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조비 주도 전기수직이착륙(eVTOL)의 진화…“2025년은 이륙의 해”

파산신청 릴리움·볼로콥터도 투자 유치로 정상화 기대감 고조 올해 상용 서비스 시작해 2030년 300억 달러 시장으로 확장 기대

2025-02-20     조민수 기자
사진=아처

[아이티데일리]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와 릴리움(Lilium)의 재정난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기후 친화적인 단거리 비행의 미래’로 여겨졌던 eVTOL(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볼로콥터 등 두 회사 모두 eVTOL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군에 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릴리움은 독일 연방정부와 바이에른 정부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한 후 미국에서는 파산을, 독일에서는 지급불능을 신청했다. 지난 2015년 뮌헨에서 설립된 릴리움은 지난해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릴리움이 거액을 투자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780대의 eVTOL 항공기 주문, 예약 및 옵션이 있으며 2대는 이미 생산 과정에 있다”고 발표해 로이터를 비롯한 다수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현재 릴리움은 새로운 투자 유치 또는 대출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볼로콥터 역시 7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지만, 지난해부터 부실을 면치 못했다. 현재 투자자를 찾고 있다. 볼로콥터는 우리나라에서도 합작을 통해 도시 항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재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첨단 항공 모빌리티 연구소(AAMI: Advanced Air Mobility Institute)의 댄 슬로트 대표는 "최근 일부 eVTOL 기업의 부실 사태는 약간의 비관론을 불러일으켰지만, 혁신 부문은 대부분 처음에는 열정으로 들뜨다가 침체기가 찾아온다. 올해는 침체기를 지나 회복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회사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다른 eVTOL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소위 ‘잘 나가고’ 있다. 아처(Archer Aviation)는 이달 중순 블랙록을 포함해 3억 달러를 추가로 모금했다고 발표했다. 아처에 따르면 회사의 유동성 자산은 총 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자금 조달은 지난 12월 국방 애플리케이션 전담 부서의 출범에 이은 것으로, 하이브리드 추진 VTOL 항공기가 첫 번째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조비(Joby Aviation) 역시 잘 나가는 에어택시 회사 중 하나다. 조비는 지난 6개월 동안 전략적 제조 파트너인 도요타로부터 5억 달러를 받은 것을 비롯, 7억 22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조비의 최고 제품 책임자인 에릭 앨리슨은 "조비는 에어택시 시장에서 실적을 입증했다. FAA(미연방항공청) 인증, 두바이에서의 초기 운영 및 캘리포니아 마리나 공장에서 생산 및 비행한 4대의 항공기로 업계를 계속 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커스와이어에 따르면 아처와 조비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지만, eVTOL 부문 전체적으로는 부침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통합도 이어졌다. 앞으로도 eVTOL 하드웨어의 개념적인 통합은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슬로트 대표는 ”eVTOL은 한때 1000개의 다양한 콘셉트가 경쟁했지만, 현재는 300개 미만으로 줄었으며 향후 소수로 집약될 것“으로 추정했다.

eVTOL 상용화의 가장 큰 과제는 필요한 인프라에의 투자 수준이다.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최소 10억 달러 이상이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올해가 eVTOL 서비스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서비스 지역은 지난해부터 관심을 모았던 미국과 중동이다.

미국은 아처와 조비가 주도하면서 이미 뉴욕과 시카고 서비스를 확정한 상태이며, 캘리포니아 등지에서의 상용화 계획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은 에어택시의 경연장이 될 것이다.

중동 역시 이 부문의 핵심 참여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은 UAE와 사우디다. 두 나라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중동의 금융 허브 자리를 놓고서도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중동 지역은 지리적인 여건 면에서 에어택시 서비스에 유리하다. 게다가 이들은 자금을 비롯해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서비스도 미국 회사들이 주도한다. 이미 알려졌듯이 아처는 아부다비에서 에어택시 운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주요 UAE 기관과 다자간 협력 계약을 맺었다. 예상되는 운영 시점은 올해 말께다.

조비는 eVTOL 에어택시에 대한 FAA 인증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 곧바로 조종사를 태운 에어택시 시범 비행을 시작할 준비에 들어간다. 조비는 지난 2017년부터 실물 크기의 프로토타입 eVTOL 항공기로 5만3000km 이상의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조비는 올해 말에 두바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시범 비행을 수행했다.

한편 eVTOL의 협력 범위는 항공을 넘어 육상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비는 여행 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승차공유 최대 회사인 우버(Uber)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은 eVTOL 스타트업 버티칼 에어로스페이스와 150대의 eVTOL 항공기 구매와 함께 제로 배출 항공 여행을 가속하는 계약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중립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며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eVTOL에 대해서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다. eVTOL 시장은 올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2030년까지 3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