큐비트를 만들려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다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발언이다.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이론 물리학자 다니엘 로스(Daniel Loss)는 “아름다운 발표였다”고 평가하면서도, MS의 강한 주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부족한 증거 제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MS가 너무 나갔다. 학계는 만족하지 못한다. 내용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야크는 학계의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완전히 확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MS는 자사가 개발한 양자 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다른 연구자들도 이 연구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큐비트 논쟁

APS 회의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수용 인원을 넘칠 정도로 몰리는 등 물리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MS는 최초의 위상적 큐비트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동료 학자들의 심사를 거친 공식 논문이 발표되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일부 물리학자들은 MS의 개발을 의심했다. MS는 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했지만, 해당 논문은 미래의 위상적 큐비트에서 데이터를 읽어내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었고, 위상적 큐비트의 존재를 입증한 것은 아니었다.

2주 후,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물리학자 헨리 레그(Henry Legg) 교수는 논문 사전 공개 서버(arXiv)에 보고서를 게시하며 MS의 검증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해당 내용을 동료 심사 전에 발표했으며, APS 회의에서도 발표를 진행했다.

MS가 위상적 큐비트를 집적해 개발했다고 발표한 양자 칩 마요라나1. 사진=MS

한편, 나야크는 발표에서 MS의 큐비트 구조도를 공개했다. 이는 극저온에서 초전도체 역할을 하는 인듐 아세나이드(indium arsenide) 위에 놓인 H자형 알루미늄 마이크로 와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치는 위상적 큐비트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마요라나’라는,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준입자(quasiparticle)를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마요라나는 전자들의 집단적 행동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정보 손실에 강한 양자 계산을 수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나야크가 발표한 새로운 데이터는 H자형 와이어를 따라 수직 및 수평 방향으로 측정하는 ‘X’ 및 ‘Z’ 측정 결과였다. 그는 X 측정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전기적 잡음으로 인해 특징적인 이중 모드 신호를 육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뉴욕 코넬 대학교의 이론 물리학자 은아 킴(Eun-Ah Kim)은 X 측정값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실험에서는 이중 모드가 쉽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여전한 의문들

나야크의 발표는 레그 교수가 제기했던 기존의 우려도 해소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MS는 2023년 저널 물리학 리뷰 B(Physical Review B)에 발표된 ‘위상적 갭 프로토콜(Topological Gap Protocol, TGP)’이라는 검증 방법을 사용해 마요라나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레그는 MS가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TGP가 장치에 마요라나가 존재하는지를 판별하는 데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레그는 나야크에 앞선 발표에서 MS가 사용하는 검증 방법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발표를 듣던 MS 소속 물리학자 로만 루친(Roman Lutchyn)은 즉각 반박하며 “700번 중 한 번 일어난 사례”라며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나야크는 이전에도 레그의 비판을 “잘못된 논점”이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일부 물리학자들은 그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레그는 또 다른 문제로, MS의 검증 방식이 입력된 매개변수의 범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특정 장치가 1.43 테슬라(자기장의 단위)의 범위에서는 검증을 통과하지만, 범위를 1.83 테슬라로 좁히면 실패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의 이론 물리학자 제이슨 앨리시아(Jason Alicea)는 “이것은 프로토콜상의 오류로 보이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루친은 링크드인(LinkedIn)에 올린 글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예상된 결과이며, 올바르게 선택된 매개변수와 함께 사용할 경우 해당 프로토콜의 유효성을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S는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곧 arXiv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연구자들은 과학적 검토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네이처에 전했다. 앨리시아는 이 과정이 “누군가가 다른 연구자의 작업을 검토하고,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이것은 과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