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쓰레기, 5000M 심해에서 발견…“지구상 어느 곳도 오염에서 안전치 않아”
[아이티데일리]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지구 바다와 대양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했다. 사람들이 폐기해 자연에 쌓인 잔해와 쓰레기가 지중해의 5112m 해저에서 발견됐다. 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 연구진이 밝혀냈으며, 청정 지구를 추구하는 어스닷컴에서 게시글로 전했다.
쓰레기가 발견된 장소는 지중해에서 가장 깊은 지점인 칼립소 심해(Calypso Deep)로 알려져 있으며, 이오니아해의 그리스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연구진은 이번 탐사를 통해 칼립소 심해 바닥에서 외부로부터 유입된 167개의 물체를 찾아냈다. 이 중 148개는 해양에 버려진 쓰레기였고, 19개는 확실치 않지만 사람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지금까지 바다에서 기록된 가장 깊은 지점이다.
◆ 바다 밑의 잔해
칼립소 심해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진은 큰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심해용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를 사용했다. 리미팅 팩터가 촬영한 이미지는 쓰레기가 해안, 표면 수역, 연안에 축적되는 것은 물론, 지중해의 가장 깊고 먼 지점까지 이동해 쌓인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해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조치가 시급함을 알리는 것이며, 폐기물을 줄이고 전 세계적으로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활 방식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해안에서 남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칼립소 심해는 헬레닉 해구 내에 움푹 꺼진 곳이다. 활성 단층이 있는 지역의 가파른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파른 경사는 5200m 이상 이어진다. 가장 깊은 곳의 바닥은 넓고 평평한 지형이다. 이런 깊이까지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도달했다는 것은 지구의 어느 곳도 더 이상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 쓰레기가 심해 바닥까지 가는 여정
그렇다면 쓰레기는 어떻게 그토록 깊은 심해까지 이동해 쌓였을까.
바르셀로나 대학교 지구과학부의 미구엘 커널스 교수에 따르면 쓰레기는 육지와 바다의 다양한 곳에서 쏟아지며, 해류를 통한 장거리 이동이나 해양에서의 직접 투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플라스틱과 같은 일부 가벼운 폐기물은 해안에서 버려져 60km 떨어진 칼립소 심해로 유입된다. 가방과 같은 일부 플라스틱은 해저 바닥 바로 위를 표류하다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묻히거나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된다.
선박에서 쓰레기를 채운 자루를 버린 증거도 발견됐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쌓여 있고 거의 수직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커널스는 밝혔다. 지중해는 더 이상 어느 곳도 청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 바다를 가로지르는 잔해 운반
연구진은 칼립소 심해가 깊이 봉쇄된 곳이어서 내부에 잔해가 쌓이기 쉽다고 언급했다. 해구의 약한 해류 역시 쓰레기가 바닥에 쌓일 수 있도록 한다. 떠다니는 잔해는 대부분 이오니아해 남부에서 해류의 소용돌이로 인해 칼립소 심해로 이동한다.
이러한 소용돌이가 칼립소 심해 위에서 일어나면 일부 파편은 밀도를 증가시키는 분해 메커니즘으로 인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표면 해류는 또한 아드리아해에서 북쪽으로, 오트란토 해협을 거쳐, 그리고 그리스 북서쪽 해역에서 잔해를 운반할 수 있다.
◆ 심해 탐사 기술
연구진은 두 명의 연구원이 탐승한 리미팅 팩터 잠수정을 이용해 해저를 촬영했으며,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시속 약 1.8km로 이동하면서 43분 동안 직선으로 약 650m를 탐사했다.
학계에서는 지난 1975년 북대서양의 스카게라크 해협에서 처음으로 해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사실이 기록됐다. 협곡은 침전, 매몰 또는 침식 과정으로 인해 쓰레기가 쌓이기 쉽다.
지중해는 쓰레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바다 중 하나다. 2021년 연구에서는 메시나 해협이 해저 쓰레기의 세계적인 핫스팟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해상 교통과 어업이 성행하는 지역에서 오염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중해는 특히 인간으로 둘러싸인 폐쇄된 바다로, 해상 교통이 잦고 어업 활동이 광범위하다.
연구진은 해저의 오염된 생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해저 공간의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