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융합 기술 개발 경쟁에서 중국에 밀렸다

미국은 민간 주도, 중국은 국가 주도…정부 예산은 미국의 두 배 중국, 핵융합 특허 세계 최다 보유, 전문 인력은 미국 대비 10배 더 배출

2025-03-17     조민수 기자
NIF의 핵융합 점화 관련 장치. 사진=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아이티데일리] 미국과 중국은 최초의 대규모 전력망용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이 주도해 왔지만, 중국은 두 배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기록적인 속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CNBC가 전했다.

'청정 에너지의 성배'로 불리는 핵융합은 기존의 핵분열보다 연료 1kg당 네 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며, 석탄 연소보다 400만 배 더 많다. 온실가스나 장기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50년까지 최소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이그니션리서치는 예측한다.

◆ 문제는 '플라즈마 제어'

MIT 핵과학 및 공학 교수 데니스 화이트는 "현재 우주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핵융합 발전소는 '별(항성)'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52년 수소폭탄 실험을 통해 대규모 핵융합을 처음 성공시켰다. 이후 70년 동안 전 세계 과학자들은 발전용 핵융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핵융합은 수소 원자가 극한의 온도에 도달해 융합되면서 플라즈마라는 초고온 가스를 형성할 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량은 이론적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지만, 플라즈마 제어가 매우 어렵다.

미국은 2022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점화 시설(NIF)에서 역사상 최초로 양(플러스)의 순에너지(생산한 에너지가 소비된 에너지보다 많은 상태)를 달성했다.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이후 미국의 핵융합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는 2021년 12억 달러에서 8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FIA 회원사는 40개이며 이 중 25사가 미국이다.

◆ 중국, 공공 투자로 미국 추월

미국이 민간 투자를 통해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핵융합 기술을 개척한 지 거의 40년 만에 첫 번째 원자로를 착공했지만, 중국은 현재 훨씬 더 많은 핵분열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50년이나 늦은 2000년대 초반에 핵융합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융합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융합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보다 10배 더 많은 핵융합 과학 및 공학 박사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약 15억 달러를 핵융합 연구에 투자하는 반면, 미국의 연방 예산은 약 8억 달러에 불과하다.

◆ '규모와 속도'로 승부하는 중국

2024년, 플래닛랩이 제공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NIF보다 두 배 이상 거대한 레이저 핵융합 시설을 건설 중이다. 또한, 중국의 새로운 국가 토카막 프로젝트(EAST)는 7억 달러를 투자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의 프로젝트 EAST는 원자로 내부에서 플라즈마를 가장 오래 격리하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다만 NIF와 같이 순 에너지를 발생하지는 못했다.

FIA의 앤드류 홀랜드 회장은 "중국은 미국이 2020년 발표한 핵융합 산업 발전 로드맵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발표만 했고, 중국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미국, 민간 혁신으로 반격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로 생성하는 기존의 핵발전은 빅테크들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으로 채택함에 따라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은 2050년까지 핵 에너지를 3배로 늘리기로 했다.

국가간 경쟁의 와중에 전 세계 민간 핵융합 투자 80억 달러 가운데 60억 달러가 미국 기업에 투자됐다. MIT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시스템은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구글 등으로부터 20억 달러를 모아 최대를 기록했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헬리온은 오픈AI의 샘 알트먼 등 투자자로부터 10억 달러를 모금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2028년까지 핵융합 전력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구글이 지원하는 TAE테크놀로지는 12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전문가들은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미국이 만든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라며, "핵융합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국가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민간 혁신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와 빠른 실행 속도는 미국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